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700km '상어 고속도로' 발견, 어선들은 이틈 노린다 [영상]
고석현 입력 2021. 07. 19. 05:02 수정 2021. 07. 19. 06:47
19일 CNN은 태평양의 해양동물 서식처인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제도와 코스타리카 코코스섬을 잇는 일명 '수퍼 고속도로'가 최근 발견됐지만, 어선 등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상 CNN 캡처=헌 교수 제공]
고래상어·망치상어(귀상어)·뱀상어·비단상어·장수거북·푸른바다거북….
이름만 들어도 진귀한 이 해양동물들이 서식처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제도'와 코스타리카 '코코스섬'을 오가기 위해 이용하는 일명 '수퍼 고속도로'가 태평양에서 발견됐다.
19일 CNN에 따르면 약 700㎞ 길이의 물길 일명 '수퍼 고속도로'가 최근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 구간을 이용하는 해양동물들은 어선 등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칼라파고스제도와 코코스섬 인근은 해양동물들의 '안전한 피난처'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해당 국가와 국제사회가 어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양동물들이 산란장소와 먹이를 찾기 위해서 '피난처'를 떠나는 건 불가피하다.
━
어선 출몰 '위협'…상어 꼬리·지느러미 노린다
갈라파고스 인근에서 포착된 귀상어. EPA=연합뉴스
당장 '수퍼 고속도로'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선들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낚시 배가 우연히 이들을 낚아 올리기도 하고, 어부들의 어망에 잡히기도 한다. 일부 낚시꾼들은 상어의 꼬리와 지느러미를 노리고 불법포획에 나서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곳에 살던 뱀상어는 이미 멸종된 것으로 간주되며, 나머지 동물들도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과학자·환경운동가 연합 '미그라마'의 창립멤버인 알렉스 헌 에콰도르 USFQ대학 교수는 "섬 주변 등만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며 "이 '고속도로' 전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보호구역은 24만㎢가량으로, 영국 면적과 비슷하다. 현재는 갈라파고스제도 반경 74㎞와 코코스섬 반경 22㎞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다.
그는 "'수퍼 고속도로'가 용암으로 인해 생겨난 해양산맥으로 이어져 있다"며 "이 굴곡은 음파를 방출해 자신의 위치를 찾는 귀상어·바다거북 등의 해양 동물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산맥은 또 동물들에게 '피난처' 간 디딤돌 역할을 하며, 이동 중 먹거리와 휴식처를 제공한다고 한다.
━
멸종 간주되던 '뱀상어' 7년만에 흔적 찾아
100여년전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첼로노이디스 판타스티쿠스'종 거북이가 갈라파고스에서 발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계자들이 대형 바다거북들을 관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그라마는 지난 10년간 이 지역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400마리의 해양생물에 초음파인식표를 달아서 GPS로 그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끝에 '수퍼 고속도로'도 발견했다. 그리고 지난 2월엔 처음으로 뱀상어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는데, 갈라파고스에서 약 2.7m에 달하는 암컷 뱀상어에 인식표를 붙인 지 7년 만이었다.
미그라마 창립멤버 토드 스타이너 거북섬보존네트워크 전무는 "뱀상어는 최상위포식자로, 해양생태계 전체의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친다"며 "뱀상어가 생겨나도록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여러 요인 중 기후변화를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어업을 통제하기는 매우 쉽다"며 "에콰도르와 코스타리카가 몇 가지 법안에 서명한다면 어업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해양보호구역 강화" 촉구…어업계 반발
지난 2017년 에콰도르 당국은 갈라파고스 해양보호구역 인근에서 멸종위기종 등 300톤을 불법포획한 중국 어선을 적발했다. AP=연합뉴스
에콰도르와 코스타리카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어획활동을 하는 중국어선. 로이터=연합뉴스
이 단체는 최근 이 지역을 인간의 방해를 완전히 막는 '금지구역'과 계절에 따라 낚시가 허용되는 '관리구역'으로 나눠 관리해줄 것을 관계 당국에 촉구하는 문서를 보냈다. 이미 에콰도르참치어선협회 등 어업계가 반대에 나섰지만, 해양 보호구역의 확대가 장기적으로 어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해양보호구역을 강화해 해양생물을 보존하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고 CNN에 밝혔고, 에콰도르 정부도 갈라파고스의 보호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45
9
5
381
22
중앙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