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2일 2일차 항해.
이제 윌슨님하고 신선장님의 근무 시간이다.
나와 제이는 윌슨님과 신선장님에게 하늘에서 별똥별 쇼가 펼쳐진다는 정보를 전해주고 잠을 청하러 선실로 들어간다.
새벽 3시경 무전기에서 중국어로 계속 누군가를 호출 한다. 그래도 응답이 없다.
조금 후에는 영어로 다시 호출 한다. 그 다음 한국어로 호출을 한다.
좌표와 침로 속도를 이야기 하면서 그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을 호출 한다.
우리의 좌표와는 좌표상 약 3분 정도의 차이가 난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우리가 응답을 한다.
대한민국해군 여기는 요트 CLJAY호 감도 있습니까?
CLJAY호 여기는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체널 9번으로 이동가능하십니까?
체널 9번으로 이동하여 우리의 위치 및 승선인원, 침로, 속도 목적지등을 말해 주었다.
해군에서는 독도가 목적지인 이유를 물어 온다.
우리는 간단하게 관광목적이다 라고 답한다.
해군에서는 의아해 하며 어떤 관광목적이냐고 다시 물어 온다.
우리의 대답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를 보는 것이 목적이라고 답변 하니 알았다고 하며, 안전 항해를 당부한다.
대한민국 해군에서 울릉도해역에서 독도 해역으로 이동하는 미상의 선박을 레이더로 확인하고 공해상의 중국 어선인줄 알고 중국어로 먼저 호출을 한 모양이다.
앞 파도와 맞바람으로 요트의 속도가 3.5노트 정도로 내려간다.
엔진 RPM을 2000으로 올려 4.5노트~5노트 정도를 유지한다.
새벽 5시 저 멀리 동쪽 바다가 붉어져 온다.
5시 30분경 바다와 구름 사이로 붉고 둥근 해가 떠오른다.
해가 바다와 구름 사이에 잠시 머무른 후 바로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간다.
저 멀리 독도가 보이기 시작을 한다.
제이가 코뿔소처럼 보인다고 한다.
서도의 좌측 가장자리에 코뿔소 뿔 같은 바위가 튀어 나와 있고, 서도가 몸통을 이루고 서도 오른쪽의 암초들이 코뿔소 똥처럼 보인다.
점점 다가 갈수록 독도의 자태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독도로 가는 항로는 거칠고 오포파일럿을 사용할수 없어 서로 돌아가며 직접 조타를 해야 한다.
신선장님이 요트를 조타하고 제이가 견시를 한다.
12일 아침이 준비되었다.
어제 밤 항해에 날이 추워서 제이가 뜨끈한 미역국을 준비해 준다.
미역국에 뜨거운 밥을 말아서 먹으니 속도 풀리고 몸에 기운이 살아난다.
요트에서의 식사 준비는, 끓이는 음식은 가스레인지를 이용하고, 데우는 음식은 발전기를 돌려서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한다.
전자레인지는 올 봄에 철공소에서 스테인레스로 제작하여 장착한 짐벌에 올려져 있으며 레인지 위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올려서 사용을 한다.
이전 까지는 짐벌이 없어 요트가 좌우로 롤링을 하면 가스레인지위의 냄비가 뒤집어 지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짐벌을 사용하니 요트가 롤링을 해도 안정적으로 요리를 할 수 있다.
항해를 위해서는 작은 여러 가지의 편의기능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독도 도착 예정 시간 10시.
9시경 독도해안경비대에서 돌핀호를 호출 하여 위치를 확인한다.
뒤를 돌아다보니 저 멀리 울릉도 쪽에서 출발한 독도유람선인 돌핀호가 보인다.
독도 유람선인 돌핀호는 우리가 지난 몇 년 간 울릉도에 들렸을 때 사동항에 정박해 있던 유람선이다.
돌핀호는 우리보다 10배는 빠른 속도로 다가와 우리를 추월하여 9시 20분경 독도에 접안한다.
우리는 독도로 향하면서 파도가 높아서 독도에 접안하지 못하면 독도만 한 바퀴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 돌핀호가 정박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정박을 하기로 결정 했다.
독도에 정박하기 전에 무전기로 독도 수비대를 호출하여 우리 요트의 정박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독도 수비대에서 정박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독도로 다가가며 돌핀호가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
9시 50분경 돌핀호가 독도에서 빠져나온다.
요트 CLJAY호는 독도에 접안을 시도한다.
선수와 선미에서 독도 수비대 대원에게 계류줄을 던져주니 그들이 능숙하게 잡아준다.
부두에 우리 요트를 안전하게 정박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조건이다.
선수 계류 줄이 너무 팽팽하게 묶이는 바람에 요트 선수가 콘크리트 부두에 쿵하고 부딪쳤다.
다시 계류 줄을 조정하여 선수와 선미에 여유를 주고 요트를 정박한다.
독도 수비대원이 다가와서 우리 요트선명과 승선인원, 입도자를 확인한다.
그리고 현재 다른 유람선이 오고 있어 독도 체류시간이 10여분 내외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이서 독도수비대 행정실에서 전화가 오고, 독도 관리사업단(독도는 우리나라 문화재다)에서도 나와서 우리를 확인한다.
우리 4명은 서둘러 독도를 마음과 눈과 휴대폰에 담는다.
미리 준비한 대한민국 태극기와 작년에 윌슨님의 도움으로 만든 동파람 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독도 수비대원들이 우리 단체 사진도 찍어주었다.
여기저기 독도의 비경과 우리의 모습들을 사진에 담는다.
10여분 정도 사진을 찍고 나니 저쪽에서 독도 쪽으로 들어오는 씨스타호가 보인다.
우리가 서둘러 요트를 빼 주어야 빈 공간으로 유람선이 들어오기에 급하게 요트를 독도 부두에서 이안시켰다.
독도수비대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며 그들과 같이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독도 부두를 나와 우리는 좌측으로 선수를 돌려 독도 뒤 쪽으로 돌아나간다.
그간 독도 뛰 쪽은 사진 등을 통하여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독도 뒤쪽(동쪽-태평양쪽)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화산섬인 제주도, 울릉도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섬이다.
제이는 독도가 울릉도 보다 더 남성적이고 기개가 넘치는 섬이라고 표현한다.
독도 동도 좌측 끝(동고를 동쪽에서 보았을 경우)에는 코끼리 바위처럼 보이는 바위도 있다.
우리 독도 항해자 4명 서로 독도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 하며 독도의 기운을 가득 받는다.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신선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독도 수비대원들이 요트를 가지고 독도를 개인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을 처음 보았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우리도 그간 독도를 오기위해서 여러 번 계획을 세웠으나 번번이 무산되고 4년 만에 독도에 올수 있었으니 독도가 남다른 곳이기는 하다.
독도 주위를 30분 정도 둘러보고 11시 귀항을 시작한다.
귀항을 시작하면서 연료를 점검하니 남은 연료량이 80리터 정도 남았다.
240리터 연료로 출발했는데 독도까지 오면서 160리터를 사용한 것이다.
앞 파도 및 맞바람 상황에서 세일을 사용 할 수 없는 조건에서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속도를 조절하다보니 생각보다 연료 소모가 많았던 것이다.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다행히 뒷바람이 불어서 짚세일과 메인세일을 펼친다.
두 세일을 나비의 날개처럼 버터플라이로 펴야 하는데 잘 되지를 않는다.
이유는 바람이 일정하게 불지 않고, 또 뒷 파도에 배 후미가 돌아서 방향이 자꾸 틀어지기 때문이다.
큰 파도가 오면 뱃전이 돌아가 버리고 그러면 바람을 받는 각도가 틀어져서 메인세일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넘어와 버린다.
메인세일 뒤에 위치한 짚세일은 바람을 받지 못하고 펄럭이거나 메인세일 뒤에 형성되는 와류에 말려들어간다.
윌슨님이 항해 조타를 하고 우리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독도 수비대에서 우리를 무전기로 호출한다.
우리의 위치, 침로, 속도 등을 확인해 달라고 한다.
내가 무전기로 답변을 하는 동안에 제이가 내 뒤쪽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가 뒤쪽에서 커다란 파도가 요트 뒷전을 틀어 버리니 요트 선수가 획 돌아갔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버리고 메인 세일이 태킹을 하듯 좌현에서 우현으로 획 돌아가 버린다.
이때 제이가 메인 시트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나 사고다, 다행이 제이는 우측 턱과 머리에 작은 멍이 드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후 다들 움직임에 주의를 하고, 신선장님의 제안 데로 메인 세일 붐이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보조라인을 설치했다.
요트 항해 중에는 붐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특히 조심을 해야 한다, 바람에 붐이 넘어가는 힘은 매우 크기 때문에 붐에 맞기라도 하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
계속 펄럭이는 짚세일 때문에 한참을 고생하다가 짚세일을 감아 들이고 메인세일만으로 항해를 한다.
그런데 속도가 나지를 않는다.
메인 세일만으로는 3노트가 채 나지를 않는다.
엔진을 가동하고 범주 + 기주 항해를 한다.
문제는 연료량이다. 가장 최적의 연료소모를 하는 RPM을 찾아야 한다.
800, 1000, 1200, 1400 RPM을 시험 해보니 1200RPM에서 메인세일을 펴고 뒷바람으로 5노트 정도의 속도가 난다.
신선장님이 어플로 기상 상황을 확인 하신 후 밤 12시를 지나면 남풍이 불어 짚세일과 메인세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신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항로에 오늘 저녁과 내일 오전에 비 예보가 있다고도 전하신다.
일단은 범주 + 기주로 최대한 가보기로 했다.
낮 12시가 넘어간다.
내 머리 속은 남은 연료와 남은 거리계산으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계속 뒤파도가 배 후미를 때리며 선미를 흔들어 놓기에 오토파일럿이 항로를 잡지 못한다.
4명이서 1시간씩 교대로 요트 횔(조타기)을 잡고서 수동으로 항해를 한다.
전방에 목표로 삼을 만한 물표(목표)가 있으면 방향을 잡기 수월한데, 망망대해에서는 기준을 잡을 물표가 없어 계기 항해를 해야 한다.
계기 항해의 단점은 요트가 계속 좌우로 흔들리고, 선수가 파도에 따라서 좌우로 더 크게 돌아가 버리는 상황에 그 흔들림을 감안하여 요트 선수가 돌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휠을 조정하여 항로를 유지해야 하기에 많은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가 같이 온다.
오후 1시경 제이가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식단을 고르라고 한다.
다들 점심을 먹을 생각이 없다고 한다.
제이가 그래도 지치지 않게 먹어야 한다고 하며, 치맥을 제안한다.
다들 ‘OK’ 한다.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오고 제이가 준비해온 양념치킨으로 점심을 해결 한다.
바다 바람과 아직 남아있는 독도의 정취와 함께하는 시원한 치맥은 천국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나만 빼고, 나는 운항을 함. 음주 운항은 안함)
사람이면 먹었으면 싸야 하는 법.
요트 화장실에서 큰일을 본다. 그리고 배수펌프 스위치를 눌러서 배출을 하야 하는데 이상하게 배출이 되지를 않는다.
배수펌프의 임펠러가 도는 것은 확실한데 오물이 쑥 빠져나가지 않는다.
해수가 계속 들어오면 변기가 넘칠 것 같아서 해수 유입 밸브를 잠근다.
아무리 배수펌프 스위치를 눌러도 배수가 되지를 않는다, 낭패다, 이유를 모르겠다.
앞으로도 만 하루 이상을 요트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변기를 사용할 수 없으면 큰일이다. 더구나 여성인 제이도 있다.
공구함을 가져다가 배수라인의 점검을 해본다, 호스고정용 스테인레스 밴드를 풀어내고 슬쩍 움직여 보니 물이 살짝 비친다. 배수라인 척 밸브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니 정상적으로 밸브는 작동을 한다.
그렇다면 요트내부의 배수라인은 막히지 않은 듯 하며, 다른 배수라인 쪽 어느 곳이 막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원인은 외부에 있다.
외부를 확인하려면 바다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제이와 다른 일행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 하고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다들 걱정스러운 눈치다.
신선장님과 윌슨님은 울릉도에 가서 고치거나 그냥 참고 가보자고 하신다.
선체 외부에서의 점검 및 수리는 요트의 속도를 늦추고 작업을 해야 해서 제일 먼저 세일을 감아 들인다.
다음 엔진 스로틀을 제일 낮추어 속도를 줄인다, 요트 속도가 1.5노트 정도로 줄어든다.
나는 몸에 하네스를 착용하고 보조라인을 하네스에 연결 후 요트 우측으로 입수를 했다.
요트가 약 1.5노트 정도로 이동을 하는데 물살과 1~1.5미터를 넘나드는 파도 때문에 작업을 하기가 매우 힘이 든다.
요트의 헐을 살펴보다보니 수면 부근에 두개의 배수구가 보인다. 준비해간 연장으로 배수구를 청소해 보는데 막힌 것이 하나도 없다.
청소를 마치고 선미 스위밍 스텝을 이용하여 요트로 복귀를 하였다.
제이에게 부탁하여 요트 화장실 세면기에 물을 부어도 보고 변기를 작동 시켜 보았으나 내가 청소한 배수구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다시 고민에 빠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변기에 세척용 입수구와 배수구가 거의 같은 높이에 있다.
그렇다면 입수구 및 배수구는 수면 아래에 있어야 한다.
다시 입수를 결정 하고 입수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다이빙마스크, 오리발을 차고 오른 손에는 장갑을 끼고 들어갔다.
처음 작업 했던 곳에서 더 뒤쪽으로 이동하여 수면 아래로 고개를 넣어 살펴보니 헐에 홍합과 따개비들이 많이 붙어 있다.
약 2달 전에 제이와 청소를 했는데도 수중 부착생물인 홍합과 따개비들이 언제 그렇게 자랐는지 모르겠다.
고개를 물속에 넣고 살펴보는데 요트가 계속 움직이니 물살과 파도 때문에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엔진을 중립으로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요트의 속도가 거의 정지를 하니 조금 작업을 하기가 수월해 진다.
물속에 잠수하여 입수구를 먼저 찾았다.
입수구는 정상, 배수구를 찾아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배수구를 찾았는데 배수구 구멍에 홍합이 자리를 잡아 배수구가 거의 막혀있다.
홍합을 제거하고 연장을 이용하여 배수구 구멍을 청소한다. 그 옆에 화장실 세면대 배수구가 있는데 그곳에도 홍합이 자라고 있다. 두개의 배수구를 모두 청소했다.
청소를 마치고 물에서 나오기 전에 제이에게 화장실 배수펌프를 작동 시켜 보라고 부탁했다. 제이가 작동을 해 보니 변기가 시원하게 비워진다고 한다.
변기 배수구를 막았던 이물질 들이 배출 되는 것이 나에게도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요트에 오르니 왼손 바닥에 통증이 있다.
배수구를 찾을 때 손에 장갑을 끼지 않고 손으로 더듬으면서 찾을 때 날카로운 따개비에 손가락이며 손바닥 여러 곳이 베인 것이다.
다들 걱정 할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하고 청수를 가져다가 씻었다.
물에서 나와 쉬고 있으니 신선장님이 다가와 자기는 이런 상황이 발생 하면 물에 못 들어 갔을 것 같다고 하신다.
내가 물속에서 작업한 곳은 수심이 2천 미터가 넘는 공해상의 수역이다.
나도 수심 2000m 가 넘는 곳에서 스릴 넘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화장실 문제도 해결 했으니 다시 귀항을 서두른다.
오후 2시
독도 해안경비대에서 CLJAY를 호출 한다.
귀항하는데 별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다.
우리는 독도관광을 잘 마치고 안전하게 울릉도를 향해서 운항중이며, 우리의 위치, 속도, 침로를 이야기 해주었다.
현재 침로 120도, 운항 속도 4.5노트(메인세일만 펼치고, 엔진 RPM 1200), 뒷바람(남동풍)에 뒤파도, 파고는 1~1.5미터 정도로 항진 하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조금만 바뀌어도 요트의 속도는 3노트 대로 떨어진다.
1시간씩 조타를 하는 지루한 항해가 계속 된다.
근무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쉬거나, 취침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다.
오후 3시경 신선장님이 준비해온 트롤링을 요트 뒤로 늘어트려 두었다.
낚시줄을 당겨보니 무언가 걸린 느낌이다.
줄을 감아 들이니 30Cm 정도가 넘는 방어가 올라온다.
운이 좋은 항해다.
바로 회를 쳐서 먹었으면 좋으련만 연료 걱정으로 그럴 정신이 없어 방어는 바로 냉장고로 직행을 했다.
저녁 8시, 저녁 시간이다.
제이가 강된장보리밥을 준비해 준다.
지칠수록 더 먹어야 한다고 모두를 독려하며 저녁을 차려주었다.
반찬은 제이, 윌슨님 부인, 신선장님 부인이 챙겨주어 푸짐하다.
무전기에서 요트 CLJAY를 호출하는 신호가 들린다.
대한민국 해군이다.
우리에게 울릉도 기항 여부 및 침로 속도 좌표를 확인한다.
우리는 울릉도에 기항하지 않을 것이라 통보했다.
울릉도가 약 10마일 정도 남았다. 현재까지 연료 소모량은 약 20리터.
울릉도 까지는 약 5리터에서 6리터정도의 연료를 더 소모 할 것 같다.
그러면 남은 연료량은 50리터 정도다. 그리고 남은 거리는 110마일.
10마일당 5리터 정도를 사용 한다면 60리터, 불안해 진다.
설상가상 신선장님이 확인을 해보니 강원도 해역에 들어 갈 때면 무풍지대라고 한다.
그리고 새벽 2~6시 사이 일본 쪽에서 올라오는 비구름이 우리를 지나간다고 한다.
울릉도가 가까워 질수록 갈등이 생긴다.
울릉도에 들어가 연료를 보충하고 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중간에 바람이 바뀌어 남풍을 만나면 세일만으로 항해를 할 수 있으니 현재 연료로 갈수가 있을까?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신선장님에게 상의를 하니 신선장님 의견은 연료 보충 없이 갈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냥 진행 하다가 연료를 계산해보고 수산항으로 바로 가는게 어려울 것 같으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육지(강릉)를 향해 직선거리로 달려서 연료를 보충하고 가자고 하신다.
저녁 9시경에 일단 울릉도에 있는 3개의 주유소에 전화를 돌려본다.
그런데 한곳도 통화가 안 된다.
울릉도는 섬의 특성상 야간에 이동이 별로 없다. 관광객들은 도동과 저동에 모여 있기에 차량의 이동이 없어 주유소들이 일찍 문을 닫은 것이다.
이제 울릉도에 입항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졌다. 어쩔 수 없이 목적지를 향해서 항해를 계속 한다.
연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을 하고 가능한 세일을 이용한 항해를 해야 한다.
밤 10시경 관음도, 죽도, 삼선암을 좌측에 두고 울릉도 기점을 지난다.
울릉도 파고 측정용 부표를 지나 1마일 정도 진행을 하니 바람의 방향이 남풍으로 변한다.
그간 노고존에 살짝 걸치는 풍향 때문에 세일에 힘이 안 받아서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메인 세일을 조정하니 속도가 4노트에서 4.5노트로 상승을 한다.
짚세일을 펼치니 속도가 5노트로 올라간다.
바람이 바뀌어서 다행이다, 신선장님이 어플을 통해서 확인한 바람이 바뀌는 시간보다 일찍 바뀐 것이다.
바람에 따라서 요트는 5노트에서 5.5노트까지 최고 6노트를 넘나들며 울릉도를 뒤로하고 달려간다.
엔진의 스로틀을 조금 내려 보았다.
그래도 요트의 속도가 줄지 않는다.
메인 세일과 짚세일을 조정하여 CLJAY는 브로드리치로 목적지를 향해서 달려간다.
그러면서 나는 매시간 연료 소모량을 계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