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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 위에 새 얹어놓고 좋아하는 절 보고 다들 미친 사람이라고 했어요.”
충북 제천시의 청풍호반길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달리다 보면 야트막한 언덕 위에 지나는 이의 발길을 잡는 공
간이 있다. 병풍처럼 둘린 푸른 산자락 아래에 살포시 자리한, 국내 유일의 솟대 전시관인 능강솟대문화공간이다.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꾸며진 공원은 눈 돌리는 곳마다 하늘로 쭉쭉 뻗은 솟대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솟대 위
의 나무새들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생동감이 넘치고, 어디든 카메라만 갖다 대도 작품이 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뿐
이다. 공원 쪽에서 바라본 청풍호의 절경은 또 어떠한가.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은 이의 기막힌 안목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올 즈음, 한쪽에서 흰 수염을 덥수룩이 기른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이 먼 길 달려온 여행자를 반겨준다. 솟대문화공간
에서 400여 점의 솟대들과 옹기종기 살아가는 윤영호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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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장대 위에 나무로 만든 새를 얹은 솟대는 고조선 시대부터 전해 온 한국의 전통 조형물로, 마을 어귀에 세워
액을 쫓고 풍농과 행운을 기원하던 신앙 대상물이다. 서울 현대미술관장으로 일하던 윤영호 씨가 솟대의 존재를 처
음 접한 것은 자신이 기획한 전시회에 출품된 그림 한 점을 통해서이다. 권옥현 화백의 작품 ‘산마을’ 속에 그려진 마
을 앞에 처음 보는 기묘한 물체가 서 있었던 것. 장대 위에 새들이 앉아 있는 저것이 뭐냐고 작가에게 질문한 그 순간
부터, 솟대가 그의 인생에 홀연히 들어오게 되었다. 이후 솟대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며 점점 솟대에 담긴 의미
와 그 매력에 빠져들어 갔다. 미술관에서 기획을 하며 오래도록 작업을 쉬고 있던 조각가의 창작 욕구에 제대로 불이
붙은 것이다. 미술관 관장직도 그만두고 경기도 판교의 숲 속에 작업실을 마련한 후 매일 솟대만 만들었다. 솟대에 대
한 이해가 부족했던 그 당시엔 ‘이상한 물건을 만드는’ 그를 보고 주변에서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그의 열
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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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강솟대문화공간에서는 윤영호 씨가 만든 400여 점의 솟대를 만날 수 있다
90년대 후반 판교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작업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자식과도 같은 소중한 솟대들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적당한 자리를 찾던 중, 충북 제천의 청풍호가 그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옛날 퇴계 이황이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다고 금수산이라 이름 지은 아름다운 산과 한민족의 생명수와도 같은 남한강줄기의 청풍호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그에게 ‘한국 최고의 명당’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에 비교했을
때 청풍호가 자리한 곳은 대략 자궁이 위치하는 곳. 새로운 생명(작품)을 잉태(제작)하기 위한 장소로 이보다 좋은 곳이
또 있을까? 고민할 것 없이 터를 잡았고, 2005년 국내 최초의 솟대 테마 문화공원인 능강솟대문화공간은 그렇게 탄생했
다. 전시된 솟대는 물론이고 공간 인테리어와 마당을 가득 채운 야생화들까지 모두 윤영호 씨의 손길로 만들어진 이곳
은, 한 번 다녀온 이라면 누구나 ‘강추’하는 제천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솟대 통해서 하늘로 소망을 전달하는 ‘희망의 전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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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씨는 솟대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나눠주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이쯤 되면 슬슬 궁금증 하나가 마음속에서 살며시 고개를 든다. 윤영호 씨가 그렇게 솟대에 푹 빠져 산 것이 올해로
25년째. 입소문 듣고 솟대문화공간을 찾아오는 이들이 해가 다르게 늘어나 무척 바쁘지만 하루라도 솟대 조각을 거르는
일은 없다. 한겨울이 되면 재료를 구하기 위해 눈 쌓인 고산지대를 ‘목숨 걸고’ 헤집고 다니는 일도 다반사이다. 솟대 이
외의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고 할 마음도 없다. 대체 솟대의 어떤 매력이 그를 이토록 빠져들게 한 것일까?
“옛날 삼한시대에 천제를 올리던 성지인 소도에 솟대를 세워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솟대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메신저’와 같습니다. 인간들은 솟대를 통해 소망을 하늘에 기원하고, 하늘이 그 소망을 이루는 것을 도운 매개
체인 것이죠.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솟대란 우리 인간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늘을 향한 ‘희망의 안테나’라고 할 수 있어
요. 즉 솟대를 만드는 일은 많은 이에게 희망을 나눠주는 작업인 셈입니다.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
까요?”
그제야 능강솟대문화공간 앞에 붙어 있는 ‘ㅎㅁㅅㄷ’라는 단어의 뜻이 이해가 되었다. ‘희망솟대’의 첫 자음만 딴 슬로건
으로, 지난 5월 개최한 윤영호 씨의 작품전의 제목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솟대를 보며 작은 소원을 빌고, 솟대를 통해
그 소원을 하늘에 전하며 마음 가득 희망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윤영호 작가가 솟대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 그의 염원이 솟대를 통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솟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들이 하나둘씩
이곳을 다녀가면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 이젠 매년 4~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능강솟대문화공원을 찾으며 희망의 의미
를 되새기고 있다.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와 미술교과서에도 솟대가 소개되며 이젠 아이들에게도 솟대는 더 이상 낯선 존
재가 아니다. 또 2004년 세계박물관협회 총회에서는 솟대를 대한민국 공식 상징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거의 사라질 뻔했던 우리의 전통문화가 그의 노력으로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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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외를 가득 채운 그의 솟대 작품들을 구경하다 보니 문득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미끈하게 뻗은 장대에 예쁘게 깎은
새를 얹은 기존의 솟대와 달리 가지를 다듬거나 깎지 않고 본 모습 그대로 사용한 것. 재료를 일부러 가공하지 않는 특
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이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자연은 생명 그 자체죠. 전 어떻게 하면 전통문화인 솟
대를 현대식으로 재창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솟대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택했습니다. 솟대의 의미는 그
대로 지닌 채,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생명을 부여받고 다시 태어난 것이죠.”
능강솟대문화공원에서는 솟대의 의미를 더욱 가깝게 전달하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솟대 만들기 체험을 시행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무를 끼우고 색을 칠하며 조물조물 솟대를 만들면서 꿈과 희망의 의미를 되새긴다. 윤영호 씨의
솟대를 통해, 오늘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희망의 씨앗’이 새롭게 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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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서울 출생. 서울 현대미술관장으로 일하던 1985년 솟대에 관심을 가진 후 본격적인 솟대작품활동을 시작했으
며 현재 창작솟대 작가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청남대, 제천 의림지 등 다수의 지역에 작품을
세웠으며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서 개막식 전 하이라이트로 솟대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현재 제천 능강
솟대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 U투어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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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내요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푸리님
저긴 그럼 청풍솟대군요.....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독사발님
여행정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남해병님
잘 보고가요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보현보살님
가까운 곳이니 가봐야겠어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시간 보내세요
잘보고 갑니다
멎집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