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24 창세기 5장에 기록된 족보의 특징과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으로 과연 연대의 기준을 삼을 수 있는가?
이것은 아담의 계보를 적은 책이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에 하나님의 모양대로 지으시되 아담은 백삼십 세에 자기의 모양 곧 자기의 형상과 같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셋이라 하였고 아담은 셋을 낳은 후 팔백 년을 지내며 자녀들을 낳았으며 그는 구백삼십 세를 살고 죽었더라(창 5:1~5)
성경통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걸려 넘어지는 부분이 족보이다. 익숙하지 않은 히브리 이름들의 나열도 그러하고, 계속 반복되는 '낳았다'는 표현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창세기 5장은 뚜렷한 형식을 갖춘 성경상의 첫 족보이다. 비록 4장 16절부터 가인의 족보가 기록되어 있지만 거기에는 사람의 이름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창세기 5장에는 이어지는 세대의 연도를 알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족보는 늘 지루하다. 그러나 모든 족보는 뚜렷한 특징과 목적이 있다. 창세기 5장도 마찬가지이다. 그 특징을 바르게 이해해야 성경 족보를 남용 혹은 오용하지 않게 된다.
첫째로 창세기 5장은 분명히 '족보'(genealogy)이지 '연대기'(chronology)가 아니다. 이 장은 아담으로부터 노아까지의 10세대를 인물의 연속으로 처리하고 있다. 만약 그 기간의 연대를 기록하기 위한것이 주목적이었다면 시간 정보를 제공하며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장은 누가 누구의 후손임을 밝히는 것이 목적인 족보이기에 정확한 연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사람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제임스 어셔(James Ussher, 1581~1656) 감독이 한 것처럼 성경의 족보를 근거로 연대를 산출하는 것은 부정확 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낳았다'는 말도 꼭 제 1세대 자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세기 46장 18절에서 실바의 손자와 증손자들을 언급한 후, 이는 실바가 야곱에게서 낳은 자손들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룻기 4장 17절에서도 룻의 아들을 "나오미가 낳았다"고 하였다. 세대간과 형제간이 한 절에 나란히 언급된 경우도 있다. 역대상 1장 4절에는 '노아, 셈, 함과 야벳'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세대와 세대 사이에 대수가 생략된 경우도 종종 있다.
둘째로 이 족보는 아담의 후손을 기록하는 족보가 아니라 노아의 직계 조상들을 밝혀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족보이다. 만일 이 족보가아담의 족보라면 가인을 비롯하여 그의 수많은 자녀들의 이름이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담으로부터 노아까지 단선으로 기록되어있다. 이것은 비록 세대 순서로는 셋으로부터 출발한 하향식이지만 기록 의도로는 노아로부터 출발한 상향식임을 말해 준다. 이는 6장에서부터 시작되는 홍수 기사를 전하기 전에 먼저 노아의 신원을 밝혀 주기위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족보로는 아담 후손의 전체적인 분포를 전혀 가늠하지 못한다.
셋째로 이 족보는 창세기 4장 16절부터 기록되어 있는 가인의 족보와 비교하였을 때, 기록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가인의 족보는 세대별로 사람의 이름만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5장의 족보는 사람들의 생애를 요약하고 있다. 즉 그들의 탄생, 성장, 결혼, 출산 그리고 사망을 기록하고 있다. 각 세대는 에녹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더라'로 마친다. 이런 기록 방식은 4장 족보의 사람들은 후손을 남겼다는사실 외에는 다른 아무 의미가 없지만 5장 족보의 사람들은 그들의 삶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4장의 족보와 5장의 족보는의도적으로 비교하도록 편집되어 있다. 가인의 족보가 7대째인 라멕에 이르러 일부다처와 유혈 복수로 악이 절정에 이르는 것처럼(창 4:23),셋의 족보는 7대째인 에녹에 이르러 그의 승천으로 의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또 두 족보 모두 각각 한 아버지가 세 아들을 낳는 것으로 끝난다. 즉 라멕은 야발과 유발과 두발가인을 낳았고(창 4:20~22), 노아는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다(창 5:32). 이런 사실은 이 족보들이 어떤 목적에 의해 구성상 정리된 것임을 나타낸다. 이런 특징도 이 족보가정확한 연대를 밝히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차제에 창세기 5장에 기록된 부조들의 수명과 아들을 낳은 나이에 관한 기록이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는 문제를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그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맛소라 본문에 의하면 이 족보에 주어진 나이를 연대기적으로 계산하였을 때, 창조로부터 홍수까지 1656년이 된다. 그러나 사마리아오경은 야렛, 므두셀라, 라멕이 아들을 낳았을 때의 나이를 감함으로 1307년밖에 되지 않는다. 칠십인역은 반대로 여러 부조들이 아들을 출생한 나이에 100년을 가함으로 그 전체 기간이 2242년이나 2262년이 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를 깊이 들여다보면, 맛소라본문(MT)이 원본이고 나머지 것들은 나름대로 어떤 원칙에 의해 맛소라본문을 변경한 것임을 알 수있다. 예를 들어, 칠십인역은 아들을 낳았을 때의 나이는 150세 이상되었을 것이라는 전제를 세우고 맛소라본문에서 아들을 낳았을 때의 나이가 150살 미만일 경우에는 모두 100년을 더한 후, 이후의 연령에서 100년을 뺐다. 그러므로 전체 수명은 변화 없이 자녀 출생 연대만 적당히 조절되었다. 또, 사마리아역본은 족보가 진행되면서 자식 출생의 연령이 점차 낮아진다는 전제하에 마할랄렐 이후에는 첫 아이를 낳은 나이를 60이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요세푸스의 기록은 기본적으로 칠십인역과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당시의 칠십인역 사본에의해 므두셀라가 아들을 낳았을 때의 나이를 187세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