어제는 그룹홈스쿨링 체험여행하는 날. 함께 홈스쿨링하는 아이들과 영화 '겨울왕국'을 보고 빕스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노래방에도 갔다왔다. 작년부터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싶은 것을 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주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는 생각에 문화, 역사체험 중심에서 영화, 음식, 휴식 중심으로 하고있다. '체험학습'도 '체험여행'으로 바꾸고 말이다. 인문학 강의도 특별히 필요할 때만 한다. 좋은 메시지를 많이 주려는 것보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겠다 싶어서다. 아는 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건 즐기는 것만 못하다 했으니, 교육도 알게 하는 방법보다는 즐기게 하는 방법을 써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에구~ 겨울궁전에 대한 느낌을 풀어보자는 거였는데, 쩝. 시작부터 옆길로 샜다. 각설하고 돌아가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이제사 좀 변한 것 같다. 여자는 예쁘기도 해야 하지만, 잘생기고 고귀한 왕자의 선택을 받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디즈니 특유의 전근대적 가치관이 이 영화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이 영화도 사랑이 주제지만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자매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자신의 마법(모든 것을 얼릴 수 있는 힘) 때문에 가족과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언니와 자유분방하면서 지나치게 긍정적인 동생 사이의 갈등과 회복에 대한.
이 영화의 발단은 엘사의 두려움이다. 엘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얼려버리는 마법에 걸린 손'. 그 두려움의 시초는 동생과 마법눈놀이를 하다가 동생을 다치게 한 것이다. 두려움이란 무엇인가?
과거의 불행이 집요하게도 미래에 다시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서 생기는 슬픔, 즉 두려움은 바로 이렇게 우리 내면에서 탄생하여 우리의 비전을 지배하게 된다. 인간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꿈꾸는 동물이다. 두려움은 과거의 아픈 기억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때문에 생기는 슬픈 감정이다. - 강신주의 감정수업
동생을 다치게 한 이후 두려움 때문에 고립을 선택한다. 다른 사람을 또 다치게 하면 안되기 때문에. 하지만 고립은 또 얼마나 큰 슬픔인가.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이 영화의 최고 흥행 요인이기도 한 OST, 'Let it Go' 가사에 담겨있다. 여왕 대관식 날 철딱서니없는 동생에게 화내다 들켜버린 마법. 그래서 궁을 뛰쳐나와 북쪽 산에 들어가 얼음궁전을 짓는 과정을 보여주며 부르는 노래다.
'항상 그래왔듯이 착한 소녀가 되'려다보니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겠는가. '한 때 날 속박하던 두려움도 이젠 절대로 날 막지못해.... 더이상 옳고, 그름, 규칙따윈 없어. 이젠 자유야. 하늘과 바람이 함께 하니까.' 라고 외친다. 얼핏 보면 누구를 다치지 않게 해야하고 또 들키지 않도록 해야 하는 속박을 벗어던지고 맘껏 마법을 쓰며 자유롭다고 노래하는 모습에서 한없이 기뻐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시적인 해방감은 느낄지라도 고립에서 오는 외로움, 동경, 회한, 분노 따위의 감정은 나중에 어찌할 것인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내버려둬, 내버려둬' 하면서 '가출song'으로 삼을까 걱정된다.
아무튼 이 영화는 마법에 다친 안나를 고칠 수도, 마법을 마음먹은 대로 통제할 수도 있는 열쇠는 '진정한 사랑 행동(an act of true love)'이라고 제시한다. 그리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디즈니의 전형(키스로 완성되는 남녀간의 사랑)을 예상케 한 다음 자매 간의 사랑을 해답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사랑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얼어가는 안나를 위해 장작불을 지피는 눈사람 올라프가 녹을까봐 걱정하는 안나에게 '누군가를 위해서는 녹을만한 가치가 있다(some people are worth melting for)'고 말한다.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되지는 아닌 것 같다. 재벌가 남자와 연예인 여자 사례만 해도 그렇고. 독점적 소유 또는 내게 없는 것이 필요해서 결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사랑. 벗어나야 할 감정과 가져야 할 감정의 인과적 설정. 멋진 설정이다.
*** 아이들과 영화감상 토론하며 물었다.
왜 애니메이션에는 악당이나 험난한 상황이 필요할까?
악당이나 험난한 상황이 없다면 너무 평범해서 재미가 없잖아요~ 한다.
그래 평범하면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지. 누구에게나 세상은 쉽지 않은 곳이니까.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지. 다만 애니메이션이 유난히 선악을 분명하게 한 것은 어린애들이 쉽게 이해하란 배려이고.
왜 감동을 느낄까?
여러가지를 말하지만 요지는 잘돼서요~ 하나다.
그래서 말했다. 감동은 역경, 고난, 시련 따위를 피하지 않고 헤쳐나와 잘 되었을 때 느끼는 거야. 고진감래라는 거지. 자기한테도 감동할 수 있단다. 자신의 과거에서 어떤 어려움을 피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달라졌다고 기억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말이야.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기꺼이 또 다른 감동을 얻으려 하지.
이 영화에서 사랑이란 뭐야?
상대에 대한 희생이요~ 한다. (토론 중간에 사랑을 얘기하다 내가 아무래도 잘못 이끈 부분이 있었다고 느낌)
사랑이란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감정 아닐까?
(이하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보충학습이 필요할 듯 해서 보충함)
왜 상대가 기뻐할 만한 것을 기꺼이 찾아 해주려고 할까?
사랑이란 어떤 대상를 만나 자기에게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다는 걸 느끼고 동시에 그 대상으로 인해 결핍된 부분이 충만하게 채워졌다는 기쁨을 느낄 때의 감정이다. 당연히 그 대상을 내 곁에 붙잡아두고 떠나가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봉사, 희생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사랑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니까 평소의 소신이나 가치관, 재산, 심지어 종교마저 기꺼이 내던져 버리게 하는 힘이다. 안나가 엘사를 죽이려고 하는 한스의 칼을 다급한 가운데 손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언니에 대한 사랑 때문이고,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찢은 것도 호동왕자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사랑하는 대상을 내 곁에 두고 싶어서다. 그래서 사랑은 자신을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일부 가져왔음)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완전하지 않은 부분을 채워 완전해짐으로써 기쁨을 얻고자 한다.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면서 '그때의 완벽한 소녀는 사라졌어(That perfect girl is gone)' 라고 한다. 이제껏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는 뜻이고 이제는 어느 순간 사랑의 감정을 느끼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결핍감에 상대를 찾기도 하고 상대를 만났을 때 결핍감을 느끼기도 하겠다. 사랑의 상대는 그 결핍감에 따라 이성, 부모, 자식, 식물, 동물이 될 수도 있겠고. 추운 오밤중에 마당에서 고미(개 이름)가 다급하게 짖으면 귀찮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않고 다급하게 뛰어가는 내 행동도 사랑의 감정이겠다. 내가 외롭지 않다고 느끼게 하는 대상 중 하나니까.
여보 사랑해~
첫댓글 전엔 들어도 한귀로 흘렸던 얘기를 들었어요. 어느 효자 이야기. 부모님께 안마해드리고 씻어드리는 아들이아니고 안마받고 씻겨주면 좋아해주는 효자 아들말예요. 부모님이 그걸 기뻐하면 그대로 해드린다는... 이 이야기를 듣고 친정엄마 생각도 나고 순민이 순하생각도 해 봤네요. 난 내 방식대로만 사랑한다면서 친정엄마나 우리아들들을 못움직이게 꽁꽁 묶어 놓았구나 하구요. 상대가 기뻐할 것을 찾아주는것이 진정한 사랑 맞습니다. 진리이지요.
애들하고 노는 것은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애들과 놀아주는 건 참 힘들잖아요.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도 제 방식대로 하고싶지 당신 방식에 맞추기는 부담스럽고요.
사랑이 아니지 싶어요.
가끔은 부모님이나 자식이 기뻐할 때 울컥하곤 하는데 한결같지는 않지만 들락거리는 사랑은 하는 듯도 싶고...^^;
이렇게 보면 '기소불욕 물시어인'은 폭력에 가까울지도 몰라요 진짜.
강신주가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걸 뒤집으면
내가 원하는 것을 남도 원할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행하라는 얘기라던데.
남이 원하는 것, 기뻐할 것을 찾아주는 것보다 못할 뿐 아니라 고집이고 아집인거지이.....
갑자기 여기서 관중과 공자 리뷰를 또쓰고 있음 ㅋㅋㅋ
내가 원하는 걸 상대가 원하는 걸로 착각하기 쉬우니.... 폭력 맞네~!
사랑 여부를 알고싶으면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를 진지하게 알려고 하는지를 보면 되겠네.
사랑해서(!!!) 돈과 시간과 열성을 쏟아부었는데 상대가 고마워하지도 않고 힘들어하면? 집착!! 되시겠습니다^^;;
그냥 악당을 물리치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전부였다는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지식과 교훈을 배울 수 있어서 기뻐요~
잘못된 생각이었나봐요...
시련과 역경을 통해서 감동이 온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
사랑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점을 바로잡은 것 같습니다.
디즈니영화에 대해서 새로운 느낌을 받은 영화였어요.그리고 지금 프리리스닝으로하고있지만점혀질리지가않아요ㅎ
생각해보니..저도 엘사처럼 과거에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끔 현재나 미래를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엘사의 변한모습처럼 저도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자신있게 살아야 겠어요.,
애니매이션을 보면 남녀와의 사랑으로 끝나는 애니매이션들이 많은데 요번 겨울왕국을 보면서 새로운것을 느낀 것 같습니다.그리고 사랑에 대한 것을 자세히 알았습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바꿀 수 있는 사랑의 힘이 기억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