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페와 에로스(Agape and Eros)
아가페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인간 상호 간의, 특히 교회 내에서
의 기독교인 상호간의 사랑을 나타내기 위하여<참조: 코이노니아> 신약성경에서
빈번하게 사용된 헬라어 단어이다. 아가페에 관한 고전적인 설명은 고린도전서
13장에 나타나 있다. 아가페는 상대를 풍요하게 하고 높이기 위하여 비이기적
으로 자신을 주는 사랑이다. 기독교인들은 그러한 아가페가 예수 그리스도 안
에서 구현되었다고 믿는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자기 자신을 사람에
게 주신 것이다.
로마 가톨릭 신학에서는 아가페, 혹은 자비(charity)는 하나님의 성화의
은혜(sanctifying grace)에 의하여 인간의 영혼에 주입된 초자연적인 덕이다.
이 아가페는 인간을 자연적인 존재의 질서로부터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하신 초
자연적 질서의 사랑으로 끌어 올리기 때문에 "모든 덕들 중의 덕"이라 불리운
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가페의 완전한 실현은 이 세상에서는 불가
능하고, 단지 영원세계의 환상적 복(beatific vision)으로 그것을 기다릴 뿐이
다. 그러나 믿음과 소망을 통하여 그 사랑은 이 지상에서도 부분적으로 성취될
수 있다. 그 사랑은 첫째로는 하나님을 향한 것이고, 둘째로 하나님이 사랑하
시는 모든 피조물들에 대한 사랑이다.
아가페와 대립되는 또하나의 헬라어 개념으로서 에로스가 있다. 이는 바
램과 소망을 나타내며, 그리하여 인간을 뛰어넘어 성취와 완성을 추구하도록 인
간을 몰아가는 하나의 '정령'(daemon)으로 취급되었다. 플라톤(Plato)에 의하
면, 이 완성은 영원세계의 영혼이 보여주는 진선미의 최종적인 환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에로스는 낮은 것이 높은 것을 추구하는 불완전의 감정에서 비롯된
다. 반면, 아가페는 완전한 것과 불완전한 것의 결합이고, 보다 높은 것이 낮
은 것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이 두 이상 사이의 차이점을 조직적으로 지적하고, 그것들이 서양 기독교
사상에 끼친 영향을 추적한 사람은 스웨덴 학자 니그렌(Anders Nygren)이다.
니그렌에 의하면, 아가페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기독교의 모티브인데, 이는 필요
나 욕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그리고 아무런 보상도 없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를 비하하시고, 인간 세상에 자신을 결합시키시는 사랑이
기 때문이다. 에로스의 이상이 기독교적 이상 속에 스며들어 오는 곳에서는 어
디에서나 아가페의 기본적인 모티브가 위협을 받고 파괴 당한다. 왜냐하면, 에
로스는 사랑의 대상 자체 안에 있는 가치에 의하여 그 동기가 부여되는 사랑이
므로 아가페의 자발성과 무상성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니그렌의 이러한 생각은
현대 개신교 신학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쳤으나, 틸리히(Paul Tillich)와 같
은 학자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즉, 아가페와 에로스가 구분되어지긴 하지
만, 궁극적으로 이 둘이 분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약에서도 신약에서
도 마치 에로스에는 아가페적 요소가 전혀 없는 것처럼 신적 아가페에서 에로스
를 완전히 분리시킬 수는 없다. 신약성경이 인간적인 에로스의 완전한 성취를
아가페이신 신적 존재 속에서 찾고 있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구약성경에서의 하
나님의 이스라엘을 향한 사랑 속에는 욕망의 요소가 들어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