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생활경제 전망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 내외이다. 2023년 11월 발표한 한국은행 전망치는 2.1%, 일부 투자은행과 민간 경제연구소 등의 전망치는 1.8% 정도도 있고, 2024년 초 발표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2.2%이다. 모두 2023년 경제성장률 예측치인 1.4%보다는 꽤 높다. 이 만큼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좋아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성장률 자체보다는 성장의 내용과 다른 경제변수들이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 국민의 살림살이와 직접 관계되는 체감경기, 물가와 금리 집값, 환율, 금융상황 등으로 나누어 2024년 상황을 점검해 보자.
첫째 2024년 체감경기는 2023년 하반기 이후의 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2024년의 성장세 확대가 반도체 등의 수출회복에 주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은 알다시피 엄청난 장치산업으로 수출증가의 과실이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다. 사람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져야 소비가 늘고 소상공인들의 경기가 좋아진다. 또한 임금은 경기에 후행하기 때문에 성장 확대에 따른 임금 인상도 금년 하반기 이후에 나타날 듯하다. 결국 가계의 소비 여력이 2024년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체감경기에 크게 영향을 주는 주택투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보면 2024년은 경제성장의 수치는 높아지겠지만, 일자리와 영세자영업자 업황 등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다.
둘째, 물가와 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나 하락세는 더딜 듯하다. 2024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안정 등으로 2.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어 2023년 3.6% 상승 보다는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체감물가는 이미 오른 물가의 영향으로 여전히 높고, 물가상승 압력이 남아 있는 곳이 많다.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은 장기적 구조적으로 진행될 듯하다. 기후변화 문제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농촌에서 과일 채소 등을 재배하던 고령층이 생산현장을 계속 떠나고 있어 공급이 줄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인상을 뒤로 미룬 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하반기에는 올릴 가능성이 크다.
2024년에 들어 정책금리는 물가안정에 따라 인하 주장이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2024년 성장률 2%, 소비자물가 2.6%를 고려할 때 한국의 정책금리 3.5%는 높은 수준이 아니다. 또한 과잉가계부채 문제가 언제든 현재화될 수 있어 과거와 같이 무리한 저금리 정책기조로의 회귀도 쉽지 않을 듯하다. 미국은 물가안정 기조가 정착되거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 정책금리를 낮출 것이나, 언제 일지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물가수준은 2%를 초과하지 않으면서 2%에 근접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2% 대로 떨어졌다고, 바로 정책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요인의 하나이다. 따라서 고금리 상황은 기대보다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집값은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세하락이 시작된 분위기이지만, 정부정책에 따라 상당기간 혼조를 보일 수 있어 조심하여야 한다.
셋째, 환율은 신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가격변수라 전망의 의미가 별로 없다. 그래도 대략 방향을 짚어 보자. 원화의 대미달러 평균 환율은 2021년 1142.42원, 2022년 1291.95원, 2023년 1305.41원으로 상승해 왔다. 2024년 환율은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수출증가로 외환수급이 개선되고,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전망과 함께 외국인투자자의 위험자산 선호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화환율의 상승에 대한 구조적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거품의 현재화 가능성,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불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 요인 때문에 2015-2016년 연간 1000억달러 내외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는 강세를 보이지 못했다. 경제주체들이 환율에 대해 조심할 것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에 따라 환율이 어느 한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환율이 예상과 반대로 크게 움직여도 살아남을 수 있게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넷째, 주식시장 등 금융상황이다. 2024년 한국 주식시장은 상승 기대감이 크지만, 실제 어떻게 될지는 알기 어렵다. 내일의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어 주가 전망도 환율과 같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종목이 많은데다 수출 호조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이 크게 개선될 수 있어 주가가 상승할 기업은 많을 듯하다. 투자자들은 이런 기업을 찾아야하고, 정책당국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가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거시경제여건과 기업의 실적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수 있고 투자자가 늘어난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은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으로 떠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관리차원에서 투자비율만 유지하고 있다. 이러니 한국 주식시장은 경제규모의 확대와 기업실적 개선 등에도 장기간 횡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지배구조의 개혁 등을 통해 선진화되어야 장기투자가 늘고 전망도 조금은 쉬워질 듯하다.
경제주체들의 대출 접근성은 금리인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을 듯하다. 기업대출은 부동산 PF대출의 부실이 현재화되고, 코로나 이후 만기 연장된 소상공인 대출이 정리되면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확대 유혹이 있겠지만, 목에 찬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늘기 어려울 듯하다. 은행도 집값의 하향안정 징후를 무시할 수 없어 가계대출 확대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책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이러한 대출시장의 위축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2024년 한국경제는 경제지표의 개선에도 체감경기와 물가 금리 대출접근성 등이 국민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듯하다. 정부는 경기대응적인 단기대책과 함께 보상체계 개편과 경쟁 확대를 통한 규제혁파 등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장기정책을 같이 추진하여야 한다. 그러나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단기대책은 충실한 편이나, 구조개혁정책은 구색 맞추기 정도이다. 금년은 어떻게 넘어 갈 수 있겠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계속 어렵고, 한국경제의 성장세는 조금씩 약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