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담은 철조망(박광예)
희뿌연 새벽이 아침에게 급하게 바통을 넘겨주고 있다. 오전 7시면 전주시를 떠나
분단 현장인 철원으로 버스는 향할 것이다. 아침 일찍 기도를 마치고 나온 약 500명은 평화 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나온 순례자이지 관광객으로 가는 건 아니다. 오늘은 특별히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얼룩진 현장, 슬픔의 본거지 철원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차 안 분위기는 어느날 갑자기 내린 된서리 언덕 자락만큼이나 차갑고 무거웠다. 6월15일 공동선언 17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기념이라니,,...
목적지는 철원 민통선, 분단 현장으로 가는 것이며,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목회자와 성도가 같이한 모임이었다. 둘째 아들은 철원 백골 부대를 2년 이상 근무했기에 오늘 나의 감회는 남달랐다. 현재 우리가 사는 곳 분위기와 상당히 다름이 느껴지는 순간, 마침내 떠난 지 5시간 만에 도착했다.
일찍 집 떠나 식사 시간을 알리는 듯 배는 꼬르륵거리고 있었다. 배도 고픈지라 뷔페에다가 토종 음식 ‘올갱이묵’은, 환상의 콤비 음식이었다. 그 옛날 무에 유를 창조한 조상의 지혜, 특히 음식에 대한 지혜는 놀랍도록 감탄할 만하다.
이따금 날아오는 두루미는 북쪽 자기 집으로 가야 하는 철새지만, 두루미는 그곳이 좋아 떠나질 못하고 미련을 두고 있다. 두루미 환경협회에서는 두루미 축제까지 열어준다니 "두루미는 행복하였소"이다. 이렇게 관심을 두니 ‘두루미야 제발 잘 먹고 잘살아다오'하고 기도하겠다. 세상에 멸종위기라니,,,....
비무장지대 철원 ’평화소이산오르막길‘은 예수님 고난의 골고다 언덕같이 슬픔 담은 고통의 철조망 길이리라. 부족한 수식어를 줄줄이 늘어놔도 표현을 하기 어려운 동족상잔의 비극이니까.
기도길 200미터 고지로서, 산길 200미터면 녹록하지 않다. 70년 동안 분단된 내 나라에 대한 큰 부채가 있는 미국과 소련은, 부채만큼이나 한국의 고통 분담을 조건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나라는 무책임하게 자기 나라 전쟁에까지 죄 없는 서민 군인을 총알받이로 쓰고 있으니, 개탄을 금치 못한다. 한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의 한 생명 한 생명을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하겠다.
소이산 생태숲 길이 정해졌다고 한다. 누리길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뢰꽃길‘이라고 한다. 소이산은 군사적 요지로 철원 평야 북쪽도 보이고, 철조망으로 나뉘어져 서로 보면서도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남북한. 남북한 분단 가슴 아파, 다신 같은 민족끼리 가슴에 총을 겨누는 역사의 아픔 되풀이해서는 안되. 요즘 북한의 경거망동으로 남의 나라 전쟁에 뛰어들었다. 제발 심사숙고해야. 죄 없는 서민들 우리 민족이란 점을 마음속에 되새겨야 하고. 나라가 갈리니 우리 힘없는 서민은 장소가 다름으로 각자 있는 곳의 체제를 택한 죄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전쟁터에 내몰아 젊은이가 희생되지 않도록 각성하고 돌리는 방법을 북한 김정은은 연구하길 바란다. 한국전쟁 때 백마고지가 10일 동안 23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27만 발의 총탄을 퍼부어 같은 민족 피 흘렸다니 이런 끔찍한 민족이 어디 있나. 전 세계에서 분단된 유일한 나라 한국, 앞으론 귀중한 한반도에 귀중한 평화만이 깃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