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명산 완좌 도전 프로젝트 (63좌)
2017년 9월 26일
치악산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900)
황골탐방지원센터 - 입석대 - 신선대 -
쥐너미 전망대 - 황골삼거리 - 비로봉삼거리 -
비로봉 정상 - 사다리병창 - 칠석폭포 -
세렴폭포 - 금강솔빛 생태학습원 - 구룡사 -
거북바위 - 구룡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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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1,288m)
오래전
학창시절 치악산으로 캠핑을 왔었던 기억
그당시는
콘도니 팬션이니 하는건
그야말로 듣보잡에 불과했었을 뿐
그땐 그저
빛바랜 코펠에 누우런 석유 버너
김치찌개용 고등어 캔과 라면
그리고 야외 캠핑에서
영원한 먹거리의 대왕인 삼겹살과 쐐주
그렇게 챙긴
배낭하나 달랑 메고 텐트 들고서
계곡에서 캠핑하는 거야말로
여름 휴가철 커다란 낭만 중의 낭만
추적추적 비가 오던
지독히도 무더웠었던 그해 여름날
치악산 계곡에
낑낑낑대면서 텐트 설치를 마치고
몹시 시장하던 터라
저 멀리 맛있는 식당이 눈앞에 포착
비도 오고하니
일단 편하게 식사하러 근처 식당으로 GO
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빗줄기가 세차지더니만
급기야 천둥에 번개까지
그야말로 장난아니게 바뀐 날씨
힘들게 석유 버너에 불을 피우지 않고
인근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온게
이른바 '신의 한 수'라며 나름 자평
조금 더 기다리고 있노라니
엄청 들이붓던 빗줄기가 이내 사그라들고
우리의 보금자리인 텐트쪽으로 이동
"어라~~!!!!"
"아무리 찾아도 텐트가 안 보이네~!!????"
"거참~~!!!"
"이상하네~~!!!"
"분명히 이 근처가 맞는데~~???"
"우리 텐트가 왜 안 보일까~~!!!???"
한참을 두리번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먼발치에서 큰소리로 외치고 있는
우리와 같은 또래의 다른 청년들
"완전 큰일났어요~~!!!!"
"이쪽 계곡에 있던 텐트들이 계곡물에 휩쓸려서
몽땅 다 떠내려가 버렸어요~!!!!"
"우리도 텐트가 없어져서 찾고 있어요~~!!!!"
허거걱~~~!!!!!
이럴수가~~!!!!
아주 잠깐동안 퍼붓던 소낙비인데도
계곡물이 이토록 짧은 시간 동안에
이렇게도 빠르게 불어나다니
실로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못할 정도
삽시간에 불어난 계곡물이
우리 텐트를 모조리 쓸고 가버린 황당한 현장
이럴수가~~~!!!!!
망연자실하고 있던 터에
계곡에 텐트를 설치하는 댓가로
피서객들에게 회비를 걷는다며 찾아온
정체불명의 청년들
"참나원~~!!!"
"아저씨~~!!!"
"지금 회비가 문제가 아니고요~~!!!"
"저희들은 현재 수재민 신세입니다~~~!!!"
"수재 의연금이나 걷어주세요~~!!!!!
열받은 터라 한마디를 쏟아냈더니만
우리를 쓰으윽 훑어보고는 그냥 지나치던 기억
아~~!!!
생각해 볼 수록~~!!!
참으로 혈기왕성했었던~~~!!!!!
코가 시큰거리게 아스라한
오래 전 젊은날의 아름다운 추억들
격세지감이랄까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이 곳
'치떨리고 악이 받친다'는
수십 년 만에서야 비로소 다시 찾아온 치악산
씩씩하게 올라서
정상 인증을 마친 후 점심
찐하고 시원한 아이스 아멕과
군침돌게 고소한 베이글 두 조각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 주변을 맴도는 다람쥐 한마리
야생성을 잃게 된다고 하니까
"가능하면 먹이를 주시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는 찰나에
이미 먹이를 건네고 있는 일행들
왠일인지 먹지를 않고 계속해서
아몬드를 입속으로 쑤셔 넣고만 있는 다람쥐
올록볼록해지며
완전 장난아니게 점점 커지고 있는 양 볼따귀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니 신기하기가
이를데 없는 우스꽝스러운 광경
이내 녀석의 양 볼따귀가
거의 하마처럼 부풀어 올라 터질 때쯤
갑자기 뛰어 가서는
제 집에 아몬드를 저장해 두고
다시 우리곁으로 분주히 되돌아오는 녀석
또 다시
아몬드를 한껏 양 볼 따귀에 가득 채운 채
이번에는
호두를 발견하자마자 그 자리에 선채로
두 손으로 쥐고 먹기 시작하는 다람쥐
올록볼록 먹이로 가득한 양 볼 따귀
두 눈은 지긋이 감은 채
두 귀는 쫑긋 세우고 끊임없이 오물오물
어찌나 호두를 맛있게 먹고 있는지
슬그머니 빼앗아 먹고 싶을 만큼
강하게 충동을 느낄 정도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동물들의 생태계 적응과 야생성을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먹이를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따윈
그저 새까맣게 잊은 채
이제는 아예
손바닥에 호두와 아몬드를 올려 놓으니
급기야
손바닥 위로 올라와서는
양볼에 아몬드를 욕심껏 가득 채우고
그 모습 그대로 선 채로
호두와 사과는 맛있게 오물오물 먹은 후
잽싸게 뛰어가서
아몬드만 저장해두고 또 내려오는 다람쥐
치악산 정상
다람쥐와 노니느라고
그렇게 시간 가는줄도 모른 채
그저 깊이깊이 빠져들어가는 동심의 세계
내려올 때는
완전 홀쭉하니 날씬하고 귀여운 다람쥐
제 집으로 돌아갈 때는
거의 하마같은 양 볼 따귀로 변신한
멧돼지같은 다람쥐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최고로 무서운 천적인
인간의 손바닥위까지 용기 내어 올라와서
녀석은 정작 먹이를 먹지도 않고
일단 입속에 가득가득 챙겨 놓은 채
뛰어가서 먹이를 저장하고 오고
그러기를 서너 차례
조그마한 한낱 설치류에 불과하지만
참으로 저토록이나 용감무쌍하게
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채
당당하고 열심히 삶을 지속해 나가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우리의 삶은 어찌해야 하겠는가
너무너무 잊을 수가 없는
귀여운 치악산 다람쥐와의 여름 한나절
내년에 다시가서
꼭 그 자리에서 점심을 먹고 있노라면
부지런한 제 어미를 쏙 빼닮은
녀석의 후손들이 내 곁으로 찾아와서
격하게 반겨 주지나 않을까 기대
그땐 더이상
먹이는 주지 말아야 하는 건가
미리 살짝 고민
믿을 수 없을 만큼
어찌 이리도 빠르게
많은 세월이 흘러버린 학창시절의 치악산
돌이켜보면
정상은 커녕 수재민으로 전락해서
고생만 실컷했었지만 나름 재밌었던
그 시절 젊은 날 추억속의 치악산
이렇듯
수십 년 만에 다시 와서 정상도 밟아보고
멧돼지같은
하마 볼따귀 다람쥐와도 친구가 되니
오늘도
이 산에서
이토록이나
보석처럼 아름답고
새로운 추억이 한가득인 치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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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산행(100명산도전기)
'겨울'의 100대 명산 도전기 (63)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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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1 19:2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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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폭우에 텐트까지 휩쓸려갔다면 큰 비를 만난것 같아요.
큰일날뻔 하셨네요~
식사때라 피해있어서 다행이었지 싶어요.
산에서 폭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요~
지리산 뱀사골에서 봤지요~~
우린 지지난 봄쯤 치악산을 다녀왔는데 가을로 익어가는 치악산 비로봉풍경이 보고싶네요.
폭우무섭네요^
말로만 들었었던
"불보다 물이 무섭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었던 순간이었어요~
벌써 30여년이 흘렀건만
어제일 처럼 생생하네요~~
그나저나
세월이 참으로 유수와 같군요 ㅠ
이야기 재밌어요~^^
치악산의 학창시절의 추억과
다람쥐동영상보면서 귀여워 웃었네요
촬영을 어떻게 했을까?
다람쥐의 용기도 대단~
볼따구 가득담아 저장고에 두고
겨울나기를 하려는 다람쥐들의 움직임이
곧 도토리가 억어 갈 무릎 시작되겠죠~
바삐 움직여 저장고에 가득차면
인근 나무 밑에 다 구멍을 파고 묻을 때
다람쥐가 외부저장고를 기억하는 방법이
그때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기억한답니다
다람쥐의 기업법이란~ㅋㅋ
재밌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해주신
다람쥐의 기억법~@@
정말 신기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