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박힌 우리사회 소수자 폭력 지적
“MB정권 표현의 자유 심각히 훼손”
소수자·국가발전 위해 사회권 개선 要
재일동포가 받는 차별에 분노하고, 백인의 유색인종 차별을 비판하면서도 흑인을 ‘깜둥이’ ‘연탄’이라고 자연스럽게 부르는 나라. 2007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외국인과 혼혈을 차별하는 단일민족 국가 이미지를 극복하라”는 권고 받은 나라. 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사회, 경제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2월 22일 저녁,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을 가득 매운 청중들은 인권을 상실한 우리사회 소수자의 문제를 지적한 한 법학자에 말과 몸짓에 집중했다.
강연이 시작되자마자 청중들을 압도한 법학자는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 우리 시대 진보학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그는 이날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부설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개최한 불교미래사회포럼 초청 강사로 나와 ‘우리에게 소수자란 누구를 말하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 소장 법안스님으로부터 “한국의 마이클 샌델”이란 찬사를 받으며 강단에 선 조국 교수. 그는 “독실한 불자였던 조모께서 살아계셨다면 오늘 이 자리에선 손자를 자랑스러워 하셨을 것”이라며 “저는 우리사회 모든 계층과 계급으로부터 구박받고 외면 받는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한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1970년대 장발족을 단속하고, 여성들의 미니스커트 길이를 조사했던 권위주의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막을 내렸지만 이명박 정권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차이점은 정부정책을 비판한 이들이 유죄판결이 아닌 무죄판결을 받는 것이죠. 촛불시위 참가자 수사, 미네르바 및 MBC PD수첩 사건 등은 현 정권의 ‘과잉 범죄화’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표현의 자유 침해를 비판한 조 교수. 그는 “촛불시위 재판 당시 ‘집회의 자유’기본권에 문제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박재영 판사는 보수 기독교 신자다.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관련 수사를 거부한 임수빈 검사는 세상이 다 아는 공안 검사다. 현 정권이 사회적 약자에게 가하고 있는 공격은 보수와 진보, 종교적 믿음을 떠나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을 포함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국민들에게 야유나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참지 못한다면 자리에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야유나 풍자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보낼 수 있나? 지금 대한민국은 대의 민주주의 근간은 살아 있지만 자유권의 상당 부분이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며 현 정권에 의한 자유권 상실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현 정권의 표현의 자유 억압을 비판한 조 교수는 이어 우리사회 그늘이라 할 수 있는 소수자 인권문제를 거론했다.
“‘숫처녀. 초 재혼 상관없음. 후불제 염가제공. 도망가면 책임짐’ 우리 농촌지역에 가면 목격할 수 있는 베트남 신부 결혼 광고입니다. 2007년 남편 폭력으로 베트남 이주여성 후안마이씨의 장례식에 참가한 베트남 여성들은 ‘때리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 만지지 마세요’란 글구가 적시된 한국어 회화교재를 들고 있었습니다. 우리 다수가 잊고 사는 현실, 알고 싶어하지 않는 소수자의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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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듣기 위해 공주에서 왔다며 "후배들에게 선배들처럼 권위적으로 하지 않으려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하소연을 한 고등학생에게 조 교수는 "권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몸소 실천해야 한다. 누군가 욕을 먹더라도 실천하면 관행과 권위는 무너진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고등학생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는 조국 교수의 모습. |
조 교수는 “만약 하인즈 워드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서 태어나 살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며 “피부색만 다를 뿐 한국말을 완벽히 구사하고 주민증을 소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우리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세계화를 말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신은 구태의연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992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청수장 여관에서는 술집 여종원으로 일했던 이 모양(18세)이 시체로 발견됐다. 여관 주인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 양과 함께 투숙했던 김 모 순경을 살인범으로 몰았다. 그는 1심과 2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불심검문을 통해 진범이 체포돼 무죄로 풀려났다.(1992년 모 일간지 청수장 살인사건 기사 중)
“청수장 사건은 진범이 잡혔지만 김 순경은 그 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됐죠. 가족들도 마찬가지고요. 인권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다수자가 소수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우리사회 반체제 활동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 비정규 노동자가 어떤 상태에 처해 있습니까? 소수자의 인권이 보호돼야 합니다”
이주민, 장애인, 범죄인 등의 인권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한 조국 교수. 조교수는 소수자의 인권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자유권과 함께 사회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정부 10년간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됐습니다. 정치적 민주화를 추종한 세력들이 사회, 경제적 민주화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우리사회는 이른바 먹고사는 사회 경제적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했습니다”
이계안 前 국회의원이 지적한‘한국의 4대 개미지옥(사교육비, 집값, 일자리 부족, 노후)’을 인용,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 경제적 빈부격차를 우려한 조 교수.
그는 “노동과 복지 문제인 사회권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국가가 나한테 해주는 일이 아닌 것 다고 여기고 있다”며 “사회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걷어간 세금이 어떻게 써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4대 개미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과 복지제도가 개선되기 위해선 국민들이 자유권과 함께 사회권이 중요한 인권문제임을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장하고 남은 것이 있으면 복지를 하겠다는 패러다임은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아래인 칠레는 전국에 4천여 개가 넘는 복지시설을 조성해 국가 발전과 선진복지를 이뤘습니다. 소수자 인권과 함께 국가발전을 위해선 복지문제를 간과해선 안됩니다”
주간불교 김치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