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한번 당선하신 두분께 진심으로 축하 말씀드립니다.
심사평/한국 현대시인협회 이사, 에드몬톤 시인 김숙경
<시 부문>
당선작가는 오랫동안 습작을 해 온 듯하다. 출품작품이 고른 수준이고 기존 작가 못지않다고 본다. 좋은 시는 잘 익은 과일을 먹거나 향긋한 꽃을 보거나 아름다운 그림을 볼 때처럼 잔잔한 감동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겨진다. 좋은 시 한 편이 삶을 윤택하게 하고 희망의 등불을 켤 수 있음이다.
나는 한시(漢詩) 서구시(POETRY)도 아닌 '우리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풍토와 체질, 정서에 잘 어울리는 시가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될 것 같다. 이것이 우리 한국시인들의 사명이고 언젠가는 노벨 문학상도 한국문인에게 주어질 날이 올거라 믿는다.
오늘 시 당선작 작품에 다소 어려운 어휘가 있어도 시 감상에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 본다. 요즘 난해시가 신춘문예에 많이 나오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난해시보다 쉽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쉽고 아름다운 시를 쓰면 좋겠다. < 쉽고 좋은 시>로 잘 알려진 김현승의「눈물」 김춘수의「꽃을 위한 서시」조지훈의「승무」 김수영의「풀」정호승의「수선화에게」등등 쉬우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시는 언어의 건축이고 미의 운율적 창조이고 영원한 진실 속에 표현된 삶의 이미지이다. 시인으로 독자의 한사람으로 오늘과 같은 신춘문예 당선 작품을 대하게 되어 기쁘다. 당선자 약력을 보니 한국에서 낭송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활발히 활동한 낭송가이기도 하다
낭송작가는 많은 시를 읽고 또 읽으며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독자에게 그 시상을 잘 느끼도록 표현한다. 그리하여 충분히 많은 작품을 대하고 습작할 기회가 많았으리라 짐작한다. 훌륭한 시인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시부문 당선작 당선 소감
-하명순-
삶의 지평선 위에서 오늘의 경계선을 기억 할 것이다. 땅의 끝은 지금까지의 길이고 하늘의 끝은 내일의 길이다. 땅의 끝과 하늘이 만나는 지평선은 내게는 그렇게 보이기만 한다.
광활한 밀밭에서 모국어를 잊지 않고 창작의 밭을 일구는 사스캐츠완문학회에 충정을 느끼며 밀밭에서 경작을 하는 분들과 할 수 있다는 일이 감사하다.
리자이나의 가을 추수가 이루어지듯 문학의 결실도 풍성해지고
겨울엔 사스캐츠완의 혹독한 눈보라도 견뎌내며 내실을 다져서 짜릿한 봄기운에 파종하듯이 문학회의 승승장구를 기원하며 사스캐츠완문학회 관계자 모든 분께 감사한다.
*시부문 당선작『지평선』
하명순
적도의 출몰성出沒星* 사이에 걸린 경계다
안팎으로 드러나기를 두려워한다
지구가 아무리 자전해도 전몰성全沒星**은
지평선 아래 묻어 둔 피톨처럼 생생하다
물결치는 광목 아래 누워 자던
눈썹에 드리우는 또 하나의 경계
북위선을 달리는 야간열차
차창 밖 저녁을 털어 내는 새떼의 비행
한때 이런 황량한 끝자락 보면
바다 위 구름 속을 걷듯 막연해지곤 했다
수축해진 목을 뻗어 지구본을 더듬는 이쯤에
지평선 끝없는 내륙의 난간에서 언제 보아도
뇌수가 방향 없이 뭉클 쏟아진다
해지개***가 빠져나간 등을 언뜻 보았다
언제든 떠났다가 와도 흔적 없는
사막, 초원, 툰드라, 시베리아 벌판
너른 품으로 새의 길을 따라 걷듯
또 하나 저며진 결을 따라간다
* 출몰성 : 천구(天球)의 일주운동에 따라 지평선에 출몰하는 별.
** 전몰성 : 천구(天球)의 일주운동에 따라 지평선 아래에 항상 떠 있는 별.
*** 해지개 : 해가 서쪽 지평선이나 산 너머로 넘어가는 것.
<수필 부문>
수필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물이 흐르듯 유연하되 단단한 뼈기 있는 글,
가슴 가장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감동의 향기에 젖어드는 글이 좋은 수필이라 한다. '들녘에 피어나는 들국화는 피고 싶어서 핀다. 꽃더러 왜 피느냐고 묻지 말라. 살아 있음의 가장 확실한 모습임을.....'<魂으로 쓰는 글 / 반숙자 >
이런 모습은 작가가 작품을 쓸 때 그는 곧 자신의 생명을 피우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좋은 수필을 쓰는 방법으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多想)을 들고 있다. 글에 대한 개념과 느낌이 천태만상이지만 마음에 느낌과 인상이 남아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 할 것이다
감동, 새로움, 흥미, 지식, 교훈, 정서, 평화,용기,지혜를 주며 독자들의 인생에 가치와 의미와 깨달음을 주는 글은 마음이 맑아지고 인격에서 향기가 나는 글이다. 나는 이런 수필을 좋아한다.
좋은 수필이란 문장이 간결하고 평이해야 하고 표현이 정밀하고 솔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당선작은 비교적 특징을 준수하고 쓴 글이라 본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좋은 수필을 쓰게 되리라 믿는다.
두 편의 수필을 읽으며 작년에 하늘가신 내 어머님이 그리워지고 삶에 여백을 잔잔한 여운으로 물들게 하여 좋았다. 작가 자신과 독자들의 삶에 향기가 되는 수필을 써 주길 기대해 본다.
수필 가작 당선 소감/김강현
귀한 상을 제게 허락해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뭔가를 정리해야 할 때, 혹은 문득 문득 스쳐가는 생각들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 작성했던 글을 모아서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읽어보면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썼던 글들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안에는 느낄수 없지만, 5년 혹은 10년이 지난 후에 캐나다에서의 이민생활을 돌이켜 보면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국의 부모 형제들과 더 정겹게 지내지 못했던 날들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리움과 간절한 날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를 생전에 더 가까이에서 뵙지 못한 마음이 막상 돌아가시게 되니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다가와서 생전에 같이 했던 추억들을 돌이켜 보며 어머니를 생각해 이 수필을 쓰게 되었습니다.
또한, 더 많은 노력을 통해 좋은 글을 써서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문학인으로서 영글어 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이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가작 당선작=『미숫 가루와 어머니』/ 김강현
벌써 유월 중순이다.
강산이 한 번하고 반이나 변하도록 타국에 살아도 여름철이면 나의 입맛은 아직도 얼음 띄운 미숫가루 생각이 난다.
냉동고를 뒤적이다보니 검은콩 미숫가루 봉지가 눈에 띄었다.
어머니 생전에 미숫가루 좋아하는 막내 아들을 위해 한국에서 보내주신 것이다. 귀한 것이라 아낀다는 것이 냉동고 저 아래로 들어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이렇게 내 앞에 있다.
봉지를 열어보니 미숫가루 향기가 고소하다. 지금은 그리움 뿐인 어머니의 향기가 전해져 가슴이 먹먹하다.
객지에서 자식들이 끼니 거를까 항상 염려하시던 어머니!
해가 바뀔 때마다 손수 햇 것으로 만드신 미숫가루를 부쳐 주셨다.
당신 건강 보다 객지 생활하는 자식들 먼저 챙기셨다. 지금은 그 다정 다감하시던 어머니는 우리곁에 계시지 않지만, 미숫가루의 고소한 내음에 어머니를 추억하다 눈물이 핑 돈다.
그 날 어머니는 당신 자식들이 기억하기 좋은 5월 8일 어버이 날을 택하여 저 세상으로 돌아 가셨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어버이 날이 되면 어머니께 거르지 않고 전화를 드렸는데, 하필이면 그 날은 이런저런 이유로 내일로 미루는 바람에 마지막 대화도 못한 채 보내드린 것이 못내 가슴 아픈 회한으로 남는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마음이 어머니를 떠 올릴 때마다 아쉬움과 죄송함 뿐이다.
구십 평생을 사시면서도 정도를 걸으섰던 어머니! 오늘은 문득 빛바랜 사진첩을 들여다 본다.
그 속에 온화하게 미소짓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직도 살아 계신 것만 같고 "막내야!" 하고 부를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나의 시간들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 함께 보냈다.
유난히 막내아들을 사랑해 주셨던 어머니! 돌이켜 보면 팔 남매 자녀들 키우시면서 당신은 가슴에 품은 못다한 말씀도 많았겠지만, 가슴으로 삭이셨음을 내 나이 반백, 아비 되고 보니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지난 어버이 날에도 고국 형제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 날이 어머니가 가신 날이기에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를 추억하며 기리는 자리이다.
멀리 타국에 산다는 이유로 그 곳에 함께 할수 없음이 아쉽고 형제들에게 미안함 뿐이다.
길다면 긴 세월 구십 해를 세상에서 호흡하고 사셨지만, 돌아보면 아쉬웠던 추억들 못다한 이야기도 참 많다.
그리운 어머니 오늘은 못다한 제 가슴속 이야기 하나 당신께 전해봅니다.
어머니!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당신과 나는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많이 이 아들을 사랑 하셨다는 것과 또 제가 얼마나 많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운 어머니 이제는 평안하게 잠 드시고 다음생에 꼭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