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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0일 금요일
조현병
김미순
내가 이십 년 전에 알았던 사람이 작년 말에 소식이 닿아서 무척 반갑고 뿌듯했다. 꼭 연락하고 지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찾지 않았다. 잘 살고 있겠지 문득문득 궁금하기는 했다.
그런데 내가 시집을 내고 사람들에게 내 시집을 나누어 주고 싶어서 전화번호를 검색하였다. 아직 전화번호가 살아있었다. 다행이었다. 이름을 정확히 기억한 걸 보면 우리의 인연도 꽤 깊었다고 할 수 있다. 특별한 기억은 그 사람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는 것, 항상 불안하고 어두운 표정. 자신의 가족사를 전혀 밝히지 않는 것, 대학을 자퇴하고 경기도로 떠났다는 것
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사람은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났고 나는 가던 길을 꾸준히 걸어갔다. 그렇게 이십 년을 보내고 다시 통화를 했다. 그동안 너무 많이 일을 해서 한 일 년 쉬기로 했다는 말이었다. 엄마 보러 광주에 가면 순천으로 가서 나를 본다는 것. 나는 기뻤다.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목소리. 잘 살았나 보다.
그는 그 이후 자주 전화를 했다. 귀찮을 지경으로 자기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죽~ 나열하기도 하고, 내 말을 그대로 따라 자기도 그러겠다고 큰소리쳤다. 변했네. 나는 조금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러다가 모르는 전화번호가 떴다. 그 사람이었다. 이름을 바꿨다, 보이싱피싱을 당해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아울러 전화번호도 바꿨다는 말. 나는 여기까지는 이해를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러 가겠다, 같이 일하던 후배가 돈을 훔쳐 달아났다, 사장님이 오해를 한다는 사장님과의 문자메시지를 내 휴대폰에 보냈다. 무슨 말? 급기야 공소시효가 끝나면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거다. 무슨 말?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내가 이해를 못하는 횡설수설이 이어졌다.
나는 '그래요, 알았어요.' 전화를 끊었다. 저녁 내 잠이 안왔다. 어렵게 다시 전화번호 검색에 들어갔다. 그 사람과 친하게 지냈던 친구. 그 친구도 그 사람이 이상하다는 소견이었다. 친구로서 그 사람에게 했던 말은 엄마와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말이었단다.
다음날 아침 일찍 문자가 왔다. '정신병원이다. 닭장같은데 강제로 나를 쳐박아 놓는다. 나가고 싶다.' 엄마와 문자한 내용을 복사했는지 그대로 내게 보냈다. 매일 여덟 시경이면 문지가 왔다. 나는 마음 다스리며 쉬라고 달랬다. 한 며칠 계속된 문자가 오늘은 그쳤다. 그 사람 친구에게서 상황파악을 하게 하는 전화가 왔다. 정신과 의사의 진료 결과 그 사람은 조현병 환자였다.엄마가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현재 치료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병원은 일정한 시간 휴대폰을 사용하게 한다는 거다.
가슴이 아프다. 엄마와 문자를 봤던 나는 그 사람이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졌고, 사장님과의 싸움을 통해 사회성 부족을 통감했다. 일종의 피해의식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조현병에 대해 알아 보았다. 다음 내용이 그것이다.
조현병의 원인은 '뇌' 의 이상이 먼저고, 환경이나 호르몬 작용이 뒤따라 생긴다고 한다.
요즘 조현병 환자가 일으키는 사건 사고가 자주 방송에서 나와 놀라게 한다. 백 명 중에 한 명이 약간의 조현병 증상을 경험한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내 곁에도 있으니 기가 막히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조현병(정신분열병)
schizophrenia
뇌신경정신질환
분류뇌신경정신질환발생 부위기타증상망상, 무논리증, 무욕증, 와해된 언어 , 와해된 행동, 정서적 둔마, 피해망상, 환각진료과정신건강의학과관련 질환분열정동 장애, 양극성 장애, 망상 장애
정의
조현병(정신분열병)은 10대 후반에서 20대의 나이에 시작하여 만성적 경과를 보이는 정신적으로 혼란된 상태,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능력의 약화를 유발하는 뇌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흔한 질환입니다. 모든 계층의 사람이 걸릴 수 있습니다. 남녀의 발병 빈도는 비슷합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학계에서는 뇌의 기질적 이상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듯이 약한 정신력, 부모의 잘못된 양육, 악령 및 귀신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원인
조현병(정신분열병)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생물학적 소인과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병된다고 추정됩니다. 과거에는 조현병을 심리적 질환으로 보는 견해가 컸지만, 현재에는 뇌의 생화학적 이상과 연관된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뇌에서는 사고,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수많은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되어 세포 간에 정보를 전달합니다.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의 신경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도파민이 활성화되면, 망상, 환청, 혼란된 사고가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도파민 외에 세로토닌 등 여러 신경 생화학적 변화가 상호 작용을 일으켜 복합적으로 조현병(정신분열병)과 관련된다고 추정합니다. 생물학적 소인의 상당 부분은 유전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현병(정신분열병)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조현병에 유전적 경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반인이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이 1%에 불과하지만, 부모나 형제 중 한 사람이 조현병 환자일 경우에는 발병률이 5~10% 정도로 높아집니다. 부모 모두가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일 경우에 자녀가 조현병(정신분열병)에 걸릴 가능성은 40% 정도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가족 중에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일반인보다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는 점입니다. 100% 조현병이 유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환자인 경우라도 자녀는 조현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리어 가족 중에 조현병 환자가 없더라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조현병(정신분열병) 자체가 유전된다기보다는 쉽게 병에 걸릴 수 있는 소인이 유전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조현병이 발병한다고 생각됩니다.
증상
조현병(정신분열병)의 발병은 서서히 진행합니다. 주된 증상은 환청, 망상, 이상 행동, 횡설수설 등입니다. 감정이 메마르고 말수가 적어지며 흥미나 의욕이 없고 대인관계가 없어지는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는 흔히 환각을 경험합니다. 누군가 말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거나 실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보이기도 합니다. 질병 초기에 환자들은 놀라고 당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환각 현상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환청이 가장 흔한 증상입니다. 환자는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 내용은 환자의 행동을 지시하거나 간섭하고 비평하는 내용 또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소리입니다. 어떤 환자는 이런 환청과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혀 근거가 없는 엉뚱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을 망상이라고 합니다. 망상은 환각과 함께 조현병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과 연관시켜 개인적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 망상, 나를 감시하고 있다거나 누군가가 나를 조종한다고 느끼는 피해 망상, 과대망상, 내가 구세주이거나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종교 망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망상은 합리적인 설득이나 논쟁으로 쉽게 교정되지 않습니다.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는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상황에 적절한 것과 적절치 못한 것을 가려내지 못하고, 타인의 의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엉뚱한 이야기를 불쑥 꺼내거나 쉽게 산만해지고 집중을 잘하지 못합니다. 사고가 조직화되어 있지 않고 모호하며 사고가 적절하게 연결되지 않으므로 이야기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대화 중에 주제가 갑자기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는 상황에 맞지 않게 심각하거나, 슬픈 말을 하는 상황에서 웃는 등과 같이 부적절한 감정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감정이 메말라 감정 표현이 없거나 기쁘거나 슬프다는 정상적인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고 무표정해집니다.
진단
진단은 자세한 병력을 듣고 환자의 정신 상태를 검사하여 이루어집니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가족이 그동안 일어난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첫 발병일 경우 다른 신체 질환, 뇌 질환으로 인해 조현병(정신분열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감별하기 위해 혈액 검사, 뇌컴퓨터단층촬영(CT), 뇌자기공명영상(MRI),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SPECT), 뇌파 검사 등을 시행합니다. 환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심리 검사를 합니다. 진단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과 전문의와 환자의 면담, 가족으로부터 얻게 되는 병력과 증상에 관한 정보입니다.
치료
조현병(정신분열병)의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정신 치료로 구분됩니다. 급성기에는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통해 증상의 상당 부분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조현병 환자를 스트레스의 영향을 덜 받도록 보호하는 작용을 합니다. 이는 재발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항정신병 약물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의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단지 진정시키거나 잠을 자게 하는 약이 아닌가, 약을 복용하면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닌가 등과 같은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정신병 약물은 의존성이 없는 약물입니다. 단순한 수면제나 안정제는 망상, 환청과 같은 조현병(정신분열병) 증상에는 효과가 없습니다. 항정신병 약물은 조현병(정신분열병) 증상을 목표로 하여 사용되는 치료제입니다.
약을 복용할 경우 초기 부작용으로 어눌한 동작과 발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결코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음성 증상에도 효과가 있으며 동작이 둔해지는 것과 같은 부작용이 적은 우수한 약물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약물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현병(정신분열병)은 약물 치료만이 아니라 다각적 치료를 시행해야 합니다. 치료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개인 정신 치료
개인 정신 치료는 환자의 전반적인 문제를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현재 부딪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를 말합니다.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의 경험, 생각, 느낌을 이해하고 공감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환자의 왜곡된 생각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② 가족 치료
가족 치료는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상담하는 것입니다. 가족 구성원에게 조현병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환자에게 지지적이고 협조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어 조현병의 재발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적절한 대처 방안을 찾아 위험한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게 해줍니다.
③ 집단정신 치료
집단정신 치료는 대개 적은 수의 환자들(보통 6~12명)과 한두 명의 치료자가 참여하여 이루어집니다. 치료의 초점은 다른 사람과의 대인관계를 경험하면서, 또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면서 이전까지 왜곡되고 비 적응적이었던 대인관계 및 행동을 고치는 것에 있습니다.
④ 지역 사회의 정신사회 재활 프로그램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의 궁극적인 치료 목적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입니다.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를 위해서는 정신과 외래, 입원 기관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보건 복지시설이 필요합니다. 정신사회 재활 프로그램으로는 돌봐 줄 가족이 없는 환자에게 가족 대신 주거와 관리를 대행해 주는 주거 시설, 정신사회 재활 훈련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정신과 낮병원, 환자의 능력 수준에 맞게 일할 기회를 주는 보호고용 제도, 직업이 없는 환자를 위해 직업 훈련을 시키는 직업 훈련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⑤ 입원 치료
입원은 정확한 진단, 일관성 있는 약물 치료, 환자의 자해 및 타인에 대한 난폭 행동으로부터의 보호, 기본 생활적 욕구에 대한 제공을 위해 필요합니다. 최근 경향은 무의미한 장기 입원을 피하고, 가능한 한 빨리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주의사항
환자는 환청이 있을 때 환청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대화를 주고받거나 환청에서 시키는 대
로 행동합니다. 환자는 주위
에 사람이 없는 데도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혼자서 웃고 울거나, 주의가 산만하고 어떤 생각에 몰두하여 말을 걸어도 즉시 대답하지 못합니다.
환자가 환청을 느낄 때는 다음과 같이 대처해야 합니다.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니?" 하고 환청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지금 네 말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라며 환자의 행동에 대해 따지지 않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도록 하여 주의를 다른 곳에 집중시킵니다. 응급 상황일 때는 약을 추가로 먹게 하거나 주치의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비웃거나 놀리는 말투, 설득하거나 위협하는 말투를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