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장단콩두부>
장단콩두부 식당은 대체로 평균 이상 가는 맛을 내는 거같다. 와서 먹을때마다 실망한 적이 별로 없다. 우선 식자재의 우수성 덕분이 아닌가 한다. 질좋은 콩으로 만드는 우리식 두부의 여러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파주, 오늘은 그중 맛이 더 인상적인 집을 찾은 거 같다. 두부가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식당이다.
1.식당얼개
상호 : 파주장단콩두부
주소 : 경기 파주시 월통면 통일로 7179영태리 516-10)
전화 : 031) 943-3008
주요음식 : 두부요리
2. 먹은날 : 2021.6.2.저녁
먹은음식 : 두부정식 특 16,000원
3. 맛보기
좋은 콩으로 만들면 두부 맛이 달라요. 좋은 두부로 만들면 두부요리가 달라요. 상 위에가지가지 얼굴로 차려진 두부요리가 그렇게 말해준다. 향이 달라요. 맛이 달라요. 식감이 달라요. 먹으면 기분이 달라요. 이것은 후렴구인가보다.
내 땅에서 나는 식품의 우월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각나라마다 가장 우수한 음식은 제 나라 음식일 것이다. 우선 먹는 사람이 익숙하고, 조리하는 사람이 가장 전문적이고, 식재료가 이동의 고통이 줄어 신선하기 때문이다. 익숙하고 토질에 맞는 음식이 맛있게도 여겨진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은 거부감을 떨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새로운 식재료, 새로운 조리법, 새로운 향료가 이런 것들이다. 북경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항상 두 가지를 말했었다. 짜지 않게 해주세요. 향채(샹차이)는 빼주세요. 이 두가지는 거의 공포스러웠었다. 향채에 대한 거부감은 지금은 덜하지만, 그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가.
반면 지역 특산품은 거기에 기대라는 맛이 하나 더 들어간다. 맛있을 거라는 기대가 침을 고이게 하고, 맛있게 먹을 준비를 한다. 맘과 입이 준비된 상태에서 받는 밥상은 낯선 음식보다 쉽게 몰입된다. 거기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기분이 배가되는 것이 당연하다.
운남에 가서 초두부를 먹는데, 두려움을 용기로 애써 무마시키며 시도했었다. 솔직히 한 접시를 다 먹는 동안 무슨 맛인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였다. 이런 음식은 즐길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두부인데 장단콩두부는 얼마나 다른가. 누구나 거부감없는 두부에다 최고의 장단콩이 아닌가. 장단콩에 거는 기대를 이 음식들은 훌륭하게 만족시켜 주었다.
두부정식, 정식이라는 말은 요즘 여러가지 음식이 짜임새 있게 차려지는 밥상을 말하는 거 같다. 정말 여러가지가 나왔고, 두부는 찌개가 넷이나 되었다. 횡재한 기분으로 여러가지를 고루 맛봤다.
맛을 전혀 가미하지 않은 순두부이다. 두부향이 고소하게 난다. 수입콩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향이다. 향이 그대로 혀끝으로 전해져서 입에서도 고소한 맛이 몽골몽한 식감에 담겨 감지된다. 간이 안 되어 약간 간을 해야 하는 것이 아쉽다. 간하기 전의 맛을 그냥 그대로 느껴보자.
비지찌개. 콩 알갱이가 조금 씹히면서 간이 되어 있어 그대로 먹으면 된다. 콩의 향이 씹히는 식감으로 봉숭아 씨앗처럼 터지며 입으로 퍼진다. 좋은 음식이다.
묵은 김치를 볶았다. 간도 아삭거리는 식감도 다 좋다. 두부를 싸먹으니 둘 다 맛이 상승한다.
무생채. 싱싱하고 매콤한 무맛이 그대로 난다. 수입산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생 맛이다. 알싸하니 매운 무다.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순두부찌개. 고소하고 좋다.
청국장. 평소 청국장을 즐기지 않는 것은 입맛 탓이 아니라 청국장 탓이다. 맛있는 청국장 만나기가 쉽지 않은 탓. 아마도 청국장 띄우기가 메주 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탓일 게다.
그런데 청국장의 향과 함께 풍부한 풍미가 자꾸 손이 가게 한다. 청국장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구미 지역에서 청국장 먹으면 악취라고 고소당한다는데, 이렇게 맛있는 청국장이라면 악취라고 여기지 않을 거 같다. 콩이 맛있어서인지, 솜씨가 좋아서인지 말하기 어렵다.
두부 탕수. 식어 나온 것이 좀 아쉽다. 그래도 조림같이 맛있다. 조금 매콤한 맛이 좋다.
오징어고추조림. 오징어채가 고추와 만나서 풍미가 더 좋아졌다. 고추는 부드러워지고 오징어는 고추의 맵싸한 맛이 담겨 진한 맛을 낸다. 좋은 아이디어 음식이다.
열무김치. 오늘 담근 듯 청아하고 신선한 맛. 이런 맛을 청렬하다고 해야 할까. 현장음식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준다. 더 달라고 하고 싶었던 반찬 1위, 참느라고 혼났다.
수육은 그만그만. 두부는 부침도 생두부도 좋다. 생두부는 좀 단단하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찌개가 더 인상적이었다. 전은 호박과 송이다. 모두 금방 막 부쳐내어 올라와 기름맛이 신선한 것이 좋다.
밥이 너무 좋다. 아마 우선 도정을 한 지 오래지 않을 것이다. 쫄깃거리고 또렷거리고, 밥만 먹으래도 한 그릇 다 먹을 거 같다.
요즘 이렇게 1인용 솥에 밥을 바로 해주는 식당이 참 많아졌다. 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탓일 거다. 그래서 밥이 조연이 아니라 다시 주연의 자리를 되찾는다.
우리는 원래밥을 많이 먹는 식단인데, 밥 양을 줄이면서 밥그릇도 양도 작아졌다. 개화기 때 사진을 어쩌다 접하면 저 밥을 어떻게 다 먹을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큰 밥그릇에 밥이 고봉이다. 물론 다른 반찬이 적으니 밥으로 양을 채울 수밖에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몸으로 일하는 농부들이니 머리로 일하는 사람들보다 많이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다 국수니 빵이니 피자니 하는 다른 음식들을 먹기 시작하고, 영양을 찾아 다른 반찬류를 중시하면서 밥이 홀대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밥은 대강 먹는 거 같더니, 요즘 들어 밥의 질에 자꾸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그러자 밥이 다시 주연이 되었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면서 주연 자리를 회복한 밥이 밥이 아니라 찬이 된 듯하게 상의 중심이 되었다.
이런 밥은 상의 주연 노릇을 제대로 한다. 밥만 먹어도 한끼가 충분할 거 같은 생각, 이팝에 고깃국엔 바로 이 밥이어야 할 거같은 생각이 드는 밥이다.
4. 먹은 후
장단지역 콩은 고래로부터 명성이 높아 임금님 진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장단콩마을은 임진강 이북 민통선에 있어 예약을 해야 하고, 도착하면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장단은 분단의 상징성을 가지며, 장단콩은 정치적 모임에서는 남북 화해의 상징이라는 함의를 담은 음식으로 차려지기도 한다.
남쪽에 가면 갯벌과 바다로 뻗은 식재료의 향연이 한없이 즐겁기만 한데, 이곳 장단과 임진강은 똑같이 최고의 음식임에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오두산 전망대에서는 임진강 이북땅이 바로 북한이어서 망원경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이의 유적지 화석정에서는 임진강을 내려다 보면서 왜구에 쫓겨 강을 건너는 선조의 그림자를 쫓아볼 수 있다. 임진강을 건너 화석정불을 등대삼아 북한 어디로 사라져 갔을 선조의 영상이, 사라져 간 그곳이 금단의 땅이어서 더욱 쓸쓸하게 여겨진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먹는 장단콩을 북한에서도 먹을 거라는 것, 옛 장단군이 일부는 파주로, 일부는 북한 장풍군으로 편입되었으니 말이다. 장단콩은 정녕 분단이 아니라 화해와 통일의 상징이다. 그렇잖아도 맛있는 장단콩이 정치적 문화적 함의까지 더하니 더 귀하게 맛있게 여겨진다. 이런 문화적 일체감이 어느날 통일을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아래는 장단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몇 가지를 전한다.
1) 파주 장단콩
파주의 장단지역은 1913년 한국 최초 콩 장려품종으로 지정된 '장단백목'을 탄생시킨 콩의 본고장이다. DMZ청정지역 마사토에서 재배한 파주장단콩은 유기질과 이소플라본(항암성분)의 함량이 높다. 파주에서 재배하는 콩은 경작지 800ha에서 연간 1,200여톤(2014년 기준) 생산되고 있다. 현재 장단백목과 교배한 보급종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대한민국 식재총람 전재)
2) 파주 장단콩마을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길 64
장단콩 마을은 슬로푸드 체험마을으로 우리콩과 우리 농산물을 지켜가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을 구성원들과 함께 뜻을 이루고자 결성된 영농조합법인이다. 매년 장단콩 축제를 개최하였으며 1년에 장단지역에서 재배하는 경작지는 20만 평에 이른다. 수확량은 70kg 단위의 1500가마를 거두어들이고 있으며 이중 1,000가마는 된장과 청국장으로 가공하여 판매되고 있으며, 500가마는 인터넷과 장단콩 축제를 통하여 직거래되고 있다. 장단콩 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전재)
1972년 경기도 장단군 장단면, 군내면, 진서면, 진동면이 파주시로 편입. 이것은 파주시의 20% 면적임.
1969년 인공교배를 통해 육성보급된 ‘광교’를 재배
1970년대 초부터 민통선 북방지역 개발로 장단 민북지역에 400ha 재배면적으로 보광, 장엽 등 신품종을 재배하고 콩 생산물을 생산
'파주장단콩마을'이라는 사이트에서는 된장, 간장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3) 장단콩은 분단지역 상징 음식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및 북한 대표단이 2018년 11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굿모닝하우스에서 함께한 오찬 메뉴에 명란무만두, 새우관자어선, 돼지안심냉채, 장단사과샐러드, 잡곡밥, 개성인삼향연저육, 장단사과닭찜 등과 함께 장단콩물타락죽이 올랐다.
장단콩은 옛 장단군의 일부인 파주시 장단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이다. 장단군은 파주와 개성 중간에 있던 지역으로, 임진강변의 비옥한 토지 덕분에 벼, 콩, 인삼 등의 작물을 재배하는 풍족한 농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휴전선을 경계로 남쪽은 파주시 장단면, 북쪽은 황해도 장풍군으로 나뉘면서 분단의 상징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밥상은 분단의 상징 장단군의 먹거리로 차린 '평화와 통일 기원 밥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연합뉴스 기사 발췌,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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