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지뢰? 그렇다면 미군 지뢰는?
양구에 사는 박춘영 할머니는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었다. 불행은 그녀로 끝나지 않았다. 큰아들과 손자가 앞서 세상을 떠났고 살아 있는 둘째 아들도 불구가 되었다. 모든 불행의 씨앗은 지뢰였다. 그 지뢰는 누가 매설했을까? 북한군? 미안하지만 아니다. 미군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미확인 지뢰지대’라는 경고 푯말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지뢰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땅이 한반도 전역에, 특히 민통선 주변에 많은 이유는 이렇다.
‘미확인 지뢰지대’가 부산까지 퍼진 이유
미군은 한국전 당시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탐지기로도 탐지할 수 없으며 가벼워서 유실도 잦은 M14 대인지뢰를 한반도 전역에 심거나 살포했다. ‘살포’라 함은 헬기를 이용해 무작위로 뿌렸다는 뜻이다. 미군은 지뢰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어용 무기라고 믿었다. 그래서 미군기지 주변을 온통 지뢰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1970년대부터 미군은 한국군에게 주둔지를 이양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주둔지를 이양하면서 무슨 지뢰를 어디에 묻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한국군에게 넘겨주지 않고 그냥 떠나 버린다. 지켜주겠다고 달려와 피까지 흘려놓고 그 땅 위에 위험천만한 죽음의 씨앗을 마구 뿌려놓고 ‘나 몰라라’ 떠나버린 것이다.
미군이 얼마나 많은 지뢰를 한반도에 뿌렸는지, 그 숫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8군이 들여온 지뢰만 12만 발이고 그중 2만 발만 매설지역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나머지 10만 발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공식적으로는 남한에만 1백만 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고, 2백 50만 발은 군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공식적이라고는 하나 이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다.
사실 미군은 정전협정 2조에 따라 1953년 7월 30일까지 비무장지대(DMZ) 내의 지뢰를 모두 제거해야 했다. 물론 미군은 협정을 지키지 않았고 (혹은 못했고) 그래서 비무장지대는 그 이름도 무색하게 중무장지대로 남게 되었다.
지뢰사용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평화나눔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36개 지역에서 40개의 지뢰지대가 발견되었으며 그중 20개 지역은 미군이 주둔하다가 한국군에게 이양한 곳이라고 한다. M14 대인지뢰는 앞서 말했다시피 가벼워서 장마철에는 100km 이상 이동하기도 한다. 거기에 후방지역에 있던 미군기지 주변까지 지뢰지대로 남으면서 한반도 전역은 지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린 것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부산 영도구의 중리산에도 ‘지뢰’ 경고가 나부끼고 있는 이유다.
미군이 자신들이 사용하던 자리를 양도 또는 비우면서 지뢰를 제거하지 않은 이유는 불평등하고 굴욕적이기까지 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때문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 4조 1항에는 ‘미군이 군 시설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지뢰를 제거할 이유가 없다.
지뢰에 의한 민간인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민통선 내 213개 마을에서 최소 5명씩 피해자를 잡아도 1,000명 이상의 지뢰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을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뢰피해자 대다수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02년 파주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하다가 한쪽 다리를 잃은 김동필씨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군이 민간인을 지뢰제거 작업에 투입하면서 요구한 각서 때문이다. 각서의 내용은 이렇다. ‘지뢰제거 작업 중 사고가 나도 군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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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2015. 8.14) http://blog.newstapa.org/moosou/2302
그렇다면 한반도 지뢰 매설 현황은 어떨까?
사단법인 평화나눔회의 자료를 보니 무척 놀랍다. 2001년 조사라서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남한 지역에 이렇게 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니...단위면적당 지뢰밀집도 세계 최고.
서울 우면산, 김포 장릉산, 인천 문학산, 성남 남한산성, 태안, 울산, 군산, 양산 원효산, 평택 현덕읍, 팽성읍, 부산 중리산, 나주 금성산 등...
참으로 분단 70년 역사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고 돌아보아야 할 일이 많기도 하다. 정보가 차단되어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침묵할 때 국민들은 다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http://kcblpsa.koreafree.co.kr/main/page.html?pid=261
DMZ 관광지에 ‘지뢰밭’…무방비로 민간인에 노출
kbs뉴스(2015. 5.11)http://news.kbs.co.kr/news/view.do?ref=A&ncd=3073064
참고할 사이트
한국지뢰연구소 http://www.landminekorea.org/page/page.php?pid=108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