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6 16:27
콩 심은데 콩이 나겠지
뭐가 닮아도 닮는다
조물주께서 조금 편리하려고 빵틀처럼 유전인자를 만드셔 찍어나오게 하신건지
갓난아이때 돌아가셔 아버지를 본적도 없는 청년이 자라면서
뒤태와 걸음걸이까지도 아버지를 닮아 있어 그의 어머니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어느집이건 전화하면 아들이 꼭 그집 아버지 목소리 같아서
속을 때가 있다
어느땐 친구집에 전화했는데 남자 목소리가 받자
그녀 남편인데 아들인줄로 알고 <엄마 계시니? 바꿔 줄래?>
난처한 그 남편이 <저....아닌데요> 해명을 듣고서야
내가 당황하며 죄송하다고 한다
우리집도 남동생이 전화해 제누이인 날 보고 딸애인줄 아는지
< 엄마 바꿔~!>
<나야 누나야~!>
<어~! 난 승희인줄 알았네>
아주버님도 어쩌다 전화하셔서 내게 딸앤줄 아시고 엄마 바꾸라하시고
딸애가 받을때는 제수씨인줄 아시며 혼동하신다
자라면서 세월이 지나면서 닮은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중년이 되어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예전 두리뭉실 그친구 엄마 모습이 배어 나온다
요즘 딸애가 성인 여성으로 성숙되니 얼굴은 물론 체형까지 날 빼 닮았다한다
명절에 내게는 친정이고 딸애에게는 외갓집에 인사갔는데
친정엄마는 손녀가 딸인줄 아시고 언제나 처럼
<아이고 우리 승희 왔어?> 하는 살가운 인사도 안하신다
한참을 나인줄 아셨다고 하신다
딸애와 한살 터울인 조카녀석은 제 외사촌 누나보고
이모인 나인줄 알고 또래인 내 딸에게 꾸뻑 인사 하질 않나
갈수록 더 닮는다며 깜빡 속은것에 대해 모두 실소를 했다
명절에 친가에서 선산에 갔다 내려온 딸애가 투정이다
<엄마 어른들이 내가 엄마 인줄 아시고 나만 돈을 안주시잖아..다른 애들은 주면서..잉~>
선산에서 집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모두 세배돈을 나눠 주시면서
유독 딸애에게만 어미인줄 아시면서 목례만 하고는
용돈 주는것을 빼고 넘어 가더라는 이야기다
가끔 뵈는 어른들이니 부쩍 자라있는 딸애가 새댁때의 나를 연상해 그랬나보다
엄마와 분간 못하게 닮은 죄로 용돈도 받지 못하고 딸애가 억울할일이었다
예전에 미처 아파트 동호수를 모르고 찾아온 내 어릴때 친구들이 마침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날 닮은 꼬마를 발견하고
<네 엄마 이름이 뭐니?> 하고 물어 딸애를 앞장 세워 다행이도 집에 찾아온적도 있었다
싫던 좋던 부모가 가진것을 물려줘야 하는 대물림
생각해보면 그리 날 닮았으면 하는것이 많지가 않다
오히려 닮지 말았으면 하는것이 더 많은것 같다
잠이 많은것 잘 우는것 소심한것 등등 안 좋은것 물려주는것이 부모는 미안하고 애닮아
자식에게는 주어도 언제나 부족한 빚쟁이 같은 마음이 드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