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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DNA를 지닌 배우 패밀리가 넘쳐나는 할리우드. 어린 시절부터 대배우의 2세로 주목받은 배우도 많지만, 연기로 먼저 인정받은 후 자신의 출신을 밝혀 놀라움을 산 배우들도 적지 않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하기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먼저 다지길 택했던 할리우드 2세들, 그런 이유로 조금 덜 유명한 할리우드 부자(父子)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테넷>을 통해 올여름 전 세계 관객에게 눈도장 제대로 찍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 데뷔 2년 만에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 주연으로 발탁돼 전세계 영화인의 주목을 받고, 배우 이전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이색 경력으로도 화제를 모았는데 정말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으니. 그가 할리우드 대표 배우 덴젤 워싱턴의 아들이라는 사실이다. 알고 보면 어린 시절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하고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은 <말콤X>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도 있었다고.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많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오디션을 볼 당시 덴젤 워싱턴의 아들임을 숨겼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난 후 사람들의 반응이 바뀌는 걸 보았”고, 그저 자신의 연기력으로만 승부를 보고 싶어 “아버지가 감옥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톰 행크스의 팬들도 잘 몰랐을 사실, 그의 네 자녀 중 세 명은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중 연기 경력이 가장 두터운 이는 장남 콜린 행크스. 아버지 톰 행크스의 첫 연출작 <댓 씽 유 두>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그는 이후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비쳐왔다.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NCIS>, 영화 <킹콩>에 출연했고 최근엔 <쥬만지> 시리즈 속 성인이 된 알렉스 역으로 강렬함을 남겼다. 2017년엔 단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며 아버지에게서 연기력 뿐만 아니라 연출력까지 물려받았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배우 겸 래퍼로 활동 중인 쳇 행크스는 톰 행크스의 셋째 아들이다. 2007년 데뷔한 그는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다지고, <판타스틱 4>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아버지의 연출작인 <래리 크라운> 등에 작은 역으로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최근엔 <쉐임리스> <엠파이어> 등에 출연하며 영화 보단 드라마 쪽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중. 쳇 행크스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성공한 대배우의 그늘에서 사는 건 축복이지만 힘든 부분도 있다”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는 데 있어 아버지의 영향을 최대한 피할 것”이라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아버지의 이름 덕에 역할을 따냈다 할지라도, “그 역할을 스스로 얻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결국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최근 국내 스크린에 발길이 뜸했던 스콧 이스트우드 역시 할리우드 2세 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다. 대배우이자 감독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역량을 펼치고 있는 할리우드 존재감 갑,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 깊은 눈매와 콧대, 입매까지 아버지를 쏙 빼닮은 외모 덕에 데뷔부터 아버지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스콧 이스트우드는 아버지의 이름을 앞세우는 대신 작은 역부터 차근차근 소화하며 배우로서 경력을 다져나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아버지의 깃발> <그랜 토리노> <인빅터스>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등 할리우드 대형 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인 케이스. <퍼시픽 림: 업라이징> 이후 2년간 국내 스크린을 찾지 않았지만 연기 활동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 영화 <아웃 포스트>가 올해 공개됐고, 신작 <캐시 트렁크>는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데뷔 이래 90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해온 할리우드의 다작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 그의 과거를 쏙 빼닮은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그의 둘째 아들 맥스 아이언스다. 부모님을 비롯한 집안 어른 대부분이 연기, 연극 제작 분야에 종사 중인 환경에서 자란 맥스 아이언스는 자연스레 영국 명문 길드홀 음악 연극 학교를 졸업했고,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맥스 아이언스의 인터뷰에 따르면 제레미 아이언스는 아들이 배우가 되는 것을 썩 반기지 않았다고. 맥스 아이언스는 “배우가 되겠다”고 선언하자, 아버지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와 너희 엄마는 매우 운이 좋은 편이다, 너는 우리처럼 운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충고를 건넸다는 일화를 밝힌 바 있다. 자신의 꿈을 좇아 연기에 발을 들인 맥스 아이언스는 <레드 라이딩 후드> <호스트>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할리우드의 믿음직한 신인으로 얼굴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던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글렌 클로즈의 명연기로 아카데미를 비롯한 전 세계 시상식에서 주목받은 <더 와이프> 등에 얼굴을 비추며 필모그래피에 굵직한 작품들을 더해가는 중. 2018년부터 현재까진 첩보 드라마 <콘도르>의 주인공으로 출연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