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이웃 / 서순희
코로나 19는 또 다른 일상을 주었다, 몸이 좋지 않아 매일 삼학산에 간다. 습관적이지만 새로움도 함께 맛보는 것이다. 삼학산에 올라 정상에서 본 마을은 평화롭지만 적막감도 흐른다. 산을 지키는 나무, 바위. 풀들은 겨우내 바삭거리며 생명을 키운다, 만삭인 동백꽃은 해산을 기다리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만나면 반갑게 손짓한다. 옛 친구같이 묵은정이 솟고 추억이 소환되는 산이다.
지난 8월에 삼학산을 가다가 도로 뒤쪽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을 보았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샛길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큰애가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에 페트병 안에 작은 게랑, 물고기를 잡았다고 보여준다. 어디서 잡았냐고 물으니 아파트 밖으로 손을 내밀며, 저 바다 가까이에서 잡았다고 한다. 나는 무턱대고 말했다. 위험하니까 다시는 그곳에 가지 말라는 말에, 순간 입을 꽉 다문 찌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그 이야기가 있는 곳이 이 길이다.
남항 들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목포의 지속 가능한 발전 계획안에 맞추어 옛 모습이 사라졌다. 바닷물 조수 간만의 틀을 없앴다. 갯벌은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고 새로운 땅이 되었다. 용도상 분할 된 넓은 꽃밭 단지에서 시민을 부르는 것이다. 작년에는 백일홍, 코스모스가 만발하고 많은 사람이 이곳을 다녀갔다. 눈만 뜨면 그곳을 가고 소녀처럼 향기에 취했다. 가을이 지루하지 않았다. 남편하고 가보면 어린이,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 동네 주민도 많이 보였다. 여기저기 사진 찍는 모습도 웃음과 함께 들려왔다. 꽃이 지자 공공근로 아저씨 아주머니가 낫으로 밑동을 벴다. 엄청난 꽃 무더기가 쌓였다. 연극이 끝난 무대처럼 텅 빈 들이 되었고 맨땅이 보였다.
겨울은 바람을 타고 왔고, 남항 들을 지나 삼학산에 오갔다. 소중한 이웃처럼 나는 인사말도 하고 혼자 웃기도 한다. 새해 2월이 지나도 코로나 19는 꺾이지 않고 새로운 변종으로 사람을 공격했다. 설을 보내고 대보름에도 자식조차 전화로만 안부를 주고받았다. 3월에는 삼학산 쪽보다 남항 들 안쪽으로 12시부터 오후 1시 넘게 거닌다. 무심코 본 넓은 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주변이 찬찬히 보였다. 넓은 땅과 갈대숲인데, 갯벌을 죽이고 그 땅에 새로운 공사가 계획되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첨단 배를 만드는 공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이곳 꽃밭은 시민에게 주는 단기성 선물인 것이다. 시 발전 계획에 따라 영산강 하구언을 만들면서 이곳도 전체적인 모습이 바뀐 것이다. 그야말로 쌍전벽해다
작년 목포문학 박람회가 열리면서 이곳은 재정비가 들어갔고, 목포 생긴 이래 처음 긴 들길이 만들어졌다. 오래전부터 살아왔던 갈대숲이 보였다. 갈매기, 비둘기, 까치, 한 무리가 여기저기서 소리를 낸다. 봄바람을 업고 갈대는 나를 반긴다. 길게 가르마 난 길에 사람조차 별로 눈에 띄지 않다. 코로나 19는 이곳에서도 한 몫 했다. 이상기후는 환경과 동일하게 우리 곁에 바짝 살고 있다. 그래서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누구나 경계하는 터인데, 남항 들길은 어쩌면 용서할 수 없는 파괴라면 파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무너진 갯벌과 변형된 갈대숲을 보고 나 혼자 분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지럽게 빠져든다. 한없이 복잡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몸이 아픈지 7년이 된 지금, 지난해보다 몸놀림이 더 유연해 졌다. 이것은 삼학산과 남항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이들은 사람이 자신들에게 어떻게 해 왔는지 보고 또 보았고 귀로 들었다. 늘 나에게는 힘과 꿈을 준다. 잃어버린 시간을 뒤로 하고 노년을 바르게 살아가라고. 오늘도 갈대 숲길을 걷는다. ‘많이 보고, 듣고. 입은 무겁게 ’ 라며 손을 흔든다. 벌써 봄이 옷을 입고 있다. 이 길 위에서 시작된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문우 여러분
웃는 한해가 되길 빕니다.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반갑습니다.
잔잔한 자연예찬, 눈으로 보는 듯 스며듭니다.
오랜만의 글 반갑고 좋습니다.
선생님 반갑습니다. 오래전에 남항에서 새 공부해서 좋았는데 개발된다고 해 많이 안타까워했어요. 선생님 글에는 삼학도며 입암산 생태공원이며 늘 낯익은 곳들이 나와서 더 반갑습니다.
선생님, 오랜만에 뵈니 더 반갑습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