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바우님과 뽀뇨아빠님과의 맛집기행모임은 자칭 토종이신 자라바우님의 어릴적 맛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가며 진짜 제주맛에 가까운 음식들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요즘은 다들 바쁘신지라 늦은시간 잠시 막걸리를 마신다던지, 여름밤 낚시를 한다던지 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어릴적의 맛을 추억하는 자라바우님의 입담을 곁들인 맛기행은 단순한 맛이 아닌 깊이를 더해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순대국이나 순대를 생각하면 감초식당을 떠올리지만, 깔끔함이 더해져버린 감초식당은 모습만 제주식일뿐 오랜 세월의 더께를 확 치워버린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자라바우님은 그것은 엄밀히 말해 제주의 맛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보성시장 건물을 들어가 감초식당으로 향하는 골목 반대편의 다른 골목으로 우리를 안내하십니다.
그렇게 골목을 들어가보면 이렇게 많은 순대집 간판이 보입니다. 그 중 우리는 현경식당으로 들어갑니다.
허름한 모습이 꼭 맛집의 필수요소는 아니지만, 맛집의 허름함은 어떤 시간의 깊이를 더하고 변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 같아 더욱 믿음을 주죠.
일단 소주에 순대를 주문해 봅니다.
여러 밑반찬과 함께 순대가 나왔습니다. 하얀 한라산 소주와 머릿고기와 내장을 담은 순대를 주문했습니다.
두툼한 껍질에 당면과 찹쌀, 그리고 선지가 적절히 섞인 순대의 모습입니다.
공간의 특성만큼이나 돼지냄새도 섞여있습니다. 순대역시 돼지냄새가 나서 이 냄새를 싫어하는 분들은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찰지고 적당히 간이 배인 순대는 입안을 즐겁게 하기에 아주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이 맛있는 순대에 막걸리가 아닌 소주를 마셨다는 것 정도랄까요?
머릿고기 역시 두툼하고 맛있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세트라고 할 수 있겠죠.
주인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고기국수 국물을 좀 주십니다. 약간은 멀건듯한 돼지육수에 배추를 넣고 고춧가루와 후추를 넣은 모습이 순대국밥이나 고기국수 국물의 전통적인 모습이라고 하시네요. 이 집 육수의 특징은 냄새가 조금 있지만, 감초식당의 육수에 비해 진하고 감칠맛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후추냄새가 조금 강합니다.
여기에 매운 고추다대기를 넣어 먹는 것 역시 사람들의 기호를 배려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구요.
순대를 먹고나면 순대국밥보다는 고기국수를 먹어야 한답니다. 고기국수라는 것이 딱히 별다른 음식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냥 돼지 삶은 물에 배추넣고 머릿고기나 내장을 넣은 뒤 파와 후추, 고춧가루 넣고 면 넣은 것이라는군요. 사실 돼지를 이용한 음식들은 다 돼지삶는 과정을 뿌리로 시작된 가지들 같은 느낌이지요. 육수에 밥과 순대를 넣으면 순대국밥, 모자반을 넣으면 몸국, 배추와 면을 넣으면 고기국수, 삶은 돼지고기는 돔베고기..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정돈되지 않은 듯한 고기의 모습과 깊은 국물맛은 이 집의 특징입니다. 어? 평균을 이루는 듯한 맛이랄까요? 아주 진하지도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감칠맛과 정돈되지 않은 손맛의 거친 느낌이 섞인 듯한 그런 맛.. 시장통 한켠의 국밥집의 전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여전히 거슬리는 것은 강한 후추의 자극뿐이었습니다.
이 집을 전국구적인 맛집이라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무리는 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부분에서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구요. 예를 들어 돼지냄새가 난다던가, 너무 허름하다던가, 후추냄새가 너무 난다던가 하는 느낌. 하지만 저는 이 집을 다녀와서 한동안 고기국수에 대한 개념에 혼란과 변화를 느꼈고, 광명식당의 순대국밥을 생각할 때 처럼, 고기국수 하면 이 집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고기국수집은 그저 이 집을 만나기 위한 기초적인 수순이었다 생각될 정도로 말입니다. 강추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주의 전통적인 모습에 가장 가까워보이는 고기국수와 세트가 매우 충실하고 든든한 순대와 머릿고기를 맛보려면 이 집은 꼭 들러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순대한번 튼실하네요..
고기국수가 맛있다니 들러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