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경비원의 ‘경비 외 업무’ 허용에 대해
경비업법상 경비원은 시설, 호송, 신변, 기계, 특수경비원으로 구분되며 신임교육과 매월 직무교육도 받아야 하고, 복장신고, 배치신고까지 해야 하지만 아파트 경비원은 앞서 말한 것들이 채용과 근무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경비 도급계약하는 경우 제외)
결론적으로 말하면 경비업법상 경비원과 공동주택 경비원을 동일한 법으로 규정하지 말고 각각의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여기에 있다.
‘경비원’ 호칭을 같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두 경비업무를 동일 선상에 두고 동일 법을 적용하니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애초부터 경비업법이 만들어진 이유가 아파트 경비원 업무를 정의하려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현행법상 아파트 경비는 시설경비원으로 분류되는데,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경비업법은 공경비가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 경비용역의 적정을 기하려는 목적에 의해 제정된 것이며 ‘경비’ 그 자체가 목적이다. 그러나 공동주택 경비원은 경비 자체가 목적이 아닌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관리인력 중 하나이므로, 경비업법상 경비원으로 규정하지 말고 공동주택관리법으로 규정하면 될 일이다.
경비업법상 경비업은 도급이기에 공동주택 관리와 그 성질이 엄연히 다름에도 경비업법상 도급의 개념을 적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물론 일반적인 아파트 경비보다 수준 높은 경비서비스가 요구되거나, 보다 수준 높은 경비활동이 필요할 경우 경비용역업체와 경비업무만을 도급으로 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비’야 말로 경비업법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공동주택 경비원’에서 ‘공동주택 관리원’ 등으로 그 명칭을 바꾸고 경비업법 적용 제외 대상으로 한다면, 대대적인 해고의 우려도 없다. 문제는 도급 계약을 통해 배치된 아파트 경비원에게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경비 외 업무’까지 부담시키는 것에 있다.
아파트 경비원을 ‘경비’만을 위한 인력으로 고려하지 말고 공동주택 관리 근무자로 인식해 공동주택 관리인력으로 재정립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런 문제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경비업법상 요건을 확보하고, 경비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주택관리업계에 전달했다.
경찰은 단속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법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주택관리업계 등과 협의했어야 했다. 주택관리업계도 마찬가지다.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하는 법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서로 ‘다름’을 섞고자 하니 안될 일이다.
얼마 전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대안으로 공동주택 경비원의 ‘경비 외 업무’가 허용된다는 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기사를 봤다. 얼핏 보면 공동주택 경비원의 대량 해고를 막는 대안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부당간섭 의미를 구체화하고, 경비업법 적용 제외 규정을 신설해 업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공동주택 경비원을 경비업법으로 묶어두기 때문에 이런 실효성 없는 대안이 생기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을 고집스럽게 경비업법을 적용하다 보니 같은 경비원이 다른 장소에서는 처벌받는 일을 공동주택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되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허용하겠다는 ‘경비업무 외 업무’를 살펴보자.
[청소업무] 기존의 경비원이 청소를 하는 경우는 다른 외부 청소원이 없는 경우다. 주 업무가 청소라면 청소원을 두는 것이 맞다. 굳이 경비원에게 ‘경비 외 업무’인 ‘청소’를 예외적으로 허용까지 하면서 경비원에게 청소를 시킬 필요가 있을까? 경비원 대신 청소원을 채용하게 되는 상황이 문제라면 너무나 큰 오산이다. 반대로 경비원이 ‘경비 외 업무’인 ‘청소’를 하고 있으니 청소원 채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공동주택 관리원’이라고 명칭을 바꾸고 경비업법에서 제외하면 해결될 일이다.
[주차업무]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의 경비원은 입주민 주차대행을 주 업무처럼 하고 있다. 심지어 단지 밖에 불법주차를 하고 나서 경비원에게 단지 내 주차를 하라고 하는 것이 일상이다. 입주민 스스로 처리할 일을 이제는 법으로 경비원 업무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주차관리업무에 대한 범위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어떤 경우라도 ‘주차’가 업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규정되는 순간 어떠한 전제조건, 제한범위가 있다 한들 그것을 고려할 입주민은 거의 없다.
‘주차’는 ‘경비업무’라는 의미로만 각인 될 것이며, 갑질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주차’는 ‘경비업무’라는 이유로 주차대행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분리수거와 택배 또한 마찬가지다. 설마 이것을 고려하지 않고 경비 외 업무에 ‘주차’를 뒀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불법주차단속, 단지 내 원활한 통행을 위한 단속 등의 업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싶다.
[분리수거] 최근 재활용품 수거 문제가 커지면서 분리배출방법을 보다 엄격히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택배 스티커 제거, 페트병 색깔별로 구분 배출 등 보다 철저한 분리배출에 대한 홍보 및 안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리수거 업무는 어떻게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정확한 분리배출은 기본적으로 입주민의 몫이다. 입주민이 무분별하게 배출한 재활용품을 정리하는 것이 지속적인 경비원의 업무가 돼선 안 된다. 분리수거 및 배출방법에 대한 것은 입주민에게 지속적 홍보와 계도를 할 사항이지 경비원이 대신 해줄 일이 아니다. 분리수거 및 무단배출에 대한 단속, 분리수거장에 대한 청결 유지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싶다.
[택배] 무인택배보관함이 없는 아파트 경우 택배수발 및 보관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각각의 아파트마다 상황에 맞게 택배보관함을 만드는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택배를 집으로 배달해 주는 것이 업무가 돼서는 안 된다. 이 또한 배달이 아닌 택배 분실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앞서 말한 ‘경비 외 업무’라고 하는 것은 단지 특성과 조건이 모두 다르므로 공통 적용할 수는 없으며, 해당 공동주택에 부합한 관리방법, 관리주체의 관리능력과 입주민 인식 개선으로 해결할 일이지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공동주택에서는 허용하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 허용규정이 족쇄가 돼 갑질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허용하지 않았어도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입주민은 당연히 ‘경비 외 업무’에 대한 동의를 바랄 것이며, 관리업체는 동의를 위한 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경비원은 그동안 해왔던 일이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 동의는 더욱 단단한 족쇄가 돼 이전의 갑질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량 해고를 막는다는 이유로 대량 갑질의 명분을 주고 말았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만큼 제아무리 훌륭한 시행령을 정한다 할지라도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일반화돼 있고 팽배해 있는 입주민의 공동주택 관리직에 대한 그릇된 주인의식을 바로잡는 일이다. 만연한 부당한 요구와 지시를 방지할 수 있는 법과 정책을 만들고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다. 입주민이 부당한 요구와 개인적 지시, 폭언, 막말 등을 해왔고, 하고 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관련법 개정을 아무리 하더라도 그 법이 지켜지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한다.
출처 : 김충환 관리계장 충북혁신LH천년나무4단지 kslee@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