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 길 위의 큰스님'(한길사)의 저자 한중광 씨(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 수료)는 "경허스님 이야말로 원효스님과 쌍벽을 이룰 큰 스승이자, 한국 선을 완성한 분"이라고 강조한다.
한중광은 ‘길의 성현’ 경허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행과 위없는 깨침, 그리고 세간을 뛰어넘어 세간으로, 다시 출세간을 넘어 출출세간으로 펼쳐지는 극적인 삶을 조명하고 있다. 위대한 깨침과 존재의 본질과 모든 존재의 참모습인 공성을 철저히 깨달음으로써 근원적으로 풀어갈 수 있으며, 참사람으로 참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평전의 저자답게 이 책을 쓰기 위해 경허의 흔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았다고 한다. 경허의 출생과 성장기에서부터 출가수행과 오도와 보임, 그리고 출출세간기인 마지막 생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전하면서, 스님 행장의 의미를 잘 짚어내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전기식 나열에만 그치지 않고 때로는 중간 중간에 상황에 맞는 스님의 법어 삽입, 시작하는 글에 앞서 간결한 시적 게송, 다양한 경전의 언급, 경허의 시선과 서산대사의 시, 김달진, 조정권 등 현대 시인들의 시를 언급하는 등 문학적 수법으로 일화를 다루면서 경허의 본래면목을 짚어낸 점이 뛰어나다. 그리고 중요 용어 풀이와 320여 개의 각주, 상당한 참고문헌을 싣고 있어 경허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서술상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신라의 혜숙(惠宿)과 혜공(惠空), 대안(大安), 원효가 그러했듯, 경허가 처절한 보임양장을 하고 ‘오도가’를 부른 이래 강계를 떠나 갑산으로 향하는 내용을 화광동진의 대장정에 나선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경허가 박난주라 이름하고 머리를 기르고 선비의 옷차림을 하고서 갑산 일대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 서민 대중과 더불어 살아가며 때로는 거리에서 때로는 술집에서 행한 모든 것이 동체대비의 방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경허가 때로 선비의 차림으로 때로 서민의 옷차림으로 묻혀 지냈지만 홀로 있을 때에는 가벼이 가사 장삼을 입었다며 “그의 삶이 결코 세간과 출세간에 머문 것이 아니라 출출세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서술하고 있다. 즉 ‘저 높은 곳을 향하여’와 ‘저 낮은 곳을 향하여’가 둘이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 준 경허의 삶을 21세기를 비춰 줄 깨침의 별이요 삶의 등대임을 확신한다.
그렇다면 경허가 상상을 초월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중생들에게 회향하려 한 그 뜻은 무엇인가. 저자는 붓다와 원효가 그랬듯이 “뿌리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아가라”는 한마디로 요약되는 경허의 삶이야말로 제1 화두인 중생해탈과 제2 화두인 역사해탈을 아우른 21세기 인류의 대안이라고 언급한다. ‘뿌리로 돌아가라’는 것은 일체 존재의 본질인 불성을 깨달아 ‘참사람’이 되라는 의미이고, ‘알몸으로 살아가라’는 것은 일체 존재의 실상인 공성(空性)을 바로 보아 ‘참삶’을 살아가라는 의미로, 이 평전의 골자를 말해 준다.
출처 : 한중광 《경허‐길 위의 큰 스님》(한길사, 1999), 불교 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