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구두쇠
어떤 노인이 병이 났다. 머리와 허리가 아프고, 입맛이 없고,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약이란 약은 다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노인은 아주 용한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의사는 노인에게 처방전을 적어주면서 그대로 약을 지어 먹으라고 말했다.
노인은 약방에 가서 약사에게 처방전을 내밀었다. 처방전을 본 약사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부인병 처방전입니다.” 노인은 의사가 실수로 처방전을 잘못 썼다고 생각했다. 노인이 다시 한의원을 찾아갔으나 직원은 “한 달 후에 선생님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노인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처방전의 내용을 떠올렸다. ‘세상에 내가 여성호르몬에 이상이 있는 부인병에 걸렸다니!’ 노인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노인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멍청한 처방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했다. 노인도 따라 웃었다. 한 달 후 노인이 그 의사를 찾아가 처방전이 잘못되었다고 하자 의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잘못 쓴 게 아니에요. 정확한 처방전입니다.”
실제 노인의 병은 울화병이었고 그에게 필요한 것은 웃음이었다. 노인이 처방전을 떠올리며 자주 웃었더니 울화병 증세가 사라졌다고 한다. 중국 작가 스샤오옌이 쓴 ≪눈물이 나더라도 인생 앞에 무릎 꿇지 마라≫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웃음은 스트레스 해소제인 엔도르핀의 분비를 유도하고, 암세포를 잡아먹는 NK세포의 활동을 강화한다. 많이 웃는 사람은 병도 적게 걸린다. 반면 찡그린 모습은 건강과 행복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미국의 심리학 교수가 석 달 동안 매일 찡그린 얼굴로 1000번씩 한숨을 쉬었더니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웃으면 유산소운동 효과가 있다. 다량의 공기를 흡입해 산소 섭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킨다. 크게 웃으면 신체의 300개 근육이 움직인다. 스탠포드대학 프라이 박사는 “웃음에는 제자리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영어 ‘health(건강)’와 ‘happy(행복한)’는 웃음을 뜻하는 희랍어 ‘hele’에서 나왔다. 건강과 행복을 모두 지키는 비결이 웃음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이들수록 웃음과 점점 멀어진다. 서양의 경우 아이들은 하루에 400번가량 웃지만 성인들은 평균 14번에 그친다고 한다. 한국 성인은 고작 하루 7번 정도 웃을 뿐이다. 웃음은 아무리 웃어도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토록 웃음에 인색한 것일까?
- 배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