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灌頂)이란 일체 중생들에게 본래 구족되어 있는 불성의 종자를 본존불의 가피를 통해서 드러나게 하는 의식으로, 티베트불교를 수행하기 전에 제일 먼저 받아야 하는 입문식과 같은 것이다. 곧 스승과 제자 사이에 법을 주고 받는 밀교의식으로, 비유하자면 다른 나라를 방문하기 전에 받아야 하는 비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관정식을 티베트 어로는 '왕[Wang]'이라 하는데, 곧 '힘을 부여한다'는 뜻으로 수행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의미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꼭 수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관정 의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열심히 참석한다. 왜냐하면 관정을 많이 받음으로 해서 그 가피력에 의해 이 생에는 악업이 소멸되어 선근이 증장하고, 내생에 다시 태어나더라도 복덕을 두루 갖춘 중생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관정은 누구나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격을 갖춘 린포체, 즉 환생한 큰스님만이 내릴 수 있다. 일단 린포체로부터 관정을 받게 되면 그 린포체와 관정을 받은 사람 사이에는 승승과 제자의 관계가 성립되고, 산스크리트 어로 '삼마야'라고 일컬어지는 비밀한 계율이 지켜져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계율은 관정을 내리는 큰스님을 관정식의 주존(主尊)인 부처님으로 관상하는 것이다. 관정 의식에는 네 가지 단계가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화병관정이라 한다. 화병에 물을 담아 손으로 받아마시고 머리와 몸에 바르게 함으로써 몸에 가피를 내려 묵은 업장을 정화하여 자신을 부처의 몸으로 관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때 관정을 받는 사람은 린포체를 부처님으로 관상하고, 그분의 이마에서 흰빛이 나와서 자신의 이마로 들어온다고 관상한다. 이렇게 하여 무시 이래로 쌓여있던 묵은 악업이 정화되고 분별 망상을 일으키는 무명의 장애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몸과 똑같이 되어 부처님처럼 변화신을 나툴 수 있는 화신(化身)을 성취했다고 관상한다. 두 번째는 진언인 부처님의 만트라를 할 수 있게 하는 어(語) 과정인데, 염주로서 관정을 준다. 이때 관정을 받는 사람은 린포체를 부처님으로 관상하고 그분의 목에서 빨간 빛이 나와서 내 목으로 들어온다고 관상한다. 이렇게 하여 만트라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고, 수면상태에서 일어나는 꿈의 장애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공덕의 몸인 보신(報身)을 성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의(意) 관정이라 하는데, 금강저로서 상징물을 삼아 가슴에 대어 준다. 관정을 받는 사람은 린포체를 부처님으로 관상하고 그분의 가슴에서 남색빛이 나와서 자신의 가슴으로 들어온다고 관상한다. 이때 깊은 잠의 어둠에 빠지는 장애가 정화되고 자신의 마음과 부처님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우주 법계에 두루 편만하신 부처님의 법신(法身)을 성취하였다고 관상한다. 네 번째는 문자(文字) 관정이라 하는데, 거울로 상징물을 삼아 배꼽부분에 대어 준다. 관정을 받는 사람은 린포체를 부처님으로 관상하고 그분의 배꼽에서 초록색빛이 나와서 자신의 배꼽으로 들어온다고 관상한다. 그리고 남녀의 애욕에 빠지는 장애가 정화되고 우주의 본질과 하나인 부처님의 법계체성신(法界體性身)을 성취하였다고 관상한다. 이밖에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무량수불의 가피를 청하는 장수관정도 많이 행해진다. 티베트불교에서 모든 본존수행(석가모니불,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 칼라차크라 등 여러 불보살님 가운데 한 분을 주존으로 삼아 하는 수행)을 하기 전에는 관정이라는 일종의 허락의식을 거쳐야 한다. 그러면 이 가운데 얼마 전 인도의 부다가야에서 봉행되었던 칼라차크라 관정에 대해 소개해 본다. 칼라차크라(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본존불의 한 분)는 산스크리트 어로 '영원한 시간의 수레바퀴'라는 뜻을 지나고 있는데, 시간은 불변의 지복을 가리키고 바퀴는 여러 색(色)의 비어 있음을 가리킨다. 이 관정을 받게 되면 시간과 공간과 운세의 장애를 초월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 관정을 시륜금강(時輪金剛) 관정이라 하는데, 달라이라마가 모든 중생들의 업장을 정화하고 가피를 내리고자 하는 원력으로 전세계에 내린다는 아주 수승한 관정이다. 칼라차크라 관정은 크게 예비관정과 본관정으로 나눌 수 있다. 예비관정 단계에서, 스승은 장소를 청정하게 하는 의미로 보리로 만든 '돌마'에 관정법회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모든 마구니들을 다 잡아넣는다고 관상하고, 만트라를 염송한 뒤 그 돌마를 관정의식이 거행되는 곳의 외곽으로 내보낸다. 이때 제자들은 마음 속으로 '나에게 있는 모든 장애들도 돌마와 함께 밖으로 다 보내졌다'라고 관상한다. 그런 다음 제자들은 자신의 손바닥에 부어준 물로 입을 헹군 후에 뱉어내는 것으로써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고 관상한다. 그리고 칼라차크라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할 것이라는 보리심을 발하며 스승에게 관정을 청한다. 그러면 스승은 제자에게 계를 주고, 여러 가지 유형의 가피를 내린다. 그 하나가 길상초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스승은 '옴 바즈라 딕샤나 밤'이라는 진언을 염송하며 제자에게 길고 짧은 두 개의 길상초를 나누어 준다. 길상초는 본연의 순수한 자성자리를 상징하고, 선명한 꿈을 대표하기도 한다. 제자들은 합장을 하고 길상초를 받은 뒤, 긴 것은 침대 밑에 두고 짧은 것은 베개 밑에 둔다. 그리고 잠잘 때 일어나는 꿈의 경계를 관찰한다. 밤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제자들은 마지막 부분에 일어난 꿈의 경계를 세심히 관찰한다. 그러면 내가 직접 체험한, 꿈에 나타난 관정 가피에 얽힌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대만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까마까규파의 탕굴린포체(현재 환생자로 유명한 17대 까마바의 스승)가 칼라차크라 관정을 봉행한다는 소식을 한 신도를 통해 들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티베트불교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지만, 이 관정이 일주일 동안 행해지는 아주 큰 관정이라는 말을 듣고 참석해 보기로 하였다. 첫날 탕굴린포체는 먼저 칼라차크라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 수승한 공덕에 대해 말하였다. 그날 나는 아주 수승한 관정을 받게 되었다는 환희심과 설레임으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물끄러미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생시처럼 달라이라마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는 내 몸에서 초록색깔의 뱀을 쭉 뽑아내고는 보병에 있는 우유빛 감로를 머리에 부어 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 다음날부터 나는 더욱 신심이 나서 열심히 관정의식에 참석하였고, 관정식은 원만히 회향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 일주일 간의 벅찬 관정 일정을 마친 나는 너무도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고 다시 기이한 꿈을 꾸었다. 달라이라마가 꿈 속에서 오늘은 네가 내 시자를 해야 할 차례라고 하더니, 자신의 옷을 한 벌씩 벗고는 내게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공양을 짓는 시자 라마에게 검은빛깔의 고기를 나에게 한 접시 내어주라고 하였다. 티베트 수행에서 검은색은 마구니를 항복받고 나쁜 습관을 끊는 분노존의 무섭고 단호한 주법수행(誅法修行, 수행이나 불법에 장애를 일으키는 번뇌나 나쁜 습기, 마구니 등을 항복받는 수행)을 상징한다. 그 얼마 후 나는 인연이 닿아 달라이라마가 있는 다람살라에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버스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따시종에서 암틴이라는 스승을 만나 분노존 수행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칠년이 지난 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달라이라마의 말을 한국어로 통역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비단 칼라차크라 관정뿐만 아니라 모든 관정에서 이처럼 불가사의한 가피를 체험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관정의 가피는 관정을 받는 사람의 성불을 향한 원력과 신심이 그에게 본래 구족되어 있는 불보살님의 마음에 계합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꿈과 수행 티베트불교에서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꿈의 경계를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특색이 있다.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마음 속에 일어나는 생각뿐 아니라 아주 미세한 잠재의식까지도 다 정화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잠재의식마저도 자유자재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되고, 결국에는 모든 경계를 다 정화하여 무명 속에 빠지지 아니하고,, 항상 성성적적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흔히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지자무몽(智者無夢), 즉 지혜로운 사람은 꿈이 없다는 경계는 이와 같이 우리의 잠재의식이 다 정화되어 망상분별이 없는 경계를 말하는 것이지, 깊은 어둠의 잠에 빠져서 죽은 듯이 자는 것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옛 티베트의 성자 밀라레빠는 이렇게 말했다. "초저녁에 꾸는 꿈은 낮에 일으킨 망상분별의 반영이요, 자정에 꾸는 꿈은 귀신의 장난이요, 새벽녘에 꾸는 꿈은 미래 암시적인 것이다." 그리고 밀라레빠는 자신의 법을 모두 전수받은 수제자 깜포바에게 한동안 꿈이 맞는 경계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티베트 수행을 대표하는 나로바 육성취법(티베트불교의 4개 큰 종파 가운데 하나인 까규파의 수행법)의 여섯 단계 가운데 세 번째 단계가 꿈수행(Dream Yoga)이다. 첫 번째 단계인 뚬모(배꼽불) 수행에서 힘을 얻게 되면 그 성취의 징조로 한동안 미래 예언적인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나서 꿈의 경계까지도 수행의 한 단계로 끌어들여서 응용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일부러 많이 먹고 따뜻하게 하여 오랜 시간 동안 잠을 자고 꿈을 길게 꿀 수 있도록 방편을 사용한다. 그래서 원하는 내용의 꿈을 꾸고 그 내용을 자유자재하게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한다. 티베트에서는 꿈수행을 성취한 라마들의 일화가 많이 있다. 그 가운데 나의 스승인 구루 암틴에게 법을 전해준 라긴 쏘댄이라는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 라긴 쏘댄은 네팔의 성취자 바수다라를 꿈에 친견하고 야만타카 요가수행(닝마파의 대표적인 수행법 중의 하나)을 직접 전수받아 암틴에게 전수하였다고 한다. 바수다라는 {티베트 사자의 서}를 전수한 것으로 유명한 파드마 삼바바와 같은 시대를 산 훌륭한 성취자였다. 라긴 쏘댄은 꿈에 아름다운 두 여인의 인도를 받으며 큰 사원이 있는 곳으로 갔다. 큰 법당 문에는 황금으로 된 문고리가 두 개 달려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수다라가 높은 법상에 앉아 있었다. 라긴 쏘댄이 인사를 드리니 바수다라는 이렇게 물었다. "야만타카 수행을 전수받을 생각이 있느냐?" "예, 법을 전수받고 싶습니다." 그러자 바수다라는 관정과 함께 가르침을 주고는 경전을 하사하였다. 라긴 쏘댄은 경전을 받아 가슴 속 깊이 넣고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나와서 경전을 다시 꺼내보려 하자 경전이 버터처럼 녹아서 몸으로 모두 스며들어가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라긴 쏘댄은 꿈을 깨고 나서 그 경전의 내용을 다 기억하고, 주석과 해설까지 자세히 달아 방대한 분량의 야만타카 수행에 관한 책을 남겼다. 이 책은 지금도 계속 따시종의 라마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때로는 관정식을 통해서 자신이 어떠한 가피를 입을 수 있는지, 혹은 성취를 할 수 있는지 꿈을 통해 측정하기도 한다. 꿈에 관정 의식의 주존인 본존불이나 스님들을 보게 되거나, 함께 수행하는 도반들이 나타나거나, 꽃과 법구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노래를 한다거나, 부처님께 절을 하거나, 흰옷을 입거나, 설산(雪山)등의 높은 곳에 오르면 신구의(身口意) 삼문(三門)의 가피를 입는 징조라고 말한다. 목욕을 한다거나, 빨래를 하거나, 몸에서 피고름 등의 오물이 나오거나, 흰옷 혹은 새 옷을 입는 것은 업장이 소멸되어 새로운 법에 입문하는 징조라 한다. 또 절을 하거나, 만트라를 하거나, 설법을 하는 것도 그 수행을 통하여 말에 힘이 생기고 수행에 힘을 얻을 징조라 한다. 그러면 이와 관련된 밀라레빠의 유명한 이야기와 내가 체험한 이야기를 한 편씩 소개해 본다. *************************** 어느 날 밀라레빠는 자신의 가장 훌륭한 세 제자에게 말했다. "오늘 밤의 꿈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내일 아침 나에게 알려 주어라. 그러면 꿈을 풀이해 주겠노라." 시와외레바라는 제자는 떠오르는 태양이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고, 레충바라는 제자는 세 곳의 큰 골짜기에 도착하여 큰 소리로 외치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깜포바라는 제자는 무수한 인종의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호흡을 다 들이마시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깜포바는 악몽을 꾸었다며 스승 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뜻밖에도 밀라레빠는 기쁜 표정으로 깜포바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그토록 갈망하던 그대의 소망을 성취하게 되리라. 그대는 많은 중생들을 윤회계에서 다 구원하여 해탈케 하리라." 밀라레빠는 레충바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나의 말을 세 번 어긴 인연으로 다시 윤회계에 세 번 더 태어나 훌륭한 불교학자가 될 것이고, 학자로 크게 이름을 떨친 후에 성불케 되리라." 또 시와외레바에게는 이런 예언을 하였다. "길상한 꿈이기는 하나 서원이 작기 때문에 많은 중생들에게 이익은 주지 못하고 정토에 태어나리라." *************************** 내가 북인도 따시종에 있을 때의 일이다. 나는 구루 암틴으로부터 닝마파의 대표적인 본존요가인 야만타카 관정을 받고 본존불 만트라 수행을 두 달간 하게 되었다. 밀교 수행은 입문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본존 관정을 받아야 하고 수호 본존의 가피를 얻기 위해서 본존불의 만트라수행을 일정기간 동안 하게 된다. 구루는 미리 수행을 위한 가르침을 주는 과정에서 야만타카 본존불의 가피를 확인할 수 있는 현전가피와 명훈가피, 몽중가피에 대하여 설해 주었다. 암틴의 말 가운데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 것은, 수행하는 중에 확실한 가피를 얻었다는 확신을 하게 되면 감사의 예물로 싸인돌마(돌마란 보리가루로 만드는 공양물로, 싸인돌마는 가피의 확실한 징조를 주신 데 대하여 본존불게 감사의 예물로 올리기 위하여 준비하는 돌마공양물을 말함)를 미리 만들어서 잘 덮어두었다가 올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싸인돌마를 조심스럽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받아서 한쪽에 잘 덮어두었다. 싸인돌마 때문에 나는 좀더 긴장되고 조심스럽게 만트라 수행에 임하였다. 외호를 도와준 도반스님도 내가 언제 그 싸인돌마를 올릴 것인지 자못 주의를 기울이고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 달 남짓 지났을 때였다.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서는 나를 극락세계를 인도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당신이 쓰신 정토발원물을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신심이 확고하지 못해서 그렇지, 신심만 확고하다면 정토수행법으로도 한 생에 성불을 할 수 있다." 그리고는 법당에 가서 친견할 분이 있으니 따라오라고 하셨다. 법당문 밖에 이르니 안에는 금빛의 찬란한 비단 가사를 수하신 한 분의 부처님과 보통의 스님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고 매우 후덕해 보이는 두 보살님이 비단옷을 두르고 아주 즐거운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세 분은 왠지 낯이 익은 모습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잠이 깨었다. 꿈이 너무도 생생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세 분은 바로 내가 대만에 유학하고 있을 때 탱화에서 자주 뵈었던 아미타부처님과 관음보살 . 대세지보살이셨다. 티베트불교를 접한 이후, 나는 그 전까지 줄곳 해오던 정토수행을 좀 소원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본존불께서 꿈에 나타나 흔들리지 않도록 신심을 불어넣어주신 것이라고 여겨졌다. 나는 동이 트기도 전에 싸인돌마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여느 때보다 일찍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도반스님은 싸인돌마를 올리느냐면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따라 올라왔다. 야만타카 본존불과 극락세계에 계신 세 분의 불보살님께 감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돌마공양을 올리자, 마치 극락세계에서 내가 올린 공양물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동쪽에서 비치기 시작한 아침햇살을 받아서 서쪽에서 찬란한 무지개가 선명하게 수직으로 뻗어 하늘로 솟아올라갔다. 영문을 알지도 못한 도반스님은 새벽녘 서쪽에서의 무지개는 처음 본다면서 유난히 환희심을 내었다. 평소에도 이러한 꿈을 꾸게 된다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징조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좋다 나쁘다 하는 집착이 없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여름에 산에 오르면 이름 모를 갖가지 풀꽃들이 많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수행자에게 일어나는 체험이나 꿈의 경계도 무수히 많은 법이다. 그것은 지나가는 한 과정에 불과할 뿐 집착을 일으키면 병통이 된다고 스승들은 항상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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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명상가의 오두막(비전, 감사, 행복) 원문보기 글쓴이: 이사금
첫댓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무언가 느낌이 오는것은 무엇때문일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