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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 살리라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리라…’로 시작되는 <청산에 살리라>는, 김연준(金連俊·1914~2008) 작시·작곡의 가곡이다. 김연준은 1973년에 당시 한양대학교 총장이면서 대한일보사의 사주(社主)였다. 그해 윤필용(尹必鏞)의 친위 쿠데타 음모에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서대문구치소(西大門拘置所)에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말았다. 김연준은 절규(絶叫)한다.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리라. 그 청산은 진리요, 진실이겠지. 진리가 왜곡되지 않는 세상, 진실이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절규한다. 연필 꽁다리 하나 주어지지 않는 그 철창 안에서 손톱으로 벽을 긁어 시를 쓰고 선율을 붙인다. 청산을 통하여 세상의 번뇌(煩惱)와 시름에 대한 고통을 승화(昇華)시킨 상징적인 곡으로 절제된 표현과 대담하고 강한 전개방식의 대비로 짧은 길이의 곡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청산에 살리라’는 바리톤 오현명(吳鉉明·1924~2009)이 김연준이 이사장인 한양대학교 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일 먼저 불렀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곡은세상에 발표된 후 대한민국 대표 가곡의 하나로 애창되고 있다. 이 곡은 음역이 다른 여러 성악가와 국외 유명 성악가에 의해 불리어졌으며 여러 악기로 연주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김연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1978년 독일 출신 성악가 바리톤 헤르만 프라이(Herman Prey·1929~1998)가 내한(來韓) 공연 때, 앙코르 타임에 이 곡의 작곡가에 대한 지극한 경의를 표하면서 갑자기 이 곡을 불렀다. 이 곡의 가사에 대하여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여도’ 부분에서 ‘변하여도’를 ‘변하였어도’로 표기되어 있는 악보가 있다. 그렇게 독창이나 합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온 갖 세상 변하였어도’는 과거의 사실을 표현한다면, ‘온갖 변하여도’는 하나의 불변 진리(不變 眞理)를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모두 ‘변하여도’로 표기하고 있다. 같은 가사로 이현철이 작곡한 ‘청산에 살리라’가 있다. 필자 나름대로 김연준의 곡과 비교하여 보면, 김연준의 곡이 사색적이고 엄숙한 느낌의 곡이라면, 이현철의 곡은 조금 서정적인 느낌의 곡이다. 최근에는 이현철이 두 곡을 혼합하여 편곡한 합창곡 '청산에 살리라(I will Live in Blue Mountain)'도 연주되고 있다. 2017년 5월 22일(월)에 ‘푸르미 여성중창단(지휘:임병길)’의 창단 기념음악회가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프로그램 속에 한국보학문화연구회(韓國譜學文化硏究會)의 회장이며, 빛고을시니어앙상블(Bitgoeul Senior Ensemble) 단장이신 차정연(車政演) 교수님(경영학자·전 군산대학교 대학원장)의 ‘청산에 살리라’ 독창이 있었다. 81세의 고령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 있으면서도 매끄럽고 매력적인 바리톤(Baritone)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러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 이 글은「한국보학문화연구회(회장 차정연)」가 매년 발행하는 「보학연구(譜學硏究)」제34집에 등재된 필자의 원고 ‘한국가곡 이야기’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박상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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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차정연 선생님도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응원합니다
김현식 선생님! 고맙습니다. 차정연 회장님은 청년시절에 이미 교회성가대 활동을 하셨고, 대학 재직시나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십니다. 목소리도 매력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