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 흘림이 숨겨진 것을 드러나게 하였다.
지난 4월 중순... 아침 화장실에서 변에 피가 나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 이게 뭐지! 또 피! 그동안 피 흘림으로 생사의 문을 넘나들었던 경험이 있고
피눈물을 흘리며 사선을 넘어본 경험이 있어서 피 흘림 하면 민감해진다.
오래전에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어서 예전처럼 조치를 해보았다.
몇일 지나면 괜찮겠지 한 주간이 지났다. 여전히 계속되었다.
평소 다니던 병원을 찾았다. 설명을 들은 원장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십일간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열흘 후 혈변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도 약을 바꿔서 십오일 분을 처방하였다.
그러나 약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았다. 근 한달이 지나는데도 여전히 계속 멈추지 않았다.
다시 병원에 연락을 하여 검사를 의뢰하였다. 병원 예약 일정이 7월 후반이나
가능하다고 하였다. 몇일이 지난 후 일정을 당겨 6월 4일 오전으로 변경하여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대장부터 위장까지 모두 검사하였다.
검사 결과 그동안 피가 흘렀던 곳은 찾지 못하고 위장에 이상이 발견되어 조직 검사를
보낸다고 하였다. 일주일 후에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피흘림이 내 안에 고장난 부분을 찾아내게 한 것이다.
그 무렵 꿈을 꾸었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에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병원
보자기에 덮여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건 또 무슨 꿈인가?
의아한 감정 기분은 좋지 않았다. 내가 인생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는 것인가?
자리 정리하라고 하시는가? 꿈에서 본 모습이 머릿속에 사진으로 찍혀 가끔 보여진다.
내 인생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가? 그러면 어떤 것부터 정리해야 할까?
재산은 정리할 것이 없고, 사람 관계, 업무 관계. 진행하고 있는 사역. 신분, 소유물을
정리해야 한다. 집안에 있는 것 중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겻은? 책 정리인 것 같다.
남겨두면 처치 곤란하고 모두 폐지로 버려지게 될 것이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가족 관계 정리이다. 미국에 결혼을 준비 중인 딸.
함께 살고있는 미혼의 아들 평생 뒷 바라지에 고생을 많이 한 아내가 있다.
아내가 혼자 남는다면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나? 마음이 무거웠다.
하나 하나가 정리 정돈하기가 만만하지 않은 현실이다.
책장에 가서 살펴보았다. 제목과 저자의 이름. 모두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다.
그 이름을 보니 책을 버리는 것이 그를 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키지 않는다.
생각은 돌아가는데 행동이 머뭇거려 진다. 결국 버리는 정리에 실패했다.
여전히 혈변이 계속 진행되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일주일 후에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하였다. 일주일 후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의사 선생님이 결과를 확인해 주었다. 대뜸 첫마디가 위암이라고 하였다.
위치가 좋지 않다고 한다. 수술을 하게 되면 위 전체를 떼내야 한다고 한다.
의사께서 혈변의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위에 문제가 있음을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그리고 수술할 병원과 의사 교수를 추천해 주었다. 의료보험에도 신고하였다고 한다.
지난달에 몆 개월 연체된 암 보험도 해지 되었는데 졸지에 암 환자가 된 것이다.
내가 암 환자! 암 투병! 전혀 예측 없이 듣게 된 소식이라서 인지 나의 마음은 무감각
하였고 그냥 무덤덤 하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귀로만 듣고 마음에 전달이 안된 것인가?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가?
내가 그래도 예수님의 제자인데..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가 시퍼렇게 살아계시는데..
내가 일생에 죽음의 현장에서 여섯 번이나 죽음에서 구해 주셨는데..
남들에게는 하나님께는 감기나 암이나 별 차이 없어! 감기는 작은 소리로 내쫓고
암은 큰 소리로 내 쫓는 하나님이 아니야.. 말씀하시면 끝나는 거야!!! 라고 했는데.
막상 나에게 적용하는데는 느끼는 감정이 다르게 반응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조금씩 감각이 느껴진다. 나의 인생이 이렇게 정리가 되는 건가?
종착지가 보이는 듯하다. 평소에도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하여는 준비하고 살아서
인지 크게 당황하거나 놀라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착잡하였다. 생각이 움직인다.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하나? 얼마 전에 꿈에서 보았던 현장이 떠올랐다.
멀쩡하게 걸어들어간 병원에서 나올 때는 침상에 뉘어져 보자기에 덮여진 채 나왔다.
그 꿈이 정말인가? 그렇게 되는 것인가? 아직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모두 여기서 내려놓아야 하나? 그러면 사년 전 주님께서 준비하도록 하셨다고 믿고
기다리던 것은 어떻게 되는 걸까? 더 멀리 십년 전에 시청각으로 보여주시고 설명하셨던
미래 새로운 계절의 비젼은 어떻게 되는 걸까? 기대하며 준비한 것이 여기까지로 종결
되는 것인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대로는 안되는데.. 아이들과 아내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아직은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더 함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시면 안되지..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그만 생각을 멈추고 주님께서 정하신 나의 때가 여기까지라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종해야지... 모든 범사에 정한 때는 주님께 있으니까.
천하만사가 기한이 있고 때가 있다고 하셨던 말씀을 묵상하였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다고 하셨으니 하나님이 정하신 때가 여기까지라면
그 때에 대한 주권자는 하나님이시니 다가오는 때를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네 주님! 주님께서 원하시는대로 뜻대로 하십시요.... 죽으면 죽으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