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논란의 중심에 서서 유명해진 미국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이 ‘연어 정자 페이셜’을 받았다고 밝히고, 뉴욕의 고급 스킨케어 클리닉에서 ‘페니스 페이셜’을 받았다고 배우 산드라 블록과 케이트 블란쳇이 언급하자 이런 시술을 제공하는 피부과와 웰니스 클리닉들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연어 정자 페이셜 시술은 얼굴에 연어 정자를 바르거나 주사하는 것은 아니다. 피부재생을 돕는 성분은 DNA 분해 조각인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로, 연어 정자에서 추출한 DNA를 효소로 분해해서 만든다. 연어 어종이 특별해서가 아니고, 수컷 연어의 생식샘에서 쉽게 대량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셜'이라는 표현과는 달리, 실제 시술에서는 정제한 PDRN 혼합물을 미세 바늘로 피부에 주입한다.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는 매우 화학적으로 들리지만, 정자 페이셜이라는 말은 색다르고, 한편으로는 자연친화적으로 들린다. 중요한 것은 시술 후 거울에 보이는 모습이 더 매력적 인가인데, 보는 이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1980년대 과학자들이, PDRN이 상처 치유 과정에서 세포 분열에 필요한 새 DNA의 합성에 재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투여해 보니, 실제로 흉터와 화상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피부보습 증가, 염증 감소, 콜라겐을 만드는 섬유아세포도 증가하였는데, 이런 점들이 PDRN을 미용에 활용하게 했다. 그러나 결과는 엇갈리는 것 같다. 피부에 바르는 폴리뉴클레오티드는 일반 보습제 이상의 효과가 없었고, 미세 바늘로 피부에 미세 손상을 주어 콜라겐 생성을 유도하여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마이크로니들링'과 함께 했을 때 일부 효과가 있었다.
피부 개선 효과의 요인은 두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피부에 있는 효소가 폴리뉴클레오티드→뉴클레오타이드→뉴클레오사이드의 순서로 분해하면, 이 뉴클레오사이드를 세포가 새로운 DNA를 만들 때 사용한다. 둘째, 뉴클레오사이드 중의 하나인 아데노신은 피부 수분·영양 공급에 중요한 새로운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수용체를 활성화시켜준다. 결과는 대단하다고는 하기 어려우나, 큰 돈을 낸 사람의 눈에는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멸균 처리하고, 살아 있는 세포가 없고,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이 없게 처리한 추출물로 클리닉에서 시술할 경우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단, 마이크로니들링만으로도 피부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페니스 페이셜’은 산드라 블록이 어느 토크 쇼에서 사용한 우스갯소리였는데, 실제로 포경 수술 후 남은 영아의 포피 조직과 관련이 있다. 정확한 명칭은 ‘상피세포 성장인자(EGF) 페이셜’이다. EGF는 세포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섬유아세포 안에 들어 있다. 초기에는 포경수술을 받은 (한국) 영아의 포피에서 분리한 섬유아세포를 복제해 세포주를 만든 뒤 배양액에서 EGF를 추출했으나, 지금은 EGF 유전자를 삽입한 박테리아가 이 단백질을 생산한다. 최종 시술에 사용되는 혈청은 세포가 아닌 단백질 용액이다. 이를 마이크로니들링과 함께 피부에 주입하면 세포교체 촉진, 콜라겐 증가, 피부결과 탄력이 개선될 수 있다.
요상한(?) 명칭과 셀렙의 입소문으로 연어 정자 페이셜과 페니스 페이셜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효과는 대체로 미미하며, 히알루론산 주입이나 국소 레티노이드 치료보다 못하다는 연구가 많다. 히알루론산은 피부를 채워 잔주름을 완화해 매끄러움을 준다. 레티놀·트레티노인 같은 레티노이드는 콜라겐 생성을 증가시키므로 효과가 더 뚜렷하다. 이 둘은 정기적으로 사용하면 항노화효과가 있으며 임상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히알루론산과 레티노이드를 폴리뉴클레오티드나 EGF 페이셜과 함께 사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부 노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햇빛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피부 노화의 주범은 자외선이다. 얼굴과 엉덩이 피부를 비교해보면, 어디가 주름이 더 적은 지 금방 알 수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