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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서유기 [제44회]
고난길에 나선 삼장
백흠은 쌍차령에서 중을 머무르게 하다.
죽을힘을 다해 산마루에 오른 삼장이 반나절을 걸었으나
마을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배는 고프고 산길은 갈수록 험했다.
이제 더 이상 버틸수 없을것같아 걱정이 되는데
문득 사나운 범 두마리가 길을 가로막고 으르릉 거린다.
뒤로 물러 나려다 보니 뱀 몇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고
좌우에도 독사와 맹수가 기회를 엿보고 노려보고 있었다.
쿄쿄 ~~ 배고파! 쿄쿄
말도 겁에 질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선 자리에서 똥 오줌을 싸더니
앞다리를 꺽고 땅에 푹 쓰러져 채칙으로 아무리 때려도 일어나지 않고
고삐를 당겨도 꼼짝을 않는다.
사방이 모두 막혀 몸 둘곳 조차 없이 곤경에 빠진 삼장은
영락없이 죽었다고 생각하자 슬픈 생각이 밀려 들었다.
이제 운명을 하늘에 맏기는수 밖에 없다고 체념하는 순간 놀랍게도
호랑이와 뱀과 맹수들이 슬금슬금 물러나 사라졌다.
삼장이 머리를 들고보니 한 사람이 저쪽에서 산 기슭을 돌아서 나왔다.
손에는 작살을 쥐고 허리에 활과 화살통을 찬 참으로 늠름한 사내였다.
머리엔 얼룩얼룩한 표범가죽을 쓰고 양털로 만든 옷을 입었다.
허리에 사만대를 두르고 사슴가죽 신을 신었다. 고리 눈이 부리부리하고
범의 구렛나루 거스러졌다. 이사내가 독 화살이든 주머니를 차고
작살을 쥐고 한소리 크게 외치자 산 짐승은 벌벌떨고
날 짐승도 산지사방 다 흩어져 달아나 꼬리를 감춘다.
삼장은 그가 가까이오자 땅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대왕님! 살려주십시요. 제발 살려주십시요!"
남자는 삼장 앞으로 걸어와 작살을 놓고 삼장을 부추겨 일으켰다.
"스님 두려워 하지 마십시요. 난 도적이나 강도가 아닙니다.
저는 이 산의 사냥군 유백흠 이라는 사람 입니다 자를 진산태보라고 하지요.
아까부터 호랑이 두 마리를 쫒아 여기까지 왔는데
뜻 밖에도 스님을 만나게 됐구려"
"소승은 대당 천자님의 심부름으로 부처님을 뵙고
경을 얻기위해 서천으로 가는 중입니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는데 호랑이와 뱀과 맹수들에게 둘러싸여
꼼짝없이 죽을 판이었지요 헌데 다행이 당신을 만나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참으로 고맙소이다."
"내가 이곳에 살면서 산 짐승을 잡아먹고 살기때문에 녀석들이
나를 두려워 한답니다. 대사께서 당나라에서 오셨다니
우리는 고향 사람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곳은 당나라 땅이고 나는 당나라 황제의 땅에서
그 물을 마시고 사는 백성이니 대사와 나는 같은 백성입니다.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오늘은 내집에서 쉬시지요.
내일 아침 내가 큰 길까지 모셔 드리겠습니다.
삼장은 사냥군의 말을 듣고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
사냥꾼 유백흠에게 백배사례하고 말을 끌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두사람이 산마루를 넘어서자 획획하는 바람소리가 났다.
"저 소리 나는 곳에 범이 있을 것입니다.
대사께서는 여기서 잠깐 기다리 십시요.
저놈을 잡아서 대사께 오늘 저녁 대접 하겠습니다.."
백흠의 말에 삼장은 가슴이 떨리고 오금이 저려서 걸음을 옮길수가 없었다.
백흠은 작살을 쥐고 범이 있는 곳으로 한발한발 다가갔다
앞숲에서 털빛이 고운 범 한마리가 튀어 나왔다.
"이놈 어디로 달아나려 하느냐?"
다급해진 범은 발톱을 세우고 백흠에게 달려들었다 백흠은 끝이 세갈래로
갈라진 작살과 한손엔 칼을 들고 작살을 휘둘러 범을 후려쳤다 .
삼장은 그 무시무시한 광경에 넋을 잃고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이래 이렇게 무서운 광경을 본일이 없는 삼장이었다.
백흠과 범은 고개 아랫까지 내려가며 치열하게 싸웠다
싸움이 한식경이나 계속되자 범의 발길질이 둔해지고 허리에 힘도 빠진것 같다.
그때를 놓치지않고 백흠은 작살을 쳐들어 범의 가슴을 콱 찔렀다
작살은 보기좋게 가죽을 뚫고 들어가 범의 간에 박혔다
순식간에 땅바닥은 피 바다가 되었다. 백흠은 범의 귀를 잡고 길로 끌어올렸다,
이호걸은 그토록 치열한 싸움을 치르고도 숨결조차 거칠지 않았고
얼굴 빛 하나 변 하지 않았다.
"정말 잘됐습니다 이놈 한 마리면 대사님 몇일 식사는 넉넉하겠습니다."
"태보께서는 정녕 산신이시요." 삼장은 백흠의 용맹에 극구 칭찬을했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나는그리 대단하 사람이 못됩니다.
이건모두 대사님의 복입니다.얼른 가시지요.
가죽을 벗기고 밥을 지어 대접 하겠습니다."
해묵은 고목이 하늘을 찌르고 마른 등나무 길을 덮었다 /
아득한 골짜기 바람이 차갑고 까마득한 절벽이 기묘하구나 /
오솔길에 들꽃은 향기를 뿜고 몇그루 대나무 푸른 이파리 하늘 하늘 /
풀로엮은 사릿문에 대나무 울타리 정녕 한폭의 그림같구나 /
길가엔 낙엽지고 하늘엔 흰구름 떠간다 /
성긴 숲에선 산 짐승이 울부짓고 문 밖에선 강아지가 짖는다 /
백흠이 문에 이르러 범을 내려놓고 외쳤다,"얘들아! 어디 있느냐?"
그 소리에 서너명의 종이 나오는데 모두가 험상궂은 얼굴이었다.
그들은 범을 집안으로 메고 들어갔다.
"서둘러 가죽을 벗기고 요리를 해라 귀한 손님이 오셨다!"
백흠은 종들을 재촉하고는 삼장을 안으로 맞아 드렸다.
그들은 다시 인사를 나누었다.
백흠이 삼장을 자리에 앉게하고 차를 대접하는데
한 노파가 며느리를 데리고 들어와 삼장에게 인사를 했다.
백흠이 그들을 소개했다. "저의 노모십니다 저쪽은 저의 아내 이지요!"
삼장은 얼른 일어나 노파를 상석에 앉히며 말했다.
"영당께서는 자리에 앉으셔서 소승의 절을 받으십시요."
"대사는 먼데서 오신 손님이신데 절이라니 당치 않습니다.그만 앉으십시요."
백흠이 노모에게 삼장을 소개했다.
"어머니 이스님은 천자님의 심부름으로 서천에 경을 가지러 가시는 분입니다.
고개위에서 만나 집으로 모셔 왔습니다. 내가 내일 큰 길까지 배웅하려 합니다.
"아주 잘했다. 마침 내일은 네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꼭 일년이 되는 날이 아니냐?
스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내일 아버님을 위해 경을 읽어드리고
모래 떠나시는것이 어떻겠는지.?"
유백흠은 범 사냥의 명수고 산에사는 사냥꾼들의 두령이었지만
효성이 지극했다.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향과 지전을 갗춰 놓고
삼장에게 하루 더 묵고 가라고 부탁을 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종들은 의자와 식탁을 준비하고 김이 무럭무럭나는
범고기를 큰쟁반에 담아들고 들어와 식탁에 차렸다.
백흠이 삼장에게 먹기를 권했다. 삼장은 합장하고 말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허나 소승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중이 된 몸입니다.
고기는 먹지를 못합니다.
백흠은 삼장의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것참 큰일 이군요. 우리는 대대로 육식을 하며 살아와서 야채는 먹지 않습니다.
어쩌다 죽순이나 버섯이 생겨도 짐승 기름으로 볶아서 먹는답니다.
두부도 마찬가지 이고요. 집에 솥이 두개 있습니다만
모두가 짐승 기름이 배어 있지요.
이러고서야 대사님을 모셔온게 오히려 잘못한 일인것 같군요."
"제걱정은 마시고 어서 드십시요.소승은 사오일쯤 먹지않고도
견딜수가 있답니다."
"그러다 혹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태보께서 그 짐승들에게 잡혀먹힐 저를 구해주신 큰 은헤를 생각하면
굶어 죽는 편이 호랑이 밥이 되는 것 보다야 훨씬 났지요."
백흠의 모친이 듣고 있다가 아들을 나무랐다.
""얘야 ! 스님께 그게 무슨 소리냐? 걱정말아라.
내가 스님들실 음식을 장만 하겠다,"
"그런것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는 잠자코 있거라."
백흠의 모친은 며느리를 불러서 작은솥에 불을 지펴 기름기를 없에고
깨끗이 씻으라고 일렀다. 그솥에 반쯤 물을 부어 끓여서는
느릅나무 잎을 넣어 차를 준비하고 조밥과 산나물 반찬을 만들어 상을 차렸다.
"대사님 어서 드십시요 이것은 며느리와 제가 만든 정결한 음식입니다."
삼장은 고맙다는 인사를하고 비로소 자리에 앉았다.
한쪽에는 백흠의 상을 따로 차렸다. 거기엔 간도하지 않은 범고기.노루고기.
뱀고기 여우고기.말린사슴 고기가 그릇마다 가득 하였다.
막 식사를하려고 하는데 삼장은 합장을하고 경을읽었다.
그 바람에 백흠은 놀라서 수저를 들지 못하고 일어나서 삼장의 곁에 섰다.
삼장은 몇마디 중얼중얼하고 나서 말했다.
"자.그럼식사를하십시다." 백흠이 물었다.
"대사는 단두경을 하는 화상이 아니시요?"
"이건 경이 아닙니다. 밥먹을때 올리는 기도 입니다."
"출가한 사람들은 참 번거롭군요 밥먹을 때에도 그런것을 해야하다니."
식사를 마치고 상을 물리자 황혼이 깃들었다.백흠은 삼장을 데리고 뒷뜰로갔다
집사이에 좁은 길을 지나자 풀로 지붕을 이은 정자가 있었다
그안에 들어가니 활과 쇠뇌가 걸려있고 바닥에는 화살을 넣은 단지가 여러개 있었다.
들보에는 벌것게 피가 묻어 걸려있는 범 가죽이 두장 걸려있고
벽밑에는 창 .칼. 작살.몽치같은 무기가 수두룩히 세워져 있었다.
백흠이 삼장에게 그 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기를 권했으나 삼장은 무시무시한
분위기와 피비린내 때문에 더 이상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다시 뒤로 돌아가니 정원이 있는데 국화가 활짝피고 나무는 빨갇게 단풍이 들어있었다
사방을 휘휘 둘러보고있는데 어디선가 살이 포동포동 찐 사슴이 여러마리가 뛰어 나왔다
사슴들은 사람을 보고 도망을 가기커녕 도리어 친근하게 다가왔다.
삼장이 물었다. "아마태보께서 이들을 키우시는 게지요.?"
"예! 장안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농부가 양식을 저축하듯 우리는 사냥한 짐승을
얼마간 길러서 날이 좋지 않을 때에 대비하고 있지요."
그러는 사이에 날이 어두워졌다. 두사람은 앞채에 돌아와 잤다.
다음날 아침 집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정갈한 음식으로
삼장을 대접한뒤 불사를 청했다.
삼장은 손을씻고 백흠과 함께 그의 선조의 사당으로 가서 우선 향을 피우고 절을 했다.
그런 다음 목탁을 울리면서 구업을 씻는 진언과 마음을 씻는 주문
망자를 제도하는 도망경을 차례로 외웠다.
독경이 끝나자 삼장은 백흠의 청으로 천망소를 써주고
다시 금강경과 관음경을 낭송하였다. 점심을먹고 다시 법화경과 미타경을 읽고
마지막으로 공작경 한권을 읽었다.
경읽기가 끝나고 석가여래가 급고도원에서 전생의 업때문에 괴로워하는 비구의
고통을 덜어준 필주세업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윽고 날이 저물었으므로 다시 향을올리고 지마와 천망소를 살랐다.
불사를 끝내자 사람들은 각기 잠자리로 돌아갔다.
백흠 부친으 영혼은 이날 지옥을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온 영혼은 꿈에 집 사람들에게 나타나 말했다.
"나는 오랫동안 지옥에서 구원받지 못하고 벌을 받고 있었는데 다행이 오늘
성승께서 경을읽어주신 덕분에 죄를 씻을수 있었다. 염왕님께서는나를
중화의 안락한 땅에 부잣집 자식으로 환생시켜 주시겠다고 하는구나.
너희들은 스님께 정성껏 인사를 드리고 잘 전송해드려라,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않될 것이니라. 그럼나는 이만간다.
집안 식구들이 잠에서 깨니 아침해가 높이솟아 있었다
백흠의 처가 남편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여보! 간밤에 아버님이 오셨어요.! 오랫동안 지옥에서 벌을 받으시다가
어제 스님이 경을 읽어주신 덕분에 죄를씻고 중원에 부잣집 자식으로
환생하게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스님께 감사하고 잘 배웅하라 하시고는 어디론가 가셨어요.
"나도 꼭같은 꿈을꾸었소 우리 어머님께 가봅시다."
말이 끝나기도전에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있어 부부가 어머니 만나니
역시 똑 같은 꿈을 꾸셨다는 것이다.
백흠은 집안사람들을 불러서 예물을 갗추고 말을 준비하게 한다음
모두 함께 삼장에게 가서 절을 했다. 백흠이 입을 열었다.
"스님! 참으로 고맙습니다.공양을 해주신 덕택으로 세상을뜨신
아버님이 죄를 씻고 구함을 받으셨습니다.
어떻게 보답을 해드렸으면 좋을지 모르겠군요."
"내가 무슨일를 했다고 이러십니까?
후한 대접을 받아서 오히려 죄송합니다."
백흠이 부부와 노모의 꿈 이야기를 했더니 삼장은 매우기뻐했다.
식사를 마치고 백흠은 백은 한냥을 내놓으면서 노자에 보태라고 했다.
그러나 삼장은 한잎도 받으려 하지않았다. 온 식구가 다 권하자 삼장이 말했다.
"태보께서 꼭 자비를 베풀려시려거든 차라리 한마장쯤 배웅이나 해주시요.
내게는 무엇보다도 그게 고맙겠습니다."
식구들은 하는수 없이 마른국수와 소병등 길양식을 준비했다
백흠의 노모는 백흠에게 멀리까지 바래다 드리라고 당부하였다.
백흠은 두명에 종에게 사냥도구를 지게하고 앞서서 길을 안내하고 떠났다
반나절 쯤 가자 큰산이 앞을 가로막았고 봉우리는 하늘에 닿은 산 앞에서
백흠이 발을 멈추고 말했다.
"대사님 여기부터는 혼자가셔야 합니다. 저는여기서 작별해야 하겠습니다.'
삼장은 이말을 듣고 굴러 떨어지듯이 말에서 내렸다.
"조금만 더 함께가면 않되겠소?"
"대사님 그럴수가 없습니다, 이산은 양계산이라고 하는데 동쪽 절반은
우리 대당 영토지만 서쪽 절반은 달단땅입니다.
저 서쪽의 맹수들은 저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런 여기부터는 혼자 가셔야 합니다.'
삼장은 겁이나서 백흠에게 다가가며 그의 옷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서러워 했다.
이렇게 아쉬워 하고있는데 산밑에서 우뢰와 같은 고함소리가났다.
'스승님이 오셨다! 드디어 스승님이 오셨다!'
삼장은 너무놀라서 넋이 달아났고 백흠도 간신히 서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떤놈이 그런소리를 질렀을까?
부처는 곧 마음 마음은 곧 부처 마음과 부처는 모두[物] 물을구한다./
무물이 무심임을 개닳으면 이몸이 곧 부처로다 /
부처는 모습이 없고 하나의 원광이 만상을 감싸도다 /
체가없는몸이 참된몸이요 상이없는 모습이 참된 모습이다 /
색도아니고 공도아니요 불공도아니요/
음도 없고 감도 없고 돌아감도 없고 다름도 없고 같음도 없고 없음도 없으니 /
버리기 어렵고 가지기 어렵고 보고 듣기 어렵다 /
안밖의 영광은 어디에도 같고 한 불국[佛國]은 한모래 위에있다 /
하나의 모래는 대천계를 포괄하고 하나의 신심은 만법이같다 /
이를알려거든 무심의 비결을 깨닳아야하리 /
물들지 않고 머물지 않음은 업을 깨끝이 하기때문 /
천만가지 선악이 행하는바 없으면 이것이 곧
나무석가모니불
산밑에서 큰소리로 떠든놈이 누구냐? 오백년전 천상을 시끄럽게하던
제천대성 그넘이라면 이산이 석가여래 부처님의 손을 본단 오형산이라는말인데?
다음45회로 넘어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