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프레이즈와 디스 논설위원 문광열
자동차는 기름을 먹어야 움직인다. 품질이 좋은 기름을 먹이면 소화 기능이 양호해져서 차는 기분 좋게 달리지만, 품질이 낮은 기름을 먹이면 배탈이 나고 매연을 뿜어서 주인에게 저항하는 소리나 행동을 즉시 나타낸다. 그런 관계로 차 주인은 품질이 좋은 기름을 찾아 자동차에게 먹이는 동기가 이 때문이다.
언어 문화의 지배
인간기계(人間機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라메트리(La Mettrie)가 그의 인간기계론에서 "인간은 미묘하고 정교한 생리적·심리적 기계"라고 붙인 명칭이다. 인간도 자동차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도 감정의 시동을 걸면 움직인다. 인간이 저질 언어를 먹고 피폐한 사회에서 살게 되면 정서적 비포장도로를 만나게 되므로 모든 범사가 불만과 소외로 육체와 정신적 고장을 일으키게 되지만, 고급 언어를 먹으면서 살게 되면 인격과 품위를 지키면서 건강의 고속도로를 달리게 된다.
인간을 거문고에 비유한 신학자도 있다. "거문고를 퉁기면 소리가 난다. 그러니까 거문고를 잡것이 퉁기면 잡소리가 나고, 사랑하는 연인이 인생의 거문고를 퉁기면 감미로운 소리를 낸다."고 노래했다. 인간이 듣고 사용하는 언어 중에는 빛과 어둠, 희망이나 절망, 낙원과 지옥 문화로 인간을 유도하는 두 종류의 언어가 있다.
첫째는 '매직 프레이즈'(Magic phrase)다. 인간의 심성을 풀어주고 누그러뜨리게 하며 아름다운 이상을 추구하게 하는 마법과 같은 말의 구사가 매직 프레이즈다. 인간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운명적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언어(言語)가 인류 역사 이래 매직 프레이즈 문화였다면 세상은 훨씬 웃으며 살맛 나는 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정말 죄송합니다, 어서 오세요, 실례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세를 졌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매우 좋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등등 상냥하면서도 겸손한 자세로 언어문화에 매직 프레이즈를 삽입했다면, 긍정적이며 합리적인 인간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성경에서도 인간은 "입이 식물의 맛을 변별함 같이 귀가 말을 분별하나니 우리가 스스로 옳은 것은 택하고 무엇이 선한가 우리끼리 알아보자"라고 말씀하셨다. 언어란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사람의 좋은 말 한마디 듣는 것이 천금보다 나으리라"고도 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의 말이다.
둘째는 디스(Diss)다. 디스란 저주, 경시, 경멸, 욕설, 원색적 폄하의 말을 의미한다. 디스라는 말은 'Disrespect'의 줄임말이다. 디스는 가시와 같다. 디스에 찔리면 아프다. 그래서 감정이 폭발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디스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솝이야기다. 여우가 사냥개에게 쫓겨 헐떡거리며 가시나무 울타리 밑으로 숨었다. 여우를 쫓던 사냥개는 가시에 찔릴까 봐 쫓던 것을 포기했다. 가시나무 울타리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긴 여우는 울타리 밖으로 나오려다가 그만 가시에 찔려 피가 철철 났다. 그러자 여우는 몹시 화를 내면서 가시나무를 저주했다. "너는 정말 나쁜 나무로구나. 너를 믿고 도움을 청한 나를 가시로 찌를 수가 있단 말이냐...!" 그 말에 가시나무는 "내 가시에 찔렸다니 안됐구나. 하지만 그것은 네 잘못이다. 화를 내려거든 다시는 내게로 오지 말거라..." 가시 때문에 덕을 봤지만 가시에게 여우도 찔렸다는 교훈이다.
우리가 가꿔야 할 도시
또한 디스는 뱀의 독이다. 뱀의 디스가 하나님과 인간과의 친목을 깨뜨려 놓았다. 아담(남자)은 "내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로 알고 소중하게 아끼던 하와의 디스를 하나님께 고발했다. 이에 하와는 뱀에게 속은 것을 후회하며 하나님께 뱀의 디스에 속은 것을 변명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고 아담과 하와는 보따리를 챙겨 에덴에서 내쫓겨났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뱀의 디스가 인간을 유치하게 만든 것이다. 니버(Reinhold Niebuhr)도 "인간은 동물에 비하면 너무도 고상하고, 천사에 비하면 너무도 추하다. 그러니까 인간은 두통스러운 존재다."라고 했다. 디스가 인간의 언어문화를 처참하게 유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디스가 디스를 재생산하고 있는 형국이 일부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디스가 있는 곳엔 인격도 없고 인륜도 없다. 오직 야만과 원시가 우글대는 정글일 뿐이다. 특히 네티즌이 개진하는 디스는 낯뜨거워 볼 수가 없고, 일부의 정치인들이나 대모 군중 속에도 디스는 무기로 둔갑해 있다. 디스가 존재하는 곳에는 행복과 평화는 없다. 오직 공포뿐이다.
매직 프레이즈와 디스는 천국과 지옥이다. 감옥에서도 천국을 사는 사람이 있고 고대광실 저택에서도 지옥생활을 사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매직 프레이즈가 충만하도록 가꿔야 한다. 매직 프레이즈는 인간의 복지(福祉) 인프라에 어떤 문화보다 우선(優先)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