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과부가 스물아홉 살 딸을 데리고
저자 : 이원우
출판사 : 도서출판 정인
저자 이원우는 <한국 수필> 83년 봄호를 통해 등단했다. 저자는 43년 동안 교직에 몸을 담아오다 지난 04년 8월 31일자로 부산 명덕 초등학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저자는 아주 별난 삶을 살아 왔으니, 현직에 있으면서 만 18년 동안 노인 학교장을 겸해 왔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다. 83년 교사로 근무하던 학교의 교실 한 칸을 빌려 덕성 토요 노인 대학을 설립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그 곳으로 출근하여 민요와 가요/ 동요/ 가곡 등을 지도하고, 전래동화를 구연하는가 하면, 고사 성어를 풀이함으로써 웃고 울기를 1,400여 회나 이어왔다. 부풀린 표현이 아니라 노인 학교가 부산에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한 1980년대 초부터 여태껏 그런 기록(?)을 세운 이는 없다. 그런 게 참고가 되어 그는 '자랑스런 부산 시민상(봉사 본상)이며, KNN 부산 방송 문화 대상도 받은 바 있다. 그는 공인이자 자연인의 신분으로 노인 학생 87명/ 30명/ 80명을 인솔, 동남아 5개국을 3회에 나누어 방문 현지 교민 자녀들에게 1500부의 아동도서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말 힘든 과정도 있었다. 교장 끝자락에 교내에서 지병을 앓던 한 어린이가 숨을 거둠으로써 자신이 나락에 빠진 것이다. 대문 밖이 저승길인 그런 몇 년을 지내면서 기적처럼 회복되었는데, 약이 아니라 자신의 노래가 그 수단이 되었다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그는 노래와 더불어 눈을 뜨고 노래와 더불어 잠자리에 든다. 꿈속에서도 노래를 부른다. 여생이 어숭그러하다는 자신감을 갖는 이유도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 노래 19곡 2차 취입/ 콘서트 14회/ 부산 어머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3회/ 노인 민요집 2권 발행 등등---. 노래와의 인연은 계속된다.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노인 학교 강의, 시각 장애 복지관에서의 노래+웃음 치료,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서의 공연 등으로 일상을 보낸다.
그 눈물겨운 이야기들의 묶음이 이 책이다. 문학의 정의가 '가치있는 체험의 기록'이라면, 적어도 그는 언제나 그 현장에 투입되어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그의 지론은 황당무계하지는 않다. 다만 문재가 부족하다는 그의 고백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겸손으로 받아들이자.
사랑! 그는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노인과 장애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길 흔히 건네는데, 글쎄다.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세속적으로 보면, 기상천외의 이야기라 재미가 넘치기도 한다. 그와 앉으면 화두가 노래다. ---시인 김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