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穎達은 천하의 대본인 ‘중’을 情慾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인성의 初本’으로 이해하였다.* 그는 『서경』 「홍범」의 ‘황극’의 ‘極=中’ 사상을 자신의 주석**에 덧붙여 ‘극’이 곧 ‘중’임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중’에는 ‘和諧’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中和’는 六德의 우두머리가 된다고 보는 주석도 있다. 이와 같은 常訓에 바탕을 둔 ‘중’ 해석은 한나라 당나라 시대의 여러 문헌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중’개념은 송대 성리학의 발흥과 함께 현저하게 부각된다. 특히 程씨 형제는 최초로 『중용』을 孔門의 전수된 심법이라 하며 그 가치를 중시하여 깊이 있는 硏討를 거듭한다. 주자는 이를 계승 발전시켜 『중용』을 四書에 포함시키고, 『중용장구』 『중용혹문』을 저술하여 ‘중용’의 심오한 의미를 천명하고 성리학과 함께 발전시켜 갔다.
같은 시대의 육구연은 정주학파의 ‘性卽理’에 대응하는 ‘心卽理’로 ‘極은 곧 중’이며 ‘중’은 곧 ‘태극’이라 주창한다. 이러한 육구연의 ‘심학’을 왕양명이 이어받아 ‘중’이 곧 천리이며 심의 본체임을 밝힌다. 왕양명은 천리를 마음의 본체로 파악*****하여 인간 심성의 천도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행위론적 실천을 주장한다. 이러한 천리 개념은 중 사상에 있어서도 천리를 중으로 보게 된다.****** 왕양명이 ‘중=천리’라고 보게 된 근거는 천인합일 사상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인간은 마음[心]으로 자연 이치를 체득하는 주체자라는 논리로 인간 중심의 천인합일론을 명백하게 제시하였다.*******
‘중’은 오직 천리인 것이다. 육징이 묻기를 “무엇을 천리하고 하는 것입니까?” 선생이 대답하시길 “인욕을 제거하면 천리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징이 묻기를 “천리를 왜 ‘중’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선생이 대답하길 “천리란 조금도 한편에 치우침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왕양명은 ‘중’이란 인심이 아니라 천리가 내재한 ‘純一不雜’한 도심이며, 따라서 인사를 해냄에 한편으로 치우침이 없게 해주는 원리로 보고 있다. ‘중이 곧 천리’라고 본 것은 시공간에 따라서 적절한 의리를 만들어 가는 ‘변화의 원리’를 말하는 것이다.*********
맹자가 말한 “중도를 잡더라도 권도가 없으면 하나를 집착하는 것과 같다.”에 관해 물었다. 양명이 대답하기를 “중은 다만 천리이며 易일 뿐이다. 때를 따라 변화하고 바뀌는데 어떻게 잡을 수가 있겠는가? 반드시 때에 맞추어 적당한 것을 도모하는지라 하나의 규범을 먼저 결정하여 놓는다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왕양명의 ‘중’은 心體에서 드러나는 생활 속에서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가변적이다. 또 그는 ‘마음속에 도가 있다’고 한다. 이는 인성론 속에서 천도론을 보는 경우로 心卽道(心=道)는 곧 道卽天(道=天)으로 心卽天(心=天)이 되고, 천리는 ‘중’이므로 心卽中(心=中)이 된다. 그러므로 天=心=中은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되며 이에 도덕적 주체성과 인간 행위의 보편근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孔穎達疏, 「十三經注疏」, 『禮記』 卷第52, 『中庸』 第三十一 “中也者天下之大本也 者言情慾未發是人性初本 故曰天下大本也”.
**孔氏傳, 「十三經注疏」, 『尙書正義』 卷第12, 洪範 第6, 周書 “皇大 極中也 凡立事用大中之道.”.
***孔穎達疏, 「十三經注疏」, 『尙書正義』 卷第12, 洪範 第6, 周書 “皇大 釋詁之文 極之爲中常訓也 凡所立事王者 所行皆是無得過與不及 常用大中地道也 時云莫匪爾極周禮以爲民極 論語允執其中皆謂用大中也”.
****『毛詩』 「毛傳」・『左傳』 「杜注」 등에서도 ‘極’은 ‘中’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외에도 ‘中’을 ‘忠’(周禮, 春官, 大司樂, 鄭玄注, “中 猶忠也”) 또는 ‘正’, ‘適中’의 일반적인 의미로 주석하고 있다.
*****‘마음의 본체’는 맹자와 육구연의 본심 개념이기도 하다.
******『傳習錄』 卷上 “中只是天理”.
*******정동국・정덕희, 『공자와 양명학』, 태학사, 1999, 75-76쪽.
********『傳習錄』 卷上 “中只是天理 曰:何者爲天理? 曰:去得人慾 便識天理 曰 : 天理何以謂之中? 曰:無所篇倚”.
*********『傳習錄』 卷上 “中只是天理 只是易”.
**********『傳習錄』 卷上 “問孟子, 言執中無權 猶執一 先生曰 中是天理 只是易 隨時變易如何執得 須是因時制宜 難預先定一箇規踞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