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앙코르 방송) <국수기행2>
방송일 2018년 12월 24일(월) ~ 12월 28일(금), 478번
추운 날이면 생각나는 몸을 녹이는 따뜻한 한 그릇.
사람들의 바쁜 일상에 늘 함께해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음식.
바로 국수다.
조선시대에는 양반들이나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이었고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에 장수의 의미로 먹었던 국수엔
우리네 인생과 역사가 살아 숨 쉬고 따뜻한 정이 남아있다.
추운 겨울, 몸과 마음을 녹이는 그 따뜻한 정(情) 한 그릇을 느껴보자.
제1부. 한겨울, 우리는 정선으로 간다
*영상보기->1)https://youtu.be/T9fa-crdMKw
2)https://youtu.be/5p8bQSdmv6w
장칼국수
“저기 흐르는 물이 얼어버렸네, 강원도는 강원도네”
추운 한 겨울, 흐르는 물마저 얼어버리는 강원도 정선.
시간이 멈춘 듯한 그곳으로
산과 바다를 여행하고 자연을 노래하는 라마가 여행을 떠난다.
험준한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직전마을엔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사람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무도 없던 마을에 산타클로스처럼 나타난 김선월 할머니(73).
라마가 동네 방앗간에 간다는 할머니를 따라 나선다.
삐걱삐걱 소리는 나지만 만들어진 지 100년 된 디딜방앗간.
하지만 김선월 할머니의 집은 그보다 더 오랜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데.
이곳의 국수 맛은 다르다는데 그 비결은 콩가루!
예부터 콩가루를 넣으면 덜 불고 맛이 더욱 고소해져 밀가루와 함께 섞어 반죽했다.
육수도 일반적인 다시마 육수가 아니라 막장을 쓴다.
장칼국수는 아삭아삭한 강원도 갓김치와 먹어야 금상첨화!
이것이 바로 강원도의 맛이다.
올챙이국수
“베~~리한 맛이여 이게”
차갑지만 맑고 청정한 정선의 공기를 마시며 걷던 라마가
다음에 들른 곳은 운치리 마을회관.
주민들은 매일 모여 점심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한다는데.
오늘의 메뉴는 올챙이국수.
땅이 척박해 쌀을 구하기 힘들었던 그 옛날.
강원도 사람들에겐 옥수수와 메밀이 쌀 대신이었다.
오죽하면 처녀들은 쌀 한 말을 못 먹고 시집갔다는 옛말이 있었을까.
맷돌로 설설 갈아 만든 옥수수가루를 끓여 누름틀에 누르면
뚝뚝 끊어진 국수들이 나오는데
그 생김새가 올챙이를 닮았다 하여 이름도 올챙이국수다.
올챙이국수를 먹어본 라마의 반응은 어땠을까.
‘옛것 그대로’의 번거로움이 만든 강원도의 특별한 맛을 찾아 떠난다.
제2부. 한 그릇, 바다의 맛
*영상보기->https://www.dailymotion.com/embed/video/kkXYc6vOJl9y8RsB8mq?logo
매생이국수
“꿀 캐러 가세~”
타지키스탄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부하러 온 파란(25).
한국 생활 4년차인 그녀가 전남 고흥 거금도 여행을 떠난다.
한국에서 바다를 처음 본 파란은 밀물과 썰물로 인해 바뀌는 바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한데.
갯벌에서 굴을 캐고 있는 공상심 할머니(70)를 만난 파란.
할머니는 겨울이면 바다 일에 쉴 새가 없다는데
남편 황영식 할아버지(74)와는 마을에서 소문난 잉꼬부부.
할아버지는 추운 데서 고생한 아내를 위해 손수 호떡을 만든다.
추운 겨울 거금도는 한창 매생이 수확철.
김이 자라는 걸 방해해 잡태로 취급받았던 매생이는
바닷가 사람들이 국으로 끓여 먹으며 별식이 되었다.
매생이 덕분에 한겨울도 추운 줄 모르고 보냈던 부부.
하지만 올 겨울을 끝으로 매생이 농사를 접기로 했다.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의 건강 때문.
바다에 다녀온 할머니는 굴과 함께 매생이를 볶아내 매생이 칼국수를 만드는데.
남편을 위한 특별 보양식이다.
맏며느리로 한때 14명의 식구들 끼니를 책임지며 자연스레 손이 커진
할머니의 칼국수엔 면보다 매생이 양이 훨씬 많은데.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매생이 칼국수의 맛은 어떨까?
제3부. 뜨거워도 좋아 차가워도 좋아
*영상보기->1)https://youtu.be/f3Ipvb_CmT4
2)https://youtu.be/smKBGTNKDCw
동치미국수
“나는 영감 따라 와서 산게 젤로 좋아“
섬진강 댐을 지나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전라북도 임실 산막마을.
10여 가구 남짓 사는 아주 작은 마을에
김순덕, 유시현, 김점이 세 할머니가 떴다!
이젠 집집마다 기름보일러를 때지만 평생 상수도도 안 나오고 차도 안 다니는
산골 오지생활에 익숙해 절약하는 게 습관이 된 할머니들.
오늘도 아궁이에 불 붙일 땔감을 찾아 산으로 간다.
나무를 하고 와 출출해진 할머니들은 국수로 끼니를 때우기로 하는데.
오래전 시아버지 때부터 땅에 묻어둔 독 안에 동치미를 담가두었다는 김순덕 할머니.
김장철마다 동치미를 꼭 담가 땅에 묻어두는데
추운 겨울철엔 동치미만한 반찬이 없단다. 며느리가 담근 것보다도
본인이 담근 동치미가 제일 맛있다는 할머니.
이 겨울, 살얼음 동동 띄운 동치미국수의 맛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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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헐랭이국수
“사람은 못 패도 제내들은 잘 패더라구“
강원도 홍천 팔봉산이 둘러싼 마을.
이수연(54) 엄순자(58) 부부는 길가에 쌓인 눈을 쓸면서도
장난이 멈추지 않는 연상연하커플이다.
부부는 자연이 좋아 6년 전 귀농했는데 솜씨가 좋아 뭐든 뚝딱 만들어내는 남편은
팔각정과 사랑채, 꽃차카페 등 지금 사는 집을 산에서 직접 나무를 구해다가 다 만들었다.
옛 것이 좋다는 아내는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메주를 쑤고
아직도 땅 속에 김치를 묻어두는 옛날 방식을 고집한다.
고향이 철원인 아내는 눈이 내려 도로가 막힌 날이면 꼭 고향 생각이 난다는데.
바로 잘 익은 묵은 지를 송송 썰어 넣고 푹 끓인 김치헐랭이국수다.
남들에겐 친절하면서도 본인에겐 엄격한 남편이 얄미워 가끔
티격태격도 하지만 뜨끈하고 얼큰한 김치헐랭이국수에는
마음껏 자연을 감상하며 마음 편히 살게 해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있다.
부부가 시골 사는 맛이 이런 게 아닐까?
제4부. 밀양에서 만나'면'
*영상보기->https://www.dailymotion.com/embed/video/kkXYc6vOJl9y8RsB8mq?logo
촌국수 + 선지국수
“시골에는 싸고 맛있고“, ”길게~~끊지말고~~쭉 옳지!“
우리나라 국수 최대 소비지역인 경상도, 타지키스탄에서 온
파란(25)이 기차를 타고 이번에 찾은 곳은 경남 밀양이다.
밀양의 대표 사찰 중 하나인 만어사는 새해가 되면 소원을 빌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파란이 빈 올해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전국 어딜 가든 만날 수 있는 5일장, 어느 5일장에 가나 꼭 있는 음식점이
바로 국수집이다. 가격도 3~4,000원으로 아주 저렴.
삼랑진 장터에는 천막으로 바람만 막은 국수집이 있는데
역사가 30년이 넘는다.
장날이면 주인 유필연(80) 할머니는 새벽 4시부터 나와 육수를 끓이고 국수를 삶는데.
아직까지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장사를 할 거란다.
할머니만의 국수 철칙이 있다면 무조건 따뜻해야 한다는 것.
새벽부터 장에 나와 추위에 벌벌 떨었을 서민들을 생각해
면발은 몇 번을 뜨거운 물에 데워 내간다.
파란이 선택한 메뉴는 선지국수.
주머니 가볍고 배고픈 서민들이 즐겨 찾는다는 선지 국수의 맛은 어땠을까?
만어사에서 내려오다 삼거리에서 발견한 건 허름한 촌국시집.
마을 주민인 김경열(60)씨가 8년 전,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새참을 위해
문을 열었다. 외관은 볼품이 없어도 안에는 손님이 가득한데.
관광객이 반, 마을주민들이 반이다.
국수의 기다란 면발을 끊지 않고 후루룩 먹어야 장수한다는데.
그래서일까. 아흔이 된 백발의 할머니는 아직까지 정정하다.
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국수는 어떤 맛일까?
제5부. 어머니의 칼국수
*영상보기->https://www.dailymotion.com/embed/video/k4p6rbAucdSnwDsBuUl?logo
울금 칼국수
“밭에서 노오란 황금이 나옵니다”
1년 내내 푸르른 전남 진도. 대파와 봄동 때문에 겨울에도 바쁜 진도 아낙들의
손을 더욱 못 쉬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밭에서 나는 황금, 울금이다.
강황과 울금은 같은 식물이지만 부위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강황은 뿌리줄기를 말하며,
울금은 알감자 같은 덩이뿌리를 말한다.
1990년대 초반 울금이 국내에 막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에 울금 농사를 지었던
박황례, 김옥자, 손정심 할머니는 서로 품앗이를 하며 밭의 울금을 캔다.
지금이야 내 밭 네 밭 할 것 없이 일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돈 주고도 못 샀던 울금 종자라 남들 모르게 가족끼리만 했던 농사였다.
도시 할머니들과 달리 들에서 일하느라 손가락 마디가 굵어졌다며
그 손이 울금과 꼭 닮았다 말하는 할머니들.
흙을 가득 품고 있어 무거운 울금을 털어내느라
통통하니 이뻤던 고운 손이 울퉁불퉁해지는 것도 몰랐다.
고생이 많았지만 울금은 자식들을 번듯하게 키우게 해준 효자 작물.
그래서 할머니들에게 울금은 황금이다.
어머니의 황금빛 인생을 담은 울금 칼국수를 만나본다.
고등어 칼국수
“엄마 지키러 왔지”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포항 호미곶.
마당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일출을 기다리는 모자(母子)가 있다.
성철수(55)씨와 양분영(90) 할머니가 그 주인공.
8형제 중 다섯째인 철수씨는 포항 시내에서 직장생활을 해오다
홀로 계신 어머니가 걱정돼 시내에 아내를 두고 어머니 곁으로 돌아왔다.
며느리가 시집올 때 어머님이
“우리 철수는 국수 세 짝만 가지고 오면 장가간다”
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로 국수를 아주 좋아한다는 철수씨.
다른 가족들도 좋아해 ‘국수 가족’이란 별명도 얻었다.
철수씨가 가장 좋아하는 국수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자주 해주던
고등어 칼국수.
직접 고등어 가시를 발라 살을 으깨며 어머니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드셨는지
알게 됐다. 새해를 맞아 어머니께 칼국수를 대접해드리는 날,
아들의 효심이 듬뿍 담긴 고등어 칼국수를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