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8篇 駢拇篇 第4章
[제4장 해석] 대저 작은 의혹은 방향을 바꾸고 큰 의혹은 본성을 바꾼다. 무엇을 가지고 그러함을 아는가. 우씨虞氏가 인의를 내세워 천하를 어지럽힌 때부터, 천하 사람들이 인의로 달려가 따르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이것이 인의로 본성을 바꾼 것이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시험 삼아 이렇게 말해 본다. 삼대 이후로 천하 사람들이 외물外物로 자기 본성을 바꾸지 않은 이가 없었다. 소인小人은 자기 몸을 이익利益에 바쳤고 사인士人은 자기 몸을 명예名譽에 바쳤고 대부大夫는 자기 몸을 가家에 바쳤고 성인聖人은 자기 몸을 천하에 바쳤다. 그 때문에 이 몇 사람들의 사업이 동등하지 않고 명성이 호칭을 달리하지만 자기 본성을 해쳐서 자기 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장臧과 곡穀 두 사람이 함께 양을 치다가 모두 양을 잃어버렸다. 장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자 채찍을 옆구리에 끼고 글을 읽고 있었다 하고, 곡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자 주사위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 두 사람은 하고 있던 일이 같지는 않지만 양을 잃어버린 것은 마찬가지이다.
백이伯夷는 수양산首陽山 아래에서 명예를 위해 죽었고 도척盜跖은 동릉산東陵山 위에서 이익을 탐하다가 죽었다. 이 두 사람이 목숨을 바친 목적은 같지 않으나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시킨 것은 마찬가지이다. 어찌 꼭 백이를 옳다 하고 도척을 그르다 하겠는가.
천하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바친다. 그런데 그가 따라 죽은 것이 인의仁義이면 세속 사람들이 군자君子라고 일컫고 그가 따라 죽은 것이 재물財物이면 세속 사람들이 소인이라고 일컬으니, 따라 죽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 가운데 군자가 있고 소인이 있으니,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시킴에 이르러서는 도척이 또한 백이와 같을 뿐인데, 또 어찌 그 사이에서 군자와 소인의 차이를 가릴 것인가.
[원문과 해설]
夫小惑易方 大惑易性 何以知其然邪
(부소혹은 이방하고 대혹은 이성하나니 하이지기연야오)
무릇 작은 미혹은 방향을 바꿀 뿐이지만, 큰 미혹은 본성을 바꾼다. 무엇으로써 그렇다는 것을 아는가.
- 方은 東西南北의 방향으로 小惑易方은 길을 잃어버린 것을 비유한 것이며, 性은 자기의 본성, 곧 참된 모습[眞常]을 비유한 것
自虞氏 招仁義 以撓天下也 天下 莫不奔命於仁義
是非以仁義 易其性與
(자우씨 초인의하야 이요천하야하나로 천하막불분명어인의하니 시는 비이인의로 이기성여아)
우씨가 인의를 내세워 천하를 어지럽힌 때부터 천하 사람들이 인의로 달려가 따르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이야말로 인의로 본성을 바꾼 경우가 아니겠는가.
- 우씨虞氏는 순舜을 지칭한다.
- 초招는 ‘들다’는 뜻으로 초인의招仁義는 인의를 들추어내서 슬로건으로 내세우다는 뜻.
- 요撓는 어지럽히다는 뜻. 자自는 부터.
- 비이인의이기성여非以仁義易其性與는 글자 그대로 보면 본래의 성을 버리고 인의로 그것을 대치하였다는 뜻이지만, 뒤의 순리殉利, 순명殉名, 순가殉家, 순천하殉天下 등의 예시를 기준으로 짐작하면 인의를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故嘗試論之
(고로 상시론지하노라)
그러니 이를 시험삼아 한 번 논의해 보자.
自三代以下者 天下莫不以物 易其性矣
(자삼대이하자론 천하막불이물로 이기성의라)
삼대 이후로 천하 사람들이 외물로 자기 본성을 바꾸지 않은 이가 없었다.
- 외물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었다는 뜻.
- 외물의 구체적인 내용은 바로 뒤에 나오는 이利, 명名, 가家, 천하天下 등이다.
- 삼대三代는 하夏‧상商‧주周의 세 왕조.
小人則以身 殉利 士則以身 殉名 大夫則以身 殉家 聖人則以身 殉天下
故此數子者 事業不同 名聲異號 其於傷性 以身爲殉 一也
(소인즉이신으로 순리하고 사즉이신으로 순명하고 대부즉이신으로 순가하고 성인즉이신으로 순천하하나니
고로 차수자자의 사업이 부동하며 명성이 이호하나 기어상성하야 이신으로 위순에는 일야니라)
소인은 자기 몸을 이익에 바치고 사인은 자기 몸을 명예에 바치고 대부는 자기 몸을 가家에 바치고 성인은 자기 몸을 천하에 바쳤다.
- 순殉은 따라 죽는다는 뜻으로 순장殉葬의 순殉과 같은 의미. 최선崔譔은 살신종지왈殺身從之曰 순殉이라고 풀이
그러므로 이 몇 사람들의 사업이 동등하지 않고 명성이 호칭을 달리하지만 자기 본성을 해쳐서 자기 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臧與穀二人 相與牧羊而俱亡其羊 問臧奚事 則挾筴讀書 問穀奚事 則博塞以遊 二人者 事業不同 其於亡羊均也
(장여곡이인이 상여목양하다가 이구망기양하야늘 문장해사오 즉협책독서요 문곡해사오 즉박색이유러라 이인자의 사업이 부동하나 기어망양에는 균야라)
하인인 장과 곡 두 사람이 함께 양을 치다가 모두 양을 잃어버렸다. 장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채찍을 옆구리에 끼고 글을 읽고 있었다 하고, 곡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장기놀이와 주사위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이 하고 있던 것은 서로 달랐지만 양을 놓친 것은 똑같았다
伯夷死名於首陽之下 盜跖死利於東陵之上 二人者 所死不同 其於殘生傷性均也 奚必伯夷之是而盜跖之非乎
(백이는 사명어수양지하하고 도척은 사리어동릉지상하니 이인자의 소사부동하나 기어잔생상성에는 균야니 해필백이지시이도척지비호리오)
백이는 수양산 아래에서 명예를 위해 굶어 죽었고, 도척은 동릉산 위에서 이익을 탐하다가 죽었으니, 두 사람이 죽게 된 이유는 다르지만, 생명을 해치고 본성을 손상시킨 것은 마찬가지이니, 어찌 꼭 백이를 옳다 하고 도척을 그르다 하겠는가.
- 도척盜跖은 유명한 도둑의 이름. 유하계柳下季의 아우
- 명예를 위해서 죽었든 재물을 탐내다 죽었든 자신의 본성을 해친 것은 마찬가지라는 뜻.
天下盡殉也 彼其所殉 仁義也 則俗謂之君子 其所殉貨財也 則俗謂之小人
其殉一也 則有君子焉 有小人焉
若其殘生損性 則盜跖亦伯夷已 又惡取君子小人於其間哉
(천하진순야니라 피기소순이 인의야어든 즉속이 위지군자라하고 기소순이 화재야어든 즉속이 위지소인이라하나니
기순이 일야로대 즉유군자언하며 유소인언하니
약기잔생손성에는 즉도척도 역백이이온 우오취군자소인어기간재리오)
천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데, 인의(仁義)를 위해 몸을 바치면 군자라 부르고, 재물을 위해 몸을 바치면 소인이라 부른다.
몸을 바치는 것은 마찬가지 이지만, 군자도 되고 소인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명을 잃고 본성을 해친 점에서는 도척이나 백이나 마찬가지인데, 또 어찌 그 사이에서 군자와 소인의 차이를 가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