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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새) 춤이 좀 끈적끈적 하지.
(채린) 네.
(영새) 그렇긴 해도 이 춤은 여성다운 아름다움과 육감적인 매혹을
자연스럽게 표현 할 수 있는 춤이야.
(채린) 그러니 그런 것 같네요.
:
음악 좀더 커지면서 철용과 미수는 계속 춤을 춘다.
룸바를 추는 철용은 미수를 화면 오른쪽으로 밀면 미수는 빙글빙글 돌면서
화면 오른쪽으로 간다.
:
- 플 로 어 -
:
미수는 빙글빙글 돌면서 플로어서 영새가 미수를 받는다.
영새가 미수를 받으면서 탱고를 춘다.
그 모습을 보는 채린.
그러면서 화면이 바뀐다.
:
- 선유도 -
:
바뀐 화면에는 영새와 채린이가 탱고를 추고 있다.
그 위로 영새와 채린의 대사가 들린다.
:
(채린): 이 춤은 또 무슨 춤이에요?
(영새): 이번 춤은 탱고라고 모댄 5종목 중 하나지.
(채린): 근데 이렇게 갑자기 목을 틀면 목이 아프지 않아요?
(영새): 아프냐?
(채린): 아니요.
(영새): 거봐 안 아프잖아.
(채린): 근데 너무 끊겨서 추는 것 같아요.
(영새): 그게 이 춤의 매력이야.
:
영새와 채린은 탱고를 추고 있다.
화면은 브릿지 되면서 플로어에서 추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 플로어-
영새와 채린이가 탱고를 춘다.
탱고를 별 무리 없이 따라서 추는 채린.
앤드 동작이 끝나면 철용과 미수 박수를 치고
숨이 가빠진 채린, 영새의 반응을 기다리지만
영새: 좋아할 것 없어. 이제 겨우 걸음마 뗀 거니까.
:
화면을 빠져나가는 영새의 무뚝뚝한 표정에 얕은 미소가 어린다.
실망스러운 채린.
철용, 쓰윽 화면에 들어오며
:
철용: 춤출 땐 원래 저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채린: (억지로 웃음을 입에 문다)
철용: (화면을 나가며) 형, 오늘 예수 귀빠진 날 아닌가? 파티라도 해야죠!
:
영 새 의 집 - 욕 실 / 밤
:
변기 위에 앉는 영새.
바지를 걷으면, 무릎 보호대가 보인다.
보호대를 뜯어내고, 무릎을 만지는 영새.
통증이 심한 지, 인상을 찡그린다.
:
영 새 의 집. / 밤
크리스마스 추리가 알록달록 빛을 발하고 트리 꼭대기엔 왕별도 반짝이고 있다.
철용 이는 한 손엔 노래방 기계의 마이크를 가지고 뽕짝 버전인 고요한밤 거룩한 밤을 부르고 다른 손엔 샴페인 병을 들고 있고, 옆에는 미수가 춤을 추며 철용과 같이 노래를 부른다.
:
철용, 미수 (뽕짝버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품에 안겨서~ 짠짠~
:
철용의 노래를 들으며 환영에 빠진 듯한 눈으로 추리를 보는 채린.
:
채린: (혼잣말처럼) 고향에 온 것 같아요.
영새: 응?
채린: 저 크리스마스 추리요. 꼭 반딧불이 빛나는 것 같아요.
영새: (웃으며 추리를 본다.)
:
DIS
빈 플로어에 비추는 불빛.
이번에는 술이 얼큰하게 취해져 있는 영새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들 술이 취해져 있다.
영새 노래가 거의 끝날 때.
:
DIS
:
이번에는 술에 취한 철용 이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
:
철용: 공자님도 예수님도 (딸꾹) 안 놀고는 못 배기는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인기 가수
고져 우리 연변에서는 이 정도는 돼야 인기 가수라고 하디오.
자~ 장채린 양을 소개합니다. 장! 채! 린!
미수와 영새 장채린! 장채린!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에 환호하듯 채린 커튼을 열고 노래를 부르며 나온다.
(※중국노래 夜來香 또는 등려군의 첨밀밀 노래 중 택일.)
채린이 입은 왈츠용 드레스를 보고 놀라는 철용.
순간 옆에 있는 영새의 눈치를 살피면 영새는 고개를 숙이고 취해 있다.
영새는 채린의 노래에 흐느적거리며 박수를 치며 서서히 고개를 들어 채린을
보면 채린이 입고 있던 드레스 때문에 갑자기 술이 깬다.
영새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며 벌떡 일어서더니 플로어를 가로질러 걸어 나간다.
노래를 멈추는 채린. 앞에서는 영새.
채린, 긴장한 눈으로 영새를 본다.
영새: (화를 안으로 삭이며) 내.물.건.에.손.대.지.말.랬.지!
:
문을 탕 닫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영새.
어쩔 줄 몰라 덜덜 떨리는 채린의 입술.
금새, 눈물이 터질 것 같다.
:
미수: 왜 저래?
철용: (턱짓을 하며) 저 옷 영새형 파트너가 입던 드레스야.
미수: 근데, 뭐? 그 여잔 딴 남자한테 갔다며?
철용: 그게 아냐. 형은 한국무도 사상 최고의 조련사였어.
발레 동작인 뚜르 앙레르하고 그랑 알레그로를 퀵스텝에 접목시켰었지.
:
비젼을 배경으로 철용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
철용: 형이 세영이 누날 훈련시켜서 대회에 나갔을 때 무도 계가 발칵 뒤집혔어.
아무도 엄두를 못 내던 일이었으니까.
근데 형 라이벌인 정현수가 세영이 누날 노린 거지.
세영이 누난, 가난한 형보단 협회회장 아들이자 차기 회장인 정현수의
비젼을 더 선망했고, 국가대표 선발 대회 때 형을 버리고
현수형과 파트너가 돼서 춤을 췄어.
:
비젼::
영새와 세영이 퀵스텝을 추고 있다.
날아갈 듯한 동작으로 춤을 추는 두 사람의 얼굴.
턴을 하는 영새를 따라 카메라 원형으로 이동하면 크리스털 볼륨.
세영과 춤을 추는 사람이 현수로 변해있다.
뚜르앙레르를 성공시키는 세영.
환호하는 관객들.
플로어에 서지 못하고, 객석에 서 있는 영새. 턱시도우 차림이다.
영새, 박수를 치면서 천천히 뒷걸음질로 물러난다.
입가에 쓴웃음이 배어있다.
:
옥 상 / 밤
:
옥상 난간에 서 있는 영새.
멀리 불빛들이 아스라하다.
겨울바람에 영새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
하염없이 서 있는 영새.
:
(철용 소리) 형은 세영이 누나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랬지만,
정현수는 파트너로서 이용가치가 없어진 세영이 누날 버렸지.
세영이 누난, 영새형 없인 제 기술을 발휘할 수가 없었던 거야.
누난 형에게 미안하단 말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어.
:
현 수 의 댄 스 교 습 소. / 밤
:
휘황찬란한 상들리에가 반짝이고 영새 공간의 수십 배의 플로어도
볼륨 급으로 말끔하게 펼쳐져 있다.
벽면엔 유리들이 사방을 비추고 있고, 실제공간보다 어마어마하게 넓어 보인다.
음악에 맞추어, 모던댄스를 추고 있는 젊은 커플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다.
무대 중앙의 남자, 여자를 리드하지만 여자는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화면에 쓰윽 들어오는 남자. 상두의 뒷모습이다.
여자를 휘익 팽개치는 남자는 현수다.
순간, 춤을 추던 모든 커플들이 찔끔하면서 멈춰 선다.
현수, 신경질적으로
:
현수: 음악 꺼 !
:
음악이 꺼지자 현수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교습생들을 둘러보며
현수: 영국엔 이런 속담이 있어.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은 것뿐이다.’
이게 뭔 말 인거 같애.
(파트너였던 여자에게) 뭔 말인거 같냐고?
: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분위기만 차가울 뿐이다.
:
현수: 여기가 무슨 카바렌줄 알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겠어?
왜? 절도 없이 흐느적거려!
내가 이 짓 하려고 영국왕실학교까지 다녀온 줄 알아?
(모두에게) 대회가 얼마나 남았다고 이 모양들이야.
누구 개망신시키려고 작정했나, 앙!
:
고개를 주억거리는 선수들.
:
현수: 시팔! 이런 것들을 믿고 사는 내가 병신이지.
현수, 신경질적으로 휙 돌아서 걸어 나온다.
앞을 가리고 서는 남자, 상두다.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상두.
:
현수: 어이구, 이게 누구신가 오랜만입니다.
: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새 벽
:
여명이 채 터 오기도 전. 가로등 빛이 아직도 환한 골목.
새벽 신문을 배달하는 아저씨의 모습.
하품을 하면서, 커튼을 젖히고 나오는 채린.
코를 골며 잠들어 있는 영새의 소파침대.
담요를 올려주는 채린.
:
채린: 미안해요, 아저씨 난 그 것도 모르고…….
새벽빛을 받으며, 몸을 푸는 채린.
헤어밴드로 머리를 고정하고, 열심히 준비운동을 한다.
영새가 깰라 조심조심 메트로놈 박자를 맞춰 놓는다.
박자에 맞춰 전 날 배운 동작을 반복한다.
제법 자세가 나온다.
메트로놈 재깍되는 소리와 발소리.
슬그머니 눈을 뜨는 영새.
땀에 젖어가며, 조심조심 연습을 하는 채린의 뒷모습을 본다.
: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밤
:
INSERT
영새집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빛.
:
그려진 순서에 맞춰 헤지테이션 턴을, 위스크를, 샤세프롬을
추며 땀에 젖어 있는 채린.
입에서는 허연 입김이 쏟아져 나오고, 옷에서도 땀이 증발되면서
허연 수증기가 쏟아 올려지고 있다.
팔짱을 낀 채,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는 영새.
라틴댄스 호흡을 맞추던 철용과 미수.
흘낏흘낏 영새를 본다.
:
헤어밴드를 하고 제법 비장한 얼굴로 서 있는 채린.
영새: (딱딱하게) 준비 됐어?
채린: (고개를 끄덕 한다)
:
음악을 트는 철용.
손을 뻗어 채린을 홀드 하는 영새.
왈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새와 채린.
페인트 발자국에서 한 치도 어긋남 없이 맞춰 추는 채린의 발.
발을 까닥대며, 두 사람의 춤을 보고 있는 철용과 미수.
영새와 눈을 맞추고 춤을 추는 채린의 눈이 빛난다.
최선을 다해서 스텝을 맞추는 채린.
점차, 신이 나는 미수와 철용.
순간, 뚝 동작을 멈추는 영새. 홀드한 손을 놓는다.
미수와 철용도 영문을 몰라 바라보면.
고개를 젓는 영새.
:
영새: 너 왜 춤을 추니? 빚 갚으려고? 그거 몸으로 때우려고 춤을 추는 거야?
넌 내 리듬에 쫓아오기만 급급해. 니 안에서 나오는 감정이 없잖아.
그따위 정신자세론 아무것도 안 돼!
이럴 거면 지금 당장 때려 치워!!
채린: (눈이 붉어진다)
미수와 철용 눈치를 보면서 슬며시 기둥 뒤로 숨는다.
영새, 열이 솟는지 플로어를 가로질러 걸어가려 하면
:
채린: 난 한 번도 그런 마음으로 춤 춰 본 적 없어요.
영새: ……. (멈춘다)
채린: 난 아저씨만 믿고 춤을 춘 건데요. 아저씨가 리드하는 대로,
아저씨가 숨쉬라는 곳에서 숨쉬고, 멈추라는데 서 멈췄어요.
내가 부족한 거, 못마땅한 거 다 알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아저씨랑 가까워지려고
맨날 맨날 연습했단 말이에요.
(고개를 수그린 채) 그래요, 아저씨가 말하는 리듬 같은 거 잘 몰라요.
채린, 점차 울먹이는 목소리가 된다.
:
채린: 아저씨가 가르쳐주면 되잖아요.
아저씬 뭐든지 잘 하니까, 나 가르쳐주면 되잖아요.
:
채린, 움찔움찔 어깨가 들썩여진다.
영새, 묵묵히 멈춰 선다.
채린, 고개를 떨군 채 읍하고 있다.
채린의 어깨를 붙잡아 세우는 영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영새를 보는 채린.
:
영새: 너 ……. 나 사랑하니?
채린: ……!
:
철용, 미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놀란 표정.
:
영새: 나, 사랑해?
채린: (더듬더듬) 아, 아저씨, 나.
:
영새, 손가락을 세워 채린이 더 이상 말을 못하게 한다.
:
영새: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맡기지 않아.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몸뚱아리 역시 맡길 수가 없게 되지.
그런 춤은 백 년을 춘대도 행복해지질 않아.
:
침을 꿀꺽 삼키는 채린.
:
영새: 제대로 된 춤을 추고 싶니?
채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영새: ……. 거짓말이라고 해도 좋아. 춤을 출 때만은 ……. 나를 사랑해.
나도 널 사랑할 테니까.
:
눈을 마주치는 채린과 영새.
영새, 손을 뻗어 채린의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떠억 붙인다.
움찔하는 채린.
미수와 철용도 뜨끔한 눈으로 본다.
채린의 손을 끌어 자신의 가슴에 댄다.
:
영새: 나머진, 여기에 맡겨. 그리고 내 몸 안에 리듬을 느껴봐.
:
채린, 영새에 마주친 눈을 살포시 내리고 귀를 기울인다.
희미하던 박동소리가 점차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눈을 감는 채린.
점차 두 개의 심장소리가 일치하기 시작한다.
천천히 눈을 뜨는 채린.
영새, 채린의 손을 홀드 한다.
음악이 흐르면 두 사람, 천천히 리듬에 따라 스텝을 밟는다.
시냇물이 흐르듯 막힘이 없이 흐르다가, 때론 꺾이고, 때론 구부러지며
때론 힘차게 흐르면서 왈츠를 추는 두 사람.
한 호흡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한 몸짓들이다.
채린의 얼굴에 미소가 어리고, 영새의 눈도 웃는다.
리버스 코르테를 마지막으로 앤드 자세를 잡는 채린의 얼굴에
어느새 편안하고 정갈한 표정이 떠오른다.
:
감동적인 표정으로 바라보는 미수.
갑자기 철용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가슴에 대며,
:
미수: 오빠도 나, 사랑하니?
:
미수는 철용과 춤 출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이때 끝나는 음악.
음악이 끝나면 고개를 끄덕해 주는 영새.
숨이 가쁜 채린. 기쁘다.
얼굴이 발갛게 피어오르는 채린.
:
채린: 부탁이 있어요. 저한테도 그랑 알레그로 가르쳐 주세요.
채린을 쳐다보는 영새.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고는, 돌아선다.
환하게 밝아지는 채린의 표정.
:
라 틴 바. / 밤
영새와 채린, 철용과 미수 라틴바로 들어간다.
라틴바 입구에는 지배인이 웨이터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다가 영새를 보자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
지배인: 아따, 나영새 니 시방 오랜만이다잉~ 그동안 뭐하느라 얼굴도 안 비친겨?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남?
철용: (지배인에게 인사를 하며) 형! 안녕하셨어요.
지배인: 어, 그려? 철용이 니도 쪼간 오랜만이구마…….
영새: (채린에게) 인사해! 나랑 친하게 지내는 형이야.
채린: 안녕하세요.
지배인: (얼떨결에 인사를 받으며) 아 예 ……. (영새에게) 근데 ……. 요 꼬맹이는 누구 …….여?
:
지배인이 꼬맹이라는 소리에 기분 나쁜 채린.
:
영새: 어~어 요 꼬맹이? (채린을 보고는) 요 꼬맹이는 내 마누란데 …….
채린 영새의 마누라 소리에 놀라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다.
:
영새: (영새는 먼저 빠 안쪽으로 들어가며) 형! 이따가 봐.
:
채린 그런 영새를 따라 간다.
지배인 영새의 뒷모습을 보며
:
지배인: (놀라서) 마누라라~고라고라잉~
으따 시불놈 거시기하게 원조교제 하면서 입 삭~ 닦는구마이~
:
- 시간경과 -
춤추는 스테이지에는 사람들이 섹시하게 음악에 맞춰 라틴 춤을 추고 있다.
채린과 영새는 테이블에 앉아 있다.
채린은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웨이터, 라틴 춤을 추면서 맥주를 가지고 와서 영새 테이블에 놓는다.
채린은 맥주 한 병을 짚어서 먹으려고 하자 영새가 빼앗는다.
:
영새: 어이 꼬맹이! 사이다나 마시지.
채린: 싫어요. 저도 맥주 먹을래요.
영새: 너 아직 스물 살 안됐잖아. 술 마시면 안 되지.
채린: (스물 살 안됐다는 소리에 발끈해서 영새에게 맥주를 뺏어서 맥주를 먹는다.)
영새: 야! 야!
채린: (맥주병을 탁자에 놓고는) 봤죠? 저도 마실 수 있잖아요.
영새: (어이없어 한다.)
채린: 그리고요 아저씨 앞으론 저 애 취급 하지 마세요.
영새: (황당하다)
:
이때, 철용은 테이블로 온다.
:
철용: 형 뭐해? 오랜만에 아싸리하게~ 한 번 춰야지.
형수님 이런데 와서 이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흉봐요.
(채린의 손을 잡고는 스테이지로 데리고 간다.)
:
채린은 철용과 같이 라틴 춤을 춘다.
채린 처음에는 여러 사람과 춤추는 게 어색하지만
점차 스테이지에 있는 그 누구보다 더 섹시하게 라틴 춤을 춘다.
채린의 춤은 여태껏 보았던 소녀 적인 춤이 아닌 섹시하고 도발적이면서
어른스럽게 춤을 춘다.
그런 채린의 춤을 바라보는 영새.
여태껏 어린 소녀인줄만 알았던 춤추는 채린의 모습에 반한 영새.
묘한 감정으로 춤추는 채린을 쳐다본다.
영 새 의 집 - 침 실. / 밤
:
잠이 들어 있는 채린.
몸이 피곤한지, 색색거리며 잠들어 있는 모습이 커튼 사이로 보인다.
커튼을 닫아주는 영새.
플로어 바닥에 앉는다.
페인트 통을 여는 영새. 신나를 섞어 탄다.
하얀색 페인트가 묻은 붓을 꺼내드는 영새.
무언가 바닥에 색칠을 하는 영새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고.
: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새 벽
기지개를 켜며 커튼을 젖히고 나오는 채린.
베개에 코를 묻고 잠들어 있는 영새.
채린, 담요를 추켜 올려주고, 플로어 쪽으로 몸을 돌린다.
순간, 아 ~ 하는 낮은 탄성을 터뜨리는 채린.
플로어에 온통 하얀색으로 채린의 스텝이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풋워크에 신경을 써야 할 지점과 턴의 각도. L.O.D 에 맞춘 방향들.
발자국마다 번호가 적혀있다.
채린, 가슴을 진정시키며 탑 위치에 서 본다.
발자국이 그려진 순서에 맞춰 걸어보는 채린.
가슴이 벅차다.
채린의 모습이 담요 사이로 보인다.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는 영새의 얼굴에 온통 하얀색 페인트 자국들이다.
:
동 네 수 퍼 마 켓 - 안. / 낮
:
진열대에서 물건을 사 가지고 나오는 영새.
채린 영새의 뒤에서 물건을 더 고르고 있다.
:
영새: (물건을 카운터에 놓고는) 던힐까지 얼마 에요?
:
수퍼 아저씨는 물건을 계산하고 있다.
:
영새: (채린을 보고는) 야 대충 대충 골라.
채린: (영새를 보고는 피! 하고는 물건을 집고는) 아저씨 이건 얼마에요?
주인: 어~ 그거 5,600원
채린: 너무 비싸다. (다른 물건을 고른다.)
주인: 근데 저 아가씬 누구여?
영새: 네에~ 제 마누라에요.
주인: 마누라? (도둑놈 이라는 눈빛으로 영새를 본다.)
영새는 채린에게 뭔가 말하고 고개를 돌리는데
은혜가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르며 습관적으로 스텝을 밟는 것을 본다.
:
주인: (물건을 비닐봉지에 넣으며) 3만 8천원이네.
영새: (뭔가 생각 난 듯이) 저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어디서 봤더라?
아저씨 저 여자 혹시 아세요?
주인: 글쎄 얼마 전부터 들락날락하더라고 저기 옥상, 어디에 산다글더만.
영새: 옥상이요?
:
영새 슈퍼에서 계산을 하고 나와서 아저씨의 옥상 소리가 생각났는지
김과장이 있는 옥상을 보고는 다시 맞은편에 있는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을 본다.
:
영 새 의 집 - 침 실. / 밤
:
스탠드 불빛이 오렌지색 톤으로 빛나고 있다.
침대 머리맡에 몸을 기대는 채린, 긴장된 표정이다.
하늘하늘한 잠옷을 입고 있는 채린.
:
채린: 아, 아저씨. 꼬 ……. 꼭 이렇게 해야 돼요?
영새: 쫓겨나고 싶으면 안 해도 돼.
:
웃옷을 벗는 영새.
채린, 고개를 돌리려 한다.
영새, 채린의 얼굴을 붙잡아 자신에게로 향하게 한다.
채린에게 얼굴을 천천히 붙이며
:
영새: 어색하게 굴지 마. 건너편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
영새, 손을 뻗어 채린의 잠옷 리본을 붙잡는다.
채린, 영새의 손을 잡으며
:
채린: 제가 할게요.
:
채린, 천천히 잠옷을 푸르는 손길이 떨린다.
채린의 속옷이 드러나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채린.
채린의 머리칼을 창가 쪽에 비추는 손으로 감싸는 영새.
천천히 입을 맞추듯이 가까이 들이댄다.
채린의 몸을 안 듯이 당기는 영새.
채린, 덜덜 떨면서 영새에게 안긴다.
:
건 너 편 옥 상. / 밤
망원경에 눈을 대고, 침을 꼴깍 삼키는 김과장.
망원렌즈를 통해 보이는 창가.
마치,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듯한 자세로 눕는 채린.
여전히 화면엔 두 사람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영새의 등판에 채린의 몸을 완전히 가리면.
:
김과장: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마, 임마! 니들은 위장 결혼한 사이잖아!
내 눈은 못 속여. 니들 지금. (호흡이 커지면서) 연극하는 거야.
아니, 아니. 좀 더 밝은 데로. 아후.
:
망원경을 휙 빼앗는 은혜.
:
김과장: 왜 그래요? 한창 중요한 장면인데.
은혜: 남의 부부생활 들여다보는 게 공무원이 할 일인가요? 그게 그렇게 좋아요?
김과장: 최은혜씨. 우린 지금 근무 중입니다. 그걸 한시라도.
은혜: 알아요. 근데, 남의 부부 생활까지 엿보는 건 너무 하지 않나요.
김과장님 눈엔 제가 여자로도 안 보이세요?
:
휙 얼굴을 가리고 옥상을 뛰쳐나가는 은혜.
당황스러운 김과장.
건너 편, 영새의 방에 불이 틱 꺼진다.
:
영 새 의 집 - 침 대. / 밤
:
창가로 스며드는 네온불빛에 보이는 두 사람.
영새, 슬그머니 침대에서 몸을 빼낸다.
채린, 이불로 몸을 가린다.
:
영새: 별 일 없을 거야. 잘 자라. (일어나 나가려 한다)
채린: 아, 아저씨.
영새: (돌아보면)
채린: 오늘 기온이 더 내려간 데요. 밖은 추울 텐데…….
영새: 잘 자라. (돌아서 나간다.)
:
그런 영새의 모습을 보는 채린.
사 진 관. / 낮
스튜디오 안.
커튼 안에서 매우 어색해 하며 턱시도우를 입고 나오는 영새.
사진사: 신부님 준비 다 됐으면 나오세요.
이윽고, 커튼이 열리면.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채린이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영새.
채린의 웨딩드레스를 보고, 넋을 잃는 영새.
스튜디오에 어색하게 앉는 두 사람.
사진사 뭐라고 자꾸 이야기 하지만 두 사람 머뭇거리기만 한다.
눈을 내리 깐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채린.
영새, 가만히 앉아 있는다.
사진이 철컹 찍히면 영새의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짓고 있는 채린.
: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낮
:
벽면에 커다랗게 걸린 두 사람의 웨딩 사진.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서 있는 채린.
뒤쪽에 쓰윽 들어오는 영새.
:
영새: 이게 연습 안하고 게으름 피우고 있네!
채린: (혀를 낼름 내밀며 탑 위치에 있는 영새에게 간다.)
영새: (채린의 혀를 내미는 모습이 귀여운지 한번 웃는다.)
채린: 근데요 아저씨! 그 썩은 미소 좀 어떻게 안 할 수 없나요.
영새: (홀드를 한 상태에서 막 동작을 시작하려는데 당황한 듯)
썩은 미소라니? 남들은 다 살인미소라는데…….
채린: 칫! 살인미수겠죠.
영새: (어이없어서 또 웃는다.)
채린: 근데요 아저씨, 우리가 어떻게 만났죠?
영새: 뭐?
채린: 처음에 어떻게 만났냐구요?
영새: 글쎄 ……. 어떻게 만났더라…….
채린: 참! 채민 언닌 예전에 한국에 잠깐 관광 가이드로 왔었어요.
:
채린의 환상이 보여진다.
:
인 천 공 항 앞 / 낮
:
인천공항 앞에 채린이가 중국 관광객들을 데리고 인천공항을 나오고 있다.
중국관광객들은 한국에 온 걸 매우 즐거워하고 있다.
채린이는 중국 관광객들을 인솔하고 있다.
:
(영새): 그때가 언제야?
(채린): 한 ……. 이 년쯤 됐을걸요?
(영새): 그럼 이 년 전에 둘이 처음 만나서 첫눈에 반했다?
(채린): 네.
(영새): 근데 관광 가이드하고 댄스 스포츠 선수하고 어떻게 만나?
:
이때 공항 앞에 있는 채린과 중국관광객들 앞에 멈추는 마을버스만한 관광버스.
앞문이 열리면 운전사인 영새가 채린에게 묻는다.
:
영새: 연변에서 오신 장채민씨 맞죠?
채린: 네. 맞습네다.
영새: 타세요. 전 장채민씨를 데리러 온 나영새입니다.
:
채린은 중국관광객들을 버스에 오르게 한다.
이때 살며시 마주치는 영새와 채린의 얼굴.
영새는 그런 채린을 보면서 웃어 준다.
:
(영새): 아니! 그럼 내가 2년 전에 춤 안 추고 관광버스 운전사였단 말이야?
(채린): 그냥 잠깐 아르바이트로 했다고 하죠.
(영새): 그럼 괜찮고. 근데 그 뒤론?
: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낮
:
다시 현실로 돌아온 영새와 채린.
영새와 채린은 여전히 탑 위치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
:
채린: 그 뒤론 ……. 글쎄요? 아! 그 뒤론 우린 같이 관광 가이드를 하는 거죠.
:
몽 타 주( 문화 관광지1, 경 주, 인 천 공 항 ) / 낮
:
영새는 관광버스를 운전하고 있고 그 옆에 조수석에는 채린이가 있다.
영새와 채린은 문화 관광지1에서 중국인들을 관광 가이드 한다.
영새와 채린은 어느 벤치에 앉아 있다. 영새는 채린의 손을 잡는다.
카메라 서서히 뒤로 빠지면 옆에는 중국인 관광 아이들이 멀뚱멀뚱
영새와 채린을 보고 있다. 뒤에는 경주능이 보인다.
인천 공항에서 헤어지는 영새와 채린.
영새와 채린은 매우 슬퍼한다.
:
(영새): 그 뒤로 서로는 헤어졌다?
(채린): 아니죠. 잠깐 헤어진 거죠.
:
영 새 의 집 - 플 로 어. / 낮
:
영새: 그게 그거지. 어쨌든 그 뒤로 서로는 그리움에
전화통화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 연애를 했다?
채린: 네.
영새: 그럼 그 뒤론 뻔하겠네. 뭐 메일을 주고받고 전화 통화하고…….
몽 타 주 / 낮
:
채린에게 메일을 쓰는 영새.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는 메일을 쓴다.
(영새): 사랑하는 채민씨 금방 전화로 당신 목소리를 들었는데도 이렇게 그립군요.
서울엔 비가 내리고 있어요.
빗줄기도 제 갈증을 어쩌진 못하는군요. 그리운 채민씨. 야, 이거 소름끼친다.
:
메일을 쓰고 있는 영새. 매우 쪽팔려하는 표정을 짓는다.
담배를 한대 피우며 다시 메일을 쓴다.
:
(영새): 비 오는 이 거리를 당신과 함께 걷고 싶군요.
:
다시 화면 오버랩 되면서 채린이가 있는 공간이다.
비 오는 창문 너머로 영새에게 메일을 쓰는 채린.
잠시 창문을 보고는
:
(채린): 사랑하는 영새씨 수화기를 통해서 당신 목소리를 들었을 때 반가움에
왈칵 울음이 쏟아질 뻔했어요.
창 밖으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요. (소름 돋는 표정을 짓는다.)
점차 진지하게 메일을 쓰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 되고
:
(영새): 당신을 만나게 된 걸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채린): 당신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
영 새 의 집 - 몽 타 주. / 낮
:
손빨래를 하고 있는 채린. 옆에는 산더미만큼 빨래가 놓여 있다.
채린 찌릭 고개를 돌려보면, 신문을 펼쳐 들고 소파에 누워
영새: (철용에게) 채린이
연미복을 입은 영새가
수헌: 거기 깍두기 좀 남아요?
:
나난, 철장 사이로 깍두기 밀어주고 계속 먹는다.
:
수헌: 저기
나난, 화 벌컥 을 휩쓸고 날아간다.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왜 별안간 그런 생각
동서 내려와 닿다가 떠난
- end
11시 10분 화끈한 팀장방 가요
썸티브이에서
오늘 썸티브 최고 수위 사장방 가요
오늘 화끈한 사원, 팀장방 가요
착하고 아름다운 스타일 방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채용공고 사원 100 대리 300 팀장 500 사장 1000개 영구누적 후회안함
댄서의 순정
시나리오 / 박 계 옥
각 색 / 박 영 훈, 박 현 규
감 독 / 박 영 훈
제 작 / (주) 컬쳐캡 미디어
……. 반딧불은 바보잖아 ……. …….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거야.
그렇게 기다리다가 ……. 죽는거지 ……. 운명처럼 …….
나오는 사람들
나영새(30) - 전직 댄스 스포츠 국가 대표를 하며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나 경기 중 입은 다리 부상으로 많은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도전으로 채린에게 댄스를 가르쳐 준다.
장채린(19) - 연변에서 살다가 한국에 와서 영새에게 댄스 스포츠를 배워 댄스 스포츠 선수가 된다.
정현수(33) - 영새의 파트너 세영을 빼앗고 영새의 다리마저 불편하게 만들어 버리고 영새의 새 파트너 채린 마저 빼앗아 간다.
마상두(41) - 춤 교습소를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사내. 영새 몰래 채린을 현수에게 넘긴다.
이철용(24) - 영새에게 예전에 춤을 배운 영새 후배. 어느 날 미수를 데리고 영새를 찾아와 다시 춤을 배운다.
오미수(23) - 철용의 댄스 파트너 전직 재즈 댄스 강사.
김과장(39) - 출입국 관리소 직원, 영새를 쫓아다니며 영새와 채린의 위장 결혼을 밝히려고 한다.
최은혜(31) - 경찰청 직원, 김과장과 같이 영새와 채린의 뒤를 조사한다.
김세영(29) - 옛날 영새의 파트너, 돈과 명예 때문에 영새를 버리고 현수에게 갔다.
오경용(30) - 현수의 부하, 대회장에서 영새에게 고의로 부딪혀 영새를 다치게 한다.
이기철(30) - 현수의 부하. 경용과 같이 영새의 다리를 다치게 한다.
류선규(25) - 상두의 부하
서영준(27) - 상두의 부하
출입국 남직원(35) - 채린의 위장 결혼 여부를 심사한다.
출입국 여직원(28) - 영새의 위장 결혼 여부를 심사한다.
그 외 다수
프 롤 로 그. - 대 회 장. / 낮
댄스 스포츠 선수들 대기소.
영새와 파트너가 같이 앉아 있고 건너편에는 현수와 세영이가 앉아 있다.
주위에는 대회 참가자 선수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영새는 매서운 눈으로 현수와 세영이를 쳐다본다.
현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왠지 세영의 얼굴이 어둡다.
세영은 의도적으로 영새의 시선을 피하려 한다.
현수 즐겁게 웃으며 세영에게 손을 내밀고 세영 억지 미소를 지으며 현수의 손을 잡고 영새 앞을 지나가 대회장으로 간다.
영새는 그런 현수의 뒤를 쫓아가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현수에게 영새 중요한 건 파트너가 아니라 파트너와의 교감이야. (현수보다 먼저 대회장으로 간다.)
현수는 대회장으로 가는 영새를 보며 시니컬하게 웃는다.
단체전 퀵스텝, 춤 출 준비를 하고 있는 선수들.
쿽스텝 음악이 나오자 춤추기 시작하는 선수들.
영새와 파트너 춤이 단연 으뜸이다.
현수와 세영의 춤도 뛰어 나지만 영새와 파트너의 춤에 비해서는 별로다.
상두는 영새와 현수의 춤을 비교 하면서 뭔가를 적으며 매우 흡족해 하는 눈치다.
영새와 파트너 퀵스텝을 추면서 점차로 템포가 빨라지고 격렬해지는 가운데 이때, 다른 쪽에서 오는 춤추는 사람과 다리를 부딪친다.
다리를 다쳐 넘어지는 영새.
놀라는 상두의 얼굴
넘어진 상태에서 당황하는 영새.
영새의 시선으로는 다른 춤추는 사람들이 매우 몽환적으로 보인다.
W.O
병 원. / 낮
낙엽이 와르르 떨어지는 병원의 전경.
영새는 담배를 피며 엑스레이 사진이 든 봉투를 들고 나오면서 다리를 한번 흔들어 본다. 그 위로 흐르는 의사의 소리
(의사): 한 번 파열된 연골은 다시 덧나기 쉽습니다. 그러니 무리한 운동은 삼가 하세요.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는 걸어가는 영새.
F.O
자막 - 2년 후 …….
초 등 학 교 운 동 장. / 낮
화면 암전 된 상태에서 모던 댄스 음악이 흐르고 영새의 소리가 들린다.
(영새): 슬로, 슬로 퀵퀵, 슬로, 슬로 퀵퀵 그리고 턴 하고, 다시 한번 …….
화면 F.I 되면
교양 모던 댄스를 추는 초등학생들.
영새는 그룹으로 춤을 추는 아이들 사이를 지나가는데 약간 다리가 불편해 보인다. 그러던 중에 자세가 매우 틀려 보이는 민철이와 희연이를 보고는
영새: 민철이 넌 리버스 턴만 돌아가면 지구가 돌아 간 것처럼 허둥거리는구나.
민철: …….
영새: 희연아 리버스 턴 일땐, 니가 민철이 리드 좀 해줘라.
희연: 네.
초등학생인 민철과 희연은 계속 춤을 추고
영새는 아이들을 빠져 나와 조회대 앞에서 담배를 피며 어딘가를 보면서 뭔가를 생각한다.
앞에 있는 종이컵에 담배 재를 턴다.
이때, 영새의 어깨 너머로 춤추던 아이들 춤을 끝내가면서 음악이 끝난다. 그러나 영새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담배를 핀다.
이때, 들리는 희연의 소리.
(희연): 선생님 음악 끝났는데요.
:
영새 아이들을 귀찮은 듯 쳐다본다.
:
희연: 선생님 음악 끝났어요.
아이1: 선생님 다른 거 가르쳐 주세요.
영새: (담배를 끄며 귀찮은 듯 CD 플레이어에 같은 곡을 누르며)
야! 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방금 한거나 한번 더하고 있어.
:
그리고 영새는 다른 곳으로 간다.
아이들 서로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아이2가
:
아이2: 우리가 몸친가? 한달동안 이 춤만 가르쳐 주게?
:
음악이 나오자 마지 못해서 춤추는 아이들.
영새는 춤추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불편한 다리로 어딘가로 걸어간다.
영 새 의 집. / 밤
벌써 재건축 되었어도 하나도 억울할 것 같지 않은 건물 삼층.
불이 켜지면 부식된 기둥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내.
제법 넓은 플로어가 마련되어 있고, 한 쪽 구석은 커튼이 드리워져
실내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한 쪽 벽면엔 거울이 붙여져 있다.
: 여기저기 거미줄이 쳐져있고, 부서진 유리에선 바람이 들어온다.
파르스름한 형광등 불빛에 더욱 추워 보이는 실내.
오래된 댄스 대회 수상 트로피가 있고 상장들이 벽에 걸려 있다.
영새가 대회에서 우승한 사진들에 먼지가 낀 상태로 벽에 걸려있다.
TV에서는 댄스 스포츠가 나오고,
얼굴이 꺼칠하고 수염이 제법 자라 있는 영새는 라면을 먹으며
발의 스텝을 맞추고 있다.
이때 들리는 상두의 소리.
:
상두: 개 버릇 남주냐? 춤꾼이면 춤을 춰야지 뭐 하는 짓이냐? 다린 좀 괜찮아졌냐?
우두커니 영새를 보고 있는 상두.
뭔가 서류뭉치가 든 봉투를 툭 던져준다.
영새, 보면 ……. .
상두: 너만한 춤꾼은 대한민국에 없어. 웬만하면 우리 다시 시작하자.
영새: (피식 웃는다)
상두: 다시 춤 출 수 있겠지?
영새: ……. ……. (말없이 라면만 먹는다.)
상두: 내일 중국에서 괜찮은 애가 하나 온다.
조선족 자치주대회에서 몇 번 우승한 애니까 너랑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다
영새: 관심 없어.
상두: 야 임마~ 현수 그 자식은 떵떵거리며 사는데, 넌 자존심도 없어?
지금 이렇게 사는 게 쪽팔리지도 않냐고?
영새: (짜증을 내며) 아! 싫다니까 왜 자꾸 그래!
상두: (피식 웃으며) 너 혹시, 세영이 일 때문에 그런 거야? 맞아?
야! 임마 그깟 일 때문에 …….
영새: (라면을 먹다가 말을 자르며) 형! ……. . 형한테 그깟 일 일지 모르지만
난 평생 잊을 수 없어. 알았어!!
상두: 야! 그러니까 중국에서 새로 오는 애로 파트너 하자는 거잖아.
게네들이 뭘 알겠니? 도망가지 않게 돈만 조금씩, 조금씩 쥐어주면
지들은 좋다고 해요.
그리고 솔직히 걔네들이 한국물정에 대해서 뭘 알겠냐?
그런 면에선 순진한 얘들이니까 사람 뒤통수 깔 일은 없다니까.
영새: (라면만 먹으며 다리에는 여전히 리듬감으로 춤추는 흉내를 낸다.)
상두: 아무튼 내일 가서 데리고 와. 봉투 안에 사진 있으니까
상두 나가면서 중얼거린다.
“아~ 자식 ……. 시키는 대로만 하면 지 좋고 나 좋고 얼마나 좋아. 병신새끼”
문을 닫고 나가는 상두.
잠시 정적이 흐르고 ……. …….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영새 라면을 후루룩 먹다가 봉투를 쳐다본다.
영새 봉투를 보고는 다시 라면을 먹으려다가 젓가락을 놓고는 다시 봉투를 집는다.
:
선 박. 오 후 / 낮
:
멀리 육지가 보이는 갑판.
갑판에는 작은 눈송이들이 내린다.
칼바람이 깃발을 온몸으로 부대끼게 불어 젖히고
시퍼런 바닷물이 선수에 부딪쳐 일으키는 물보라가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낡고 칠이 벗겨진 갑판에 바다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배 보다 낡은 사람들의 모습들.
짧은 생머리에 하얀색 긴 패딩바바리 옷차림의 여자 뒷모습이 보인다.
작은 눈송이가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해 쏟아지고 있다.
여자의 머리에 감싼 스카프에 하얗게 쌓이는 눈.
여전히 갑판 앞에 서서 가까워지는 인천항을 보고 있는 여자.
스카프를 감싼 얼굴이 채 보이지 않는다.
입김만 허옇게 바다바람에 날리며
(상두소리) 미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랑 위장결혼을 해야 된다.
정상적인 루트로는 초청이 불가능해.:
영 새 차 안. / 낮
와이퍼가 하나밖에 없는 낡은 영새의 차가 덜덜거리며 도로를 달리고 있다.
창유리로 날리는 송이 눈들.
묵묵히 운전을 하는 영새.
영새: (읊조리듯) 다시 시작한다. (헛웃음을 흘린다)
글러브 박스 위로 붙여진.
강아지 두 마리가 고개를 까불까불하며 끄덕인다.
인 천 항 앞. / 낮
눈들이 어느새 제법 쌓여 인천항 부두의 더러움을 더러는 덮고,
더러는 탈색시키고 있다.
끼익 멈춰서는 자동차.
라면박스 크기만 한 흰 판지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영새.
문을 닫고 돌아서다가, 미끈 바닥에 넘어진다.
손에 들고 있던 판지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눈이 녹은 자리에 떨어진다.
영새: 어휴 시팔……. 진짜!
영새, 일어나 눈을 턴다. 허리를 펴며 인상을 찡그리는 영새.
들고 있던 판지에 ‘장채민’이라는 글씨에 물기가 번지고 있다.
길게 기적을 울리며 들어오는 선박을 물끄러미 보는 영새.
입 국 장. / 낮
낡고 빈티 나는 복장에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을 굴리며
입국장에 하나 둘씩 들어오는 사람들.
보따리며, 낡은 가방들 행렬이 이어진다.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채린 잔뜩 멋을 부렸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린 티가 난다.
채린의 시선으로 한 남자가 보인다.
판지를 들고 서 있으나 뭐라고 썼는지 알 수가 없다.
무심코 그 남자 앞을 스쳐가는 채린.
성의 없이 판지를 들고 있는 영새.
수성매직으로 쓴 글씨가 물기에 번져 줄줄 흘러내린다.
글씨가 번진 줄도 모르고 서 있는 영새.
아무도 자신 앞에 멈춰서질 않자, 판지를 뒤집어 본다.
판지를 바닥에 내던지는 영새.
호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낸다.
눈이 녹아들어 갔는지 젖어 있는 봉투.
호주머니를 까뒤집어 물기를 빼내는 영새.
젖은 봉투가 찢기며 드러나는 사진.
폴라로이드 뒤편이 젖어서 사진 속의 그림이 흐릿하게 뭉개져 있다.
당황스러운 영새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젊은 여자 몇몇이 나오다가, 기다리던 짝들을 만나 빠져나간다.
입국장을 빠져 나오는 스카프의 여자. 채린의 모습이 주변의 꿀꿀한
모습과 대비되어 깨끗한 느낌이다.
주변을 훑어보는 채린.
20대 후반의 사내가 입구 쪽에서 부지런하게 달려오며 손을 번쩍 든다.
채린, 반갑게 다가가려고 가방을 든다.
사내, 채린을 지나쳐, 뒤편의 여자의 손을 잡는다.
실망하는 채린.
둘러보지만 낯선 풍경들, 문득 두려워 지는 채린.
입 국 장 앞. / 낮
기둥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채린과 영새.
영새는 담배를 한대 피면서 라이터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말리고 있다.
입국 장 앞은 텅 비어 있고, 혼자 서 있는 흰색 패딩바바리의 채린만
우두커니 앉아 있다.
채린의 사진을 보는 영새.
사진을 보면, 윤곽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채린과는 전혀 딴 판인 얼굴이다.
이때, 울리는 핸드폰.
영새: 예 ……. 형? (짜증을 내듯) 오늘 오는 거 맞아?
아~ 글쎄, 장채민인지, 자장면인지 없다니까.
채린, 영새의 핸드폰 대화를 듣더니 고개를 돌린다.
영새는 통화를 하다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채린이가 영새의 뒤에 있다.
영새 뭐 볼일 있냐는 듯이 채린을 보면
채린: 혹시 ……. 장채민씨 찾습네까?
영새: (핸드폰에 대고) 잠깐만요. 형!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지만 아직 흐릿하다) 장채민?~씨
채린: (고개 끄덕끄덕) 제가.
영새: (채린을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어~ 형, 찾았어!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영새는 전화를 끊고,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채린을 훑어보면
너무 앳되고 순진한 표정의 채린이다.
영새: 근데~ 정말 장채민씨 맞아요?
채린: (어색하게) 네…….
:
영 새 차 안. / 낮
강아지 두 마리가 자동차 진동에 따라 연신 까닥대고
폴라로이드 사진이 난방기 구멍 앞에 클립으로 고정되어 있다.
채린의 시선이 폴라로이드로 가 있자 운전하는 영새는 흘낏 채린을 보더니
영새: 거, 그건 금방 마르니까 젖었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쇼.
채린: 네?
영새: (사진을 가리키며) 그게 그쪽 사진인데 어떻게 하다 보니 젖었네.
물기만 마르면 거 금방 깨끗해질꺼유.
사진 형상이 흘낏 드러나기 시작하자 조바심이 나는 채린.
머플러를 벗고,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한다.
영새: 더워요?
난방기를 끄는 영새.
사진에 시선을 두고 있는 채린.
영새: 근데, 그쪽은 춤 춘 진 얼마나 됐수?
채린: 쪼 ……. 쪼금 밖에 안 됐습네다.
영새: 듣기론 꽤 춘다고 그러던데…….
채린: (뜨끔)
영새: 주 종목이 뭐요? 모던이요? 라틴이요?
난 원래는 라틴 이였는데 이번엔 모던으로 한번 바꿔볼라 그러는데…….
영새는 채린을 슬쩍 보고는 테이프를 꺼내 데크에 끼워 넣는다.
사랑의 테마 음악(모던댄스 왈츠에 관련된)이 흘러나온다.
음을 따라 허밍을 하면서, 가볍게 운전대를 두들기는 영새.
그런 영새를 물끄러미 보는 채린.
INSERT
온통 하얗게 눈에 덮인 서울의 모습이 차창 옆으로 천천히 흘러가고
하얀 눈길을 달리는 차들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영 새 의 집. / 밤
지저분한 영새의 집을 보고 입이 떠억 벌어지는 채린.
속 옷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
영새: (발바닥으로 속옷을 눌러 질질 끌면서 먼지를 닦으며 앞으로 가며)
오늘 따라 집이 좀 더럽네.
영새는 앞으로 가다가 채린을 돌아보고 어색하게 웃자
채린은 영새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겨우겨우 디디며 따라간다.
영새, 냉장고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영새: 뭐 좀 먹을게 있으려나?
영새 냉장고 문을 열면 곰팡이 낀 김치와 반찬들.
영새: (급히 냉장고 문을 닫으며) 없네.
:
채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손을 쓱쓱 비벼 닦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