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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의원 “상대 분노하게 만들어 제압하려 해… 시대가 정치인에 준 소명 모르는 듯” [심층기획-‘비아냥 정치’로 물든 여의도]
배민영별 스토리 • 어제 오후 9:30
“대한민국의 비극은 교육받지 않고, 훈련받지 않고, 육성되지 않은 자들의 정치 참여라는 생각이 든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우리 정치권에서 상대 진영을 향한 조롱과 멸시, 비아냥이 횡행하는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양 의원은 이달 26일 제3지대 신당인 ‘한국의희망’ 창당을 앞두고 있다. 그는 여느 정당과 달리 “우린 총선에서 몇 석 얻는지가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신 “정치 지도자를 육성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런 정당의 존재 여부가 국가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 제공: 세계일보
그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입 인재 1호’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양당 정치 시스템하에서 뿌리 깊은 진영논리를 경험한 그는 2021년 7월 탈당 후 줄곧 무소속을 유지해 오다 이번에 ‘제3의 길’을 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 영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양 의원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로 했다. 신당 창당작업에 한창인 양 의원은 지난 18일 통화에서 우리 정치권의 ‘품격 실종’을 강하게 질타했다.
“시대가 정치인에게 준 소명을 모르는 것 같다. 특히 정치인의 언어는 유권자를 굉장히 품격 있게 대변해야 한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선수가 낮은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전면에 나서 상대 정당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전투력’을 발휘하길 요구받는 관행도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양 의원의 생각이다.
“상대를 논리와 감동으로 제압하는 게 아닌, 빈정 상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어 제압하려 하는 이들이 정치영역에 많이 포진돼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 있으면 정말 가관이다. 서로 누가 큰소리를 지르냐를 공천 점수 따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보는 듯하다. 이는 초선 비례대표에 더 요구된다. 지역구가 없는 상황에서 다음 공천을 받아야 하는 절박감을 활용하는 것이다. 직능대표로서 활동해야 할 분들이 정당의 맨앞에서 ‘투견’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게 비례대표들이 맞나’라는 생각이 안 들던가.”
양 의원이 찾은 한국 정치의 도약 방안은 정당 차원의 정치인 육성 시스템 구축이다. 그는 “당장은 자세히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오랫동안 기획을 했고,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정치인을 육성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 좋은 분들이 함께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품격 있는 언어를 구현할 수 있는 교육을 할 것이다. 그래서 정말 정치인다운 정치인들을, 국민들이 존경하는, 그러면서도 특권을 전혀 누리지 않는 정치인들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상대에게 욕설에 가까운 저급한 언어를 쓰는 이유는 결국 훈련받지 못해서다. 자아도 완성되지 못한 ‘미완성 인격체’들의 정치 참여가 원인이다. 정치인들이 누구를 대변하고 싶은지, 대한민국 비전을 어떻게 갖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선행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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