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2.
"우리나라 교육은 교육학자들이 망친다"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교육학자로서 나는 이 말에 반론을 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수긍하고 미안함을 가질 때가 더 많다.
교육학과에서 강의를 할 때면 위의 말이 새삼 실감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교육 만능주의와 함께 교육을 신성시 여기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육과 사회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회문화관점을 소개하면 대부분 충격을 금치 못한다. 그나마 비판적 사고에 공감하고 힘의 불균형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이해하지만 학교 교육은 여전히 지식 습득이 기본 전제여야 한다는 사고를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이런 생각들이 초중등교육에서 생겼다면 대학 진학 후 교육학 수업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자연스레 바뀌어야 할텐데 교육학과 3~4학년들 중 사고가 바뀐 학생을 흔히 보지 못헀다. 이번 학기 수업에서 철학을 좋아해 교내 철학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 그녀는 학기 초 나와의 대화에서 한나 아렌트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철학으로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학과에 와서 교육에 오히려 관심이 없어진다는 학생을 나는 자주 만난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교육학 수업마다 여전히 이론 중심의 지식을 전달하고 있어서 탁상공론을 경험하고 교육 개선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마저 든다고 한다.
내가 만난 여러 대학의 학생들에 의하면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소개를 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한다. 교육과정 분야는 교육과정의 재개념화라는 명칭과 함께 포스트모더니즘 사조에 의해 연구가 활발한데도 국내 교육학과 교육과정 교수자는 이를 거의 소개하지 않나보다. 의아한 일이다.
교육학의 모든 분야가 포스트모더니즘을 소개할 필요는 없다. 동시에 지식 습득이나 지식 구성에만 초점을 두어 교육학을 논의해야 할 이유도 없다. 구성주의를 소개하는 교육학자들조차 자신들이 허용한 다양성 범위에서 학문을 소개할 뿐 다른 관점은 소개하고 있지 않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살펴본 후 혼돈과 과격함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말고 제대로 들여다보는 교육학자가 많아지길 나는 바란다. 교육학과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학 4년 동안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교육학자들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교육학자와 교육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외면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되길 바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