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09. 07
지금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세계 18개국에서 모인 야구 선수들로 들썩인다. 국제야구연맹(IBAF)이 주최하는 제36회 야구월드컵은 지구촌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야구 경연장이다. 세계 최강을 가리는 무대이자 국제야구의 물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자리다.
대회 개막일이던 2일, 알도 노타리 IBAF 회장과 버트 팔만 대회조직위원장이 모여 기자회견을 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노타리 회장은 유창한 스페인어와 영어로 이번 대회의 의미를 강조했고, 선전을 부탁했다.
곧바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가칭)과 야구의 올림픽 퇴출에 관련된 것이었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된 이유에 대해) 많은 국가에서 유럽에서의 지지도를 탓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유럽 가맹국 45개국 가운데 38개국에서 야구의 올림픽 잔류에 표를 던졌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빠진 것은 오히려 야구가 흥행하고 있는 지역에서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노타리 회장은 미국과 메이저리그 쪽으로 화살을 겨눴다. 그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흥행을 노리는 미국이 올림픽에서 야구가 성공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림픽의 기본정신은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가 모두 참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구는 다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에 참가할 수 없는 이상 기량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둬야 한다. 야구의 수준보다는 보급에 의미를 두자는 말이다. 또 최고의 기량을 지닌 메이저리거는 도핑 테스트에서도 불편함을 감수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노타리 회장은 메이저리그가 세계 야구를 둘로 나눠놓고 있으며 그 힘겨루기에서 올림픽야구가 희생됐다는 식으로 말했다. 실제로 이번 야구월드컵은 아마추어 최강 쿠바와 주최국 네덜란드를 앞세운 유럽야구가 주축이며 프로리그가 진행 중인 미국.일본.한국 등은 정예 대표팀을 참가시키지 못해 그 위상에 흠집이 날 처지다. 한국은 파나마.네덜란드에 무너졌고, 일본은 푸에르토리코에 덜미를 잡혔다. 정예끼리의 맞대결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다.
이렇게 메이저리그가 추진하고 있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과 국제야구연맹 주최의 야구월드컵은 각각 세계 최강을 가리는 대회처럼 여겨지지만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한국 야구는 이 두 갈림길에서 어떻게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할 것인가. 이번 야구월드컵과 내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은 국제야구에서 한국 야구가 어느 위치에 설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로테르담에서>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