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을 마친 뒤
'첫사랑의 신열(身熱)이었다/거친 숨결 덮쳐와 가슴 터질 듯/황홀한 몸짓 비틀며/ 입술 깨물었다//혼돈의 무중력 끌어안고/팽팽한 괴성들/스르르 실눈을 감고/ 발기한 충혈로 혼절을 깨우면/오금이 저린 가랑이사이로/화들짝 눈을 뜬다// 천년의 바람이 말을 걸어오고/희망 가득한 창공을 노래 부르면/아, 저기가 수원/ 방화수류 십리 꽃 성/무지개를 그린다'
차를 타고 오며가며 창룡문 앞 '플라잉수원'쉽게 말해 풍선이 뜰 때 창공을 바라보던 심상을 적어본 것이다. 그렇다고 직접 현장에 찾아가 탑승해볼 용기까지는 내지 못했다. 그런데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할까, 3일 오후1시에 창룡문 앞 현지에서 '플라잉수원'정상가동 설명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날씨도 한결 누그러진 가운데 봄이 멀지 않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풍선 아래서는 5-6명의 직원들이 매달려 뭔가를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비닐하우스로 지어놓은 탑승자 대기실이 있다. 운영사무실 여직원이 있어 e수원뉴스 시민기자라고 하였더니 반가워하며 테이블에 떡과 과일, 커피, 음료수 등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바삐 서둘러 이른 점심을 먹지 않아도 좋을 걸 그랬구나싶었다.
2차 탑승을 하고 있다.
탑승자 대기실에는 곧 카메라를 멘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며, 저마다 잘 아는 사이인 듯 얘기꽃이 뜨겁게 타오른다. 어느 누구는 한 달에 3백 몇 개를 올렸느니, 또 누구는 2백 몇 개를 하며, 백 몇 개가 꼴찌다. 일 년 동안이라면 모를까, 프로기자들의 삶의 근성이 여과 없이 전해왔다. 그중 한분이 내게 와 어디서 많이 본분 같다고 한다. 그래서 뭐하시는 분이냐 물었더니 '그냥 왔다리 갔다리 하며' 지낸단다. 기자냐고 했더니 뭐, 그냥 그렇단다. 그래서' 나도 왔 다리 갔다리 하며 행사 현장에 가다보니 서로 본 적이 있는 모양'이라며 우리는 웃었다.
또 한분의 여성은 내게 '남이섬'에서 보았다며 말을 걸어왔다. 전혀 기억할 수 없어 조금은 미안했다. 그는 수원시 SNS서포터즈라고 했다. 남이섬은 신선한 추억으로 남아있다며, 우리는 금년에도 기대해보자고 했다. 설명회 시간이 되자 탑승자대기실은 취재기자들로 가득했다.
사업본부장이 5~6명의 임직원들을 소개한 뒤 운영현황을 설명했다. '플라잉수원'기구의 정식 명칭은 '게류식 헬륨기구라고 했다. 45톤 장력케이블로 띄우고 있으며, 안전하다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 그동안 1월 한 달 동안 운영하지 않은 것은 기구가 찢어진 곳이 있어 프랑스 현지 공장수리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장 현지에 혼자 갔었다는 정지연 여직원은 기구를 접었을 때 자체 무게가 900kg이라고 말했다. 단독 인터뷰였고, 전에 쌀 한가마의 무게가 90kg이었다고 말하자 그는 80kg밖에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90kg의 쌀가마를 지게에 지고 다녀봤기에 잘 안다며, 그 쌀 10가마의 무게를 잘 알 수 있겠다고 했다. 공장수리는 레이저로 했다며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게 잘 되었다고 했다.
2차 탑승 후 상승
탑승인원은 기상상태가 좋으면 30명까지, 그렇지 않으면 20명도 태운다고 했다. 여러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주기도 하며, 설명회를 마친 뒤에는 두 번에 나누어 전 인원이 시승할 수 있었다. 오늘 시승을 마치고 4일부터 일반인들의 탑승이 시작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신 분들 중에는 이미 전에 타본 경험자들이 많았다. 약간은 설레기도 하며 1차 시승에 나섰다.
'플라잉수원'은 외가닥 케이블이 지하에서 풀리고 감기는 과정을 통해 오르고 내린다. 기구 밑에는 바퀴가 여러 개 달려 있어 기구가 뜰 때는 회전을 하며 상당히 흔들리기 때문에 난간 대 손잡이를 붙잡아야 한다. 오르고 내리는 것은 파일럿이 직접 조종하는 가운데 고도 또한 알려주며, 최고 150m까지만 상승한다고 한다. 그 이상은 항공법상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150m상공에서 5-7분 동안 머물며 수원전역을 볼 수 있다. 수원야구장과 올림픽경기장, 팔달산 꼭대기의 서장대도 아늑하며, 창룡문과 연무대가 유난히 그림처럼 선명하게 들어왔다. 날씨는 많이 춥지 않아 좋았지만 시계 거리가 안개처럼 희미하여 아쉽기만 했다. 또 아쉬운 것은 방화수류정과 화홍문, 장안문, 팔달문, 수원천도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탑승자가 많은 가운데 여기저기 돌아보기엔 공간이 좀 비좁았기 때문이다.
상공에서 본 올림픽경기장과 시내
그러나 파일럿 설명에 따르면 '플라잉수원'이 서울의 남산타워보다 훨씬 전망이 좋다는 것이 외국관광객들의 공통된 전언이라는 것이다. 그럴 것이다. 광교산과 팔달산 서장대며, 장안문, 화홍문, 방화수류정, 연무대, 팔달문, 수원천 등 어디를 둘러보아도 아기자기한 고도 수원을 어찌 서울의 휑한 모습에 비교할 수 있을까. 뿌연 안개처럼 흐린 날씨가 정말 야속하기만 했다. 하지만 나는 꿈을 깨지 않으려는 듯 황홀한 몸짓 비틀며 입술도 깨물고, 혼돈의 무중력 속 첫사랑의 신열도 단단히 준비했던 터라 최면을 걸며 상상의 품에 혼곤히 젖어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