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午舊年之苦忘癸未新年之幸望
지난 임오년의 아픔은 잊어버리고 새해 계미년에는 행운이 따르길 빕니다.
<임오구년지고망하고 계미신년지행망이라> 로만 적은 뒤에 이 뜻이 무엇이냐, 그래서 한자로 적는다라 하셨지만, 한자로 적든 한자말로 적든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진 않네요. 저도 들은 얘긴데, 영국의 상황을 우리 나라 상황으로 고쳐서 얘기를 하겠습니다.
영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라는데, 한끼 먹기가 힘겨운 할머니가 동사무소에 가서 정부보조금을 타려 했나봅니다. 하지만 관공서 문서가 어려운 탓에 보조금을 타지 못했습니다. 그후 이분은 자신의 방 한 켠에서 차가운 주검이 되었는데, 이후 영국에서는 공문서부터 쉬운말을 쓰자는 운동이 벌어져 지금은 일상에서 쓰는 말까지 <쉬운말 쓰기> 운동으로 영국 뿐 아니라 온누리에 꽤 퍼졌다고 하더군요.
이 얘기는 98년인가 99년인가.. 하여간 기억에 남지 않지만,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의 운영위원인 남 기용 선생님과 지금의 국어문화운동본부의 남 영신 선생님께서 부산에 오신 적이 있는데 이때 제게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어려운 글월을 적고, 왜 모르냐;고 호통을 치는 한자·한문 학자님이 아쉬운 점이 바로 이때문입니다. 옛 글은 연구와 학문으로서 연구하시되 일상에서는 그것을 풀어서 우리에게 널리 쓰이게 해야하는데 말입니다. 우리 나라에는 이 황과 이 이 선생님을 크게 떠받드는 것과 같이 일본에서도 그렇게 받드는 줄 압니다. 우리에겐 이미 큰 철학자가 있었단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 분들의 철학을 잇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또 이 분들이 후손에게 말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지금의 한자·한문 학자님이 해야 할 몫이 무언인지 알아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