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9일 일요일
엄나무싹
김미순
어제 낮이엇다. 언니가 오이하우스에서 정어리쌈밥으로 점심을 같이 먹자고 초대했다. 구례 시누이집에서 하룻밤 자기로 해서 성당 갈 것, 자고 올 때 필요한 것을 잔뜩 싸놓고 챙기고 있었다. 남편이 못 일어나서 동생이 데리러 와 주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햇 고사리와 부들부들한 정어리 냄비가 이미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추와 방아잎 등 다른 채소가 그득했다.
그런데~~ 언니가 먹어 보라고 손짓을 한 게 두릅인 것 같은데 훨씬 초록색이 짙었다. 엄나무싹이라고 형부가 알려주었다. 순천에 사는 조카가 사다 주었다고 자랑쳤다. 하도 권하길래 세 개 정도 초장에 찍어먹었다. 약간 비누냄새가 났다. 참고 먹었다.
집에 오니 남편이 시누집서 자지 말고 저녁에 돌아오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속으로 아~ 샤 환호성을 지르며 길을 나섰다. 그곳은 산중이라 몹시 추울거라고 남편이 겁을 줘서 겨울 외투를 챙겼다. 역전 시장서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낙지를 열 마리 사고, 구려 토지면 오미리를 향하여 출발했다.
나는 시댁 가족 모임이라 특히 말조심 해야겠다고 명심했다.
꼬불꼬불 꼭대기 전원주택에 도착하니 바람따지였다. 입구 베란다에서 둘째 시누, 동서, 시어머니가 동네에 버려진 밭에서 따온 어마어마하게 많은 머위를 손질하고 있었다. 겨울 외투로 갈아입은 나는 그 옆에 앉아 이런서런 얘기를 듣고 있었다. 우리가 저녁에 간다고 하니 둘째 시누가 아쉬워 했다. 벌써 1, 2층에 보일러를 틀어놨다며~ 내일 부활절이라 아침 일찍 순천으로 와야하니 자신이 없다고 남편이 솔직하 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와서 식탁 앞에 의자에 앉았다. 큰시누이 딸까지 아들과 남편까지 와 있었다.
벌써 작은 시누이 남편 ㅡ 집주인 ㅡ 이 탕탕이를 만들고 있었다. 탁탁탁~ 선수였다. 참석자 모두가 맛나게 먹었다. 과식은 하지 말자고 나에게 약속했는데, 어머? 전혀 먹고싶지 않았다. 낙지를 좋아했는데 이럴 수가~~ 시어머니만이 아니라 큰조카까지 좋아하였다. 점심을 안먹은 남편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걸 김에다 싸먹으니까 더 맛있다고 난리였다. 나는 정말 먹고싶은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낮에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다고 변명을 했다.
시누집에 텃밭이며 꽃밭, 반려견과 키우는 닭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로 식탁이 분주했다. 벌써 다섯 시, 인슐린을 했다. 뭐든 먹어야 해서 안땅기는 쑥떡을 두어 개 먹고 곶감을 한 개 먹었다. 그때부터 배가 슬슬 아팠다 그 아픔은 계속되었다. 소파에 누워도, 서서 움직여도 시간이 갈수록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큰것이 나올 것 같진 않고 쏙쏙 배가 아팠는데, 매실차를 한잔 마셔도, 남편이 체했을 것 같다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밖에서는 고기를 구워서 안으로 날라주었다. 여자 식구들은 시어머니의 말에 따라 상추 겉저리와 두릅 데친 것, 엄나무싹을 데쳐 초장과 함께 준비했다. 닭구이와 가지가지 부위의 소고기라고 했다.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파서 병원믕급실에 가 봐야 하나 조마조마했다. 그 사이에 작은 시누이가 집에서 캔 쑥으로 떡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해서 나누기 시작했다. 당뇨환자인 나는 가져갈 거냐는 말에 못내못내하였다. 그런데 남편이 아침에 출근핥 때 하나씩 먹겠다고 싸달라고 하였다. 제일 기뻐하는 건 시어머니! 시누이에게 떡을 한 말이나 하라고 했다며 흐뭇해하였다. 스무 개씩 세 보퉁이나 쌌다. 그외에도 참외 두개, 엄나무싹 무침, 금강초롱 화분을 들고 급히 순천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자 심하게 물이 먹고 싶었다. 미처 물을 마시지 않고 안마의자를 했다. 남편은 위장약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 나는 내일 아침도, 성당에서도 밥을 못 먹을 것 같은 불길함을 느끼며 자리에 누웠다. 남편은 순천으로 오면서 평소 먹지않은 게 엄나무싹이니 그게 범인 같다고 하였다. 거의 모든 채소에 독성이 있으니 필경 그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처방이었다.
아, 그러나 잠을 자고 일어나니 이제야 통증이 없어졌다. 아침에 먹을 반찬과 밥도 재가열 시켜두었다. 커피머신에 종이필터를 챙기고 물도 넣었다. 다행이다. 휴휴~~ 매일 하는ㅇ것처럼 안마의자에서 몸 전체를 마사지 하고 근육을 보강하려고 자전거를 20분간 돌렸다. 부활 미사 때 하느님께 감사한 말씀 전해야겠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