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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가능하면 쉬운 단어나 순 우리말로
-한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병기
-억지 조어를 사용하지 마라
일반적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쓰면 문장이 무겁고 딱딱해진다. 풍부한 어휘로 다양한 표현을 해야 하지만, 쉬운 단어로 표현이 가능한데도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해 글을 딱딱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읽는 사람을 위한 배려에서도 쉬운 말로 풀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쩔 수 없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는 경우 뜻을 알기 어렵거나 혼동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 그러나 한자의 남용은 거부감을 줄 뿐 아니라 문장의 흐름을 방해하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맞지도 않은 한자를 사용하면 오히려 전체 글에 흠집을 내므로 확실하지 않은 한자는 아예 넣지 않는 게 낫다.
한자를 이용해 만든 억지스러운 조어나 사자성어를 변형한 말은 신문 제목 등에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우리말의 언어 체계를 파괴할 우려가 크므로 자제해야 한다.
1.가능하면 쉬운 단어나 순 우리말로
우리말의 약 70%가 한자어라고 한다. 한자어도 우리말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풍부한 어휘력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한자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인이 읽는 글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면 이해하기 힘들므로 쉬운 말로 바꿔 써야 한다.
어려운 한자어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용 빈도가 높으냐 낮으냐로 따지면 된다. 다소 어렵다고 생각되는 한자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어 쓰고, 순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바꿔 쓰면 더욱 좋다.
◆수험생은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고 생체 리듬을 잃기 쉬우므로 평소 습관대로 최소 다섯 시간 정도의 숙면을 취해야 한다.
*'숙면을 취하다'는 한자어보다 '깊은 잠을 자다'는 순 우리말이 알기 쉽고, 글도 부드럽게 만든다.
☞수험생은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고 생체 리듬을 잃기 쉬우므로 평소 습관대로 최소 다섯 시간 정도 깊은 잠을 자야 한다.
◆수능 시험을 몇 개월 앞두고 본격적으로 실력 향상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박차'는 말을 탈 때 신는 구두의 뒤축에 달려 있는 물건을 뜻하는 한자어다. '박차를 가하다'는 쉬운 말인 '힘쓰다'로 고쳐도 대부분 뜻이 통한다.
☞수능 시험을 몇 개월 앞두고 본격적으로 실력 향상에 힘써야 할 때다.
◆고구려는 광개토대왕에서 문자명왕에 이르기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구가(謳歌)’는 행복한 처지나 기쁜 마음 등을 거리낌 없이 나타냄을 뜻하는 한자어로, '누렸다'로 하는 것이 알기 쉽다.
☞고구려는 광개토대왕에서 문자명왕에 이르기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여러 사람이 일어서서 대동소이한 내용을 중언부언 되풀이해 정말 따분한 시간이었다.
*'대동소이'는 큰 차이 없이 거의 같다는 뜻이고, '중언부언'은 이미 한 말을 자꾸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문장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므로 쉬운 말로 풀어 쓰는 게 낫다.
☞여러 사람이 일어서서 거의 같은 얘기를 되풀이해 정말 따분한 시간이었다.
◆우리 회사를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하면 정보기술 분야의 벤처기업이다.
*'단도직입적으로'는 여러 말 늘어놓지 않고 바로 요점이나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한자어다. 쉬운 말인 '한마디로'로 고쳐도 뜻이 잘 통한다.
☞우리 회사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정보기술 분야의 벤처 기업이다.
◆협상 팀은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나왔으나 일체의 언급을 회피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일체의 언급을 회피했다'는 한자어 표현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순 우리말 표현이 쉽고 부드럽다.
☞협상 팀은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나왔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뿔뿔이 흩어졌다.
◆성실성은 확고부동한 자세를 견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주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확고부동한 자세를 견지하고'라는 표현이 어렵고 무거우므로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또는 '꿋꿋한 자세를 가지고'로 쉽게 고치는 것이 낫다.
☞성실성은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는 주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성실성은 꿋꿋한 자세를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는 주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남측 상봉단과 북측 상봉단은 반세기 만에 극적으로 해후했다.
*'해후'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남을 뜻하는 한자어다. ‘해후하다’는 ‘오랜만에 만나다’ 또는 ‘만나다’로 쉽게 고쳐 쓸 수 있다.
☞남측 상봉단과 북측 상봉단은 반세기 만에 극적으로 만났다.
◆'동방의 등불'은 세계적 시인인 타고르가 한국을 위해 지은 시로, 우리나라를 이처럼 찬양한 시는 전무후무하다.
*'전무후무하다'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는 뜻으로, 문맥에 따라 적당히 '없다' '없었다' 등으로 고치면 된다.
☞'동방의 등불'은 세계적 시인인 타고르가 한국을 위해 지은 시로, 우리나라를 이처럼 찬양한 시는 없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조우해 본 적이 없다.
*‘조우’는 우연히 서로 만남을 뜻하는 어려운 한자어다. ‘조우하다’는 ‘만나다’로 쉽게 표현해도 된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한국 축구는 또 한번의 신화를 창조하기 위한 중차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전에는 '중차대'가 중대함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으나 일본식 한자어다. '중차대하다'는 '매우 중요하다'로 바꿔 주면 된다.
☞한국 축구는 또 한번의 신화를 창조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위기론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기조를 수미일관하게 추진해야 한다.
*'수미일관하게 추진하다'는 쉬운 말인 ‘한결같이 밀고 나가다’로 고칠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위기론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기조를 한결같이 밀고 나가야 한다.
◆건전한 비판을 발목잡기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폄훼’는 남을 깎아내려 헐뜯음을 뜻하는 어려운 말이다. ‘폄훼하다’를 ‘깎아내리다’로 해도 뜻이 잘 통한다.
☞건전한 비판을 발목잡기로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배식구와 퇴식구를 분리해 학생들에게 보다 넓고 쾌적한 식사 공간을 제공했다.
*'배식구'는 '밥(음식)을 내주는 구멍', '퇴식구'는 '밥을 먹은 뒤 빈 그릇을 반납하는 구멍'이란 뜻으로, 간략한 용어이긴 하지만 쉽게 와 닿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다. '밥 타는 곳' '식기 반납하는 곳'(또는 '식기 반납') 등으로 풀어 쓰는 것이 한글세대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밥 타는 곳과 식기 반납하는 곳을 분리해 학생들에게 보다 넓고 쾌적한 식사 공간을 제공했다.
2.한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병기
어려운 한자어를 항상 쉬운 말로 바꿔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어려운 한자어나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한글만 가지고는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한자를 병기해 줘야 한다. 한글 표기는 같으나 뜻이 다른 한자어가 나와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한자를 넣어야 한다.
그러나 한자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에까지 한자를 병기하면 거부감이 들고 읽기에 불편해진다. 더구나 틀린 한자를 집어넣어 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꼭 필요하지 않으면 한자를 안 쓰는 게 좋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는 고속철이 완공돼 역사적인 운행에 들어갔다. 용산역과 광명역에서 출발하며 이들 역사는 고속철을 위해 새로이 지어진 것이다.
*이 경우 세 개의 '역사'는 한글 표기는 같으나 각각 뜻이 다른 단어다. 앞의 '역사'는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공사, 다음 '역사'는 인류 사회의 변천 과정, 마지막 '역사'는 역으로 쓰는 건물을 뜻한다. 혼동할 우려가 크므로 한자를 넣어 이해에 도움을 줘야 한다. 아예 쉬운 말로 고쳐 써도 된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고속철이 완공돼 역사적(歷史的)인 운행에 들어갔다. 용산역과 광명역에서 출발하며 이들 역사(驛舍)는 고속철을 위해 새로이 지어진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공사라는 고속철이 완공돼 역사적인 운행에 들어갔다. 용산역과 광명역에서 출발하며 이들 역 건물은 고속철을 위해 새로이 지어진 것이다.
◆남해안에 유행성 적조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 연안에 중국 양자강에서 발생한 저염분수대가 밀려와 어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적조'나 '저염분수대'는 전문 용어로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단어다. 이런 경우 한자를 병기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양자강'은 중국의 지명이므로 외래어표기원칙에 따라 발음 다음에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
☞남해안에 유행성 적조(赤潮)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 연안에 중국 양쯔(揚子)강에서 발생한 저염분수대(低鹽分水帶)가 밀려와 어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남녘에는 벌써 훈훈한 바람이 분다. 우수(雨水)가 지났어도 아직 쌀쌀하지만 조만간 동면(冬眠)에서 깨어난 우주(宇宙) 만물(萬物)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할 것이다. 제주에서 시작된 봄의 전령(傳令) 화신(花信)은 다도해(多島海)를 징검다리 삼아 남녘 땅에 발을 내디뎠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에서 이처럼 한자를 많이 사용하면 거부감을 줄 뿐 아니라 읽기에 불편하다. 한자가 없어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문장이다.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우수'와 '화신'에만 한자를 넣어도 충분하다.
☞남녘에는 벌써 훈훈한 바람이 분다. 우수(雨水)가 지났어도 아직 쌀쌀하지만 조만간 동면에서 깨어난 우주 만물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할 것이다. 제주에서 시작된 봄의 전령 화신(花信)은 다도해를 징검다리 삼아 남녘 땅에 발을 내디뎠다.
◆대통령과 야당 총재의 영수회담(領袖會談)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만날 때마다 상생(相生)의 정치와 초당적(超黨的) 협력을 입버릇처럼 되뇌었지만 자고 나면 그만이다.
*'영수회담' '초당적' 등의 단어는 자주 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자를 넣을 필요가 없다. '상생'은 뜻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한자를 넣어도 된다.
☞대통령과 야당 총재의 영수회담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만날 때마다 상생(相生)의 정치와 초당적 협력을 입버릇처럼 되뇌었지만 자고 나면 그만이다.
◆스페인의 고대민족인 이베리아 족의 제의로 시작된 투우는 18세기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축제 겸 놀이로 자리 잡았다.
*'제의'에는 의견을 내놓음을 뜻하는 '제의(提議)', 제사 의식을 뜻하는 '제의(祭儀)' 등이 있어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고 혼동의 우려가 있으므로 한자를 넣어 줄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고대민족인 이베리아 족의 제의(祭儀)로 시작된 투우는 18세기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축제 겸 놀이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총선 구도가 '친노' 대 '반노'로 급격히 바뀌었다.
*'친노'는 '친노무현', '반노'는 '반노무현'이라는 뜻으로, 문맥을 통해 알 수 있긴 하지만 '친노동자적' '반노동자적'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한자를 병기하는 것이 좋다.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총선 구도가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로 급격히 바뀌었다.
◆출범 초 '친노 정권'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을 정도로 노사 대등주의를 지향하던 참여정부가 지난 6월 철도 파업을 공권력으로 진압한 뒤부터 급격히 '반노'로 돌아섰다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서의 '친노' '반노'는 '친노동자적' '반노동자적'이란 뜻으로, 많이 쓰이는 '친노(親盧)' '반노(反盧)와의 구별을 위해 한자를 넣어야 한다.
☞출범 초 '친노(親勞) 정권'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을 정도로 노사 대등주의를 지향하던 참여정부가 지난 6월 철도 파업을 공권력으로 진압한 뒤부터 급격히 '반노(反勞)'로 돌아섰다고 노동계는 보고 있다.
3.억지 조어를 사용하지 마라
한자는 뛰어난 조어력을 가지고 있다. 한자를 적당히 조합하면 그럭저럭 뜻이 통하는 새로운 말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끔 신문의 제목에서 상황을 묘사하는 데 쓰이며, 광고에서도 한자 조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자 조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억지 조어가 문제다. 이상한 말을 만들어 내다 보니 우리말 체계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 특히 한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억지 조어를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로 논술 시험에서 자기 나름의 조어를 사용해 글을 쓰는 학생이 있다고 한다. 신문이나 광고 등에서 억지 조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며, 논술이나 일반 글에서는 절대 따라할 필요가 없다.
◆'이번 상승장 믿어株?' '코리안 돌풍 女길 보세요' '40, 50대 성인 쇼핑몰愛 빠졌다' '떠도는 돈 경매路 몰린다' '선두 SK 성과급 富럽다' '유럽 후궁 문화 꽃피운 性君' '카메라 3D게임 TV까지 多된다'
*우리말의 언어 체계를 파괴할 우려가 큰 감각적 제목으로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서 경고를 받은 것이다. 경박한 치기를 재치와 감각인 줄 착각한 것으로 일반 글에서는 본받을 필요가 없다.
◆정리해고 '男存女悲', 주변이 '四面秋歌', 세 사람 '同床三夢'
*신문 제목에서 사자성어 '男尊女卑' '四面楚歌' '同床異夢'을 각각 변형해 쓴 것으로, 이들 단어의 사용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글을 쓰다 보면 이처럼 사자성어를 변형해 멋있는 말을 만들어 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으나 특히 논술 시험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므로 피해야 한다.
◆水준이 다르다!
*술 광고 문구에서 물이 다르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준'의 한자는 '水準'으로, 한자 표기를 하려면 두 글자 다 해야지 '水준'처럼 한 글자만 한자로 표기할 수는 없다. '수준'은 일정한 정도를 나타내는 단어이지 물과는 관계가 없다. 우리말 체계에 혼란을 주는 억지 조어다.
◆연골 生生~, 관절 쌩쌩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의약품 광고다. 힘이나 기운이 왕성하다 또는 생기가 있다는 뜻의 '생생'을 한자어로 생각하기 쉬우나 순 우리말이다. 따라서 '生生'은 잘못된 표현이다. 뜻을 강하게 하기 위해 한자를 끌어다 사용했으나 이 역시 우리말 체계를 혼란시키는 일이다.
◆이 글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은 논외(論外)로 하고 부정적인 측면만 논내(論內)로 하겠다.
*논술 시험에서 '논내'라는 표현이 간혹 나온다고 한다. '논외'가 있기 때문에 '논내'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없는 말이다. 사전에 없는 말을 만들어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발췌: [문장기술(글쓰기 누구나 잘할 수 있다)]-배상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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