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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13
씬/1 공원 (오후) - 전회 연결.
우진과 은하 두 사람 서 있는 표정. 은하 천천히 우진을 본다.
은하 : (짐짓 웃어 보인다) ..이제 ....말해 줘.
우진 : (표정)
은하 : (우진의 옷을 꽉 잡는) .... (보는 표정) 이제.... 내가.. 죽는 거니?
우진 : (표정)
은하 : 죽는 거야? (절박한 표정)
씬/2 은하의 원룸 (저녁)
은하와 챠트를 놓고 앉아 있는. 우진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우진 : (두서 없이) 내가 병원을 알아보겠어. 공기 좋고 니 몸에 제일 좋은 곳으로 알아볼게. 당장이라도 입원하고 도너를 찾아야해.
혜원 선배가 2년 전부터 널 대기자 명단에 올려 둬 준걸 감사해라. (후 하는)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은하 : 애 쓰지마... 나는 수술은 안 받을 거야.
우진 : (보는 표정) !
은하 : 난 수술 안 받을 거야.
우진 : (보는)
은하 : 병을 알았던 날부터 결심했던 거야.
우진 : 결심을 바꿔. 넌 수술을 받아야 해.
은하 : (잠시 그러다가) 수술을 해도 살 확률이 희박하지? 그치?
우진 : ... 걱정마. 내가 살려낸다.
은하 : 아.. 지금부터 내가 몇 달이나 더 살수 있을까? 가만히 있으면 그래도 6개월쯤은 더 살수 있을 거야. 그치?
우진 : 은하야!
은하 : 하지만 수술을 하려면 한달 아무리 늦어도 서 너달 이내엔 해야하잖아. 근육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그럼 한달 혹은 두 달이나 더 일찍 죽을지도 몰라... 한달이나..두달이면...30일 혹은 60일..61일...(우진을 물끄러미 보는 표정)
(눈물) 나는 용기가 없어. 그 시간동안만이라도 더 살고 싶어.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 목숨이 정말로 아까워.
우진 : (덜컥한다) 은하야.. 제발... (손 잡는다) 제발... (그러다가 수습 눈물 닦는다) 니 목숨을 나처럼 아까워 하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 내 말대로 해.
은하 : ..... 싫어.
우진 : (표정) ... 그럼.. 죽어가겠다구? 아무 짓도 안하고 죽어가겠다는 거냐?
은하 : (희미한 미소) 우진아.. 내 평생 지금처럼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 살고 싶어.. 정말로 살고 싶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살게 날 내버려 둬 줘. 두달이라도 더 아껴서 안드레아를 볼래. 그 시간동안 만이라도
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 지켜보고 싶어. 몇 달 안되니까 보기만 하는 건 용서해 주실 거야.
우진 : (본다 슬프다) .. 너 왜 그렇게 바보냐?
은하 : (그대로)
우진 : 좋아. 그럼 안드레아를 위해 살아! 그놈을 위해서라도 살 생각을 하라구! 너 죽으면 그놈은 어떡해!
은하 : ... 괜찮아. 안드레아에겐 나를 대신할게 있으니까.. 괜찮아. (하다가) 그래.. 벌받은 거야. 내 것이 아닌걸 원한 죄야.
내가 진 거야. 신의 것을 원하다 내가 진 거야.
우진 : 웃기지마. 니가 틀렸어.
은하 : (본다)
우진 : 신은 없어. 넌! 내가 살린다.
확 나서는 우진. 문을 쾅 닫고 나간다. 은하 그대로 앉아 있는.
씬/3 성당 외경 (저녁)
씬/4 사택 거실 (저녁)
조용히 앉아 있는 베드로와 안드레아. 그리고 젬마 수녀와 마리아 아줌마. 무거운 분위기.
안드레아 : (담담한)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시겠습니까?
베드로 : (잠시 그러다가) 좀 더 생각해 보자.
안드레아 : 제 생각은 끝났습니다.
베드로 : (본다) 안드레아.
마리아 : 내.. 생각에도.. 이렇게 쉽게 생각할게 아닌 거 같아. 여기 성당 분위기도 생각해야 하고..
무엇 보다 이제 와서 성직을 포기하는 안드레아 수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다들 재미거리로 생각하겠지. (젬마 수녀를 꾹 찌르며) 그렇죠? 수녀님?
젬마 : (의외로 가만히)
마리아 : 그리고.. (눈치) 신부님 생각도 해드려야지.
안드레아 : 죄송합니다.
베드로 : 내 생각은 하지 마라. 내 생각을 할건 없어. 어떤 선택도 틀린건 아니다.
다만 도망치기 위해 신부가 되는 것도... 내적 확신 없이 이 길을 포기하는 것도 나는 찬성할 수 없을 뿐이야.
안드레아 : (표정) 확신 합니다.
베드로 : 그래 그렇다면 ...(그러다가) 어쩌면 앞으로가 더 힘들지도 모른다. 일단 수도회의 결정도 기다려 봐야하고..
니가 그냥 나갈게 아니라면 정식으로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 (한숨) 경솔해선 안 된다. 옷을 갈아입어라.
안드레아 : (표정)
젬마 : (그저 묵묵히)
씬/5 성당 안 (저녁)
수도복으로 갈아 입은 안드레아 문 열고 들어서면 젬마수녀가 기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안드레아 들어와서 젬마수녀의 옆에 앉는. 젬마 수녀 눈을 뜨고 안드레아를 본다. 안드레아 미소 짓는다.
안드레아 :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
젬마 : (웃는) 벅차기도 하고... 너희들이 안쓰럽기도 해.
안드레아 : 수녀님의 허락이 받고 싶어요. 제 어머니나 다름 없으셨죠. 은하 한테두요..
젬마 : ... 나는... 물론.. 누구보다도 축복해 줄 거야. (눈물 글썽인다) 너희를 사랑한다. (하다가)
..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허락은 받은 거니?
안드레아 : ! (앞의 십자가를 바라본다)
젬마 : (앞의 십자가를 바라본다) 안드레아. 나는.. 조금 두려워.
안드레아 : 저는.. (시선 떨구는 결심 갈라지듯) 두렵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않을 거예요.
씬/6 은하의 원룸 (밤)
혼자 앉아 있는 은하의 모습.
씬/7 안드레아의 방 (밤)
기도를 하려는 안드레아.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집중이 잘 되질 않는다.
끝내는 일어나는 안드레아. 마음이 산란한 듯 서성이는데.
씬/8 거리 외경 (아침)
씬/9 원룸 앞 (아침)
은하 달칵 문 열면 안드레아가 서 있는. 은하 쿵 한다.
은하 : 안드레아?
안드레아 : (웃는) 아침 좀 먹여 줘.
씬/10 원룸 (아침)
들어오는 안드레아. 은하 ? 걱정스레 안드레아를 따라온다.
안드레아 : 내가 너무 일찍 왔니? 주교님께 가는 길이었어. 주교님 뵙고는 곧 의료원에 가봐야 해.
그러니 할 수 없잖아. 너 보고 싶은데.
은하 : (덜컥 한다)
안드레아 : (미소 짓는)
은하 : (당황해서 주방으로 가는) 뭐 줄까? 커피 만들었는데. 커피부터 줄게. 잠시만.. 빵도 구워 줄게. (그러다가 돌아본다)
안드레아 : (은하의 챠트를 들추려는)
은하 : 안돼! (달려 온다)
안드레아 놀라서 은하를 바라보는데. 은하 황급히 탁 챠트를 덮는 표정.
안드레아 : 내가 보면 안되는 거야? 저번에.. 그 환자 거 같은데.
은하 : 아니야. 그냥 내가 자료로 보고 있던 거야. (아래 내려 놓는다) 근데 갑자기.. 주교님 한테는 왜 가는 거야?
(그러다가) 너 여행 갔던 것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 거니?
안드레아 : ... 주교님이 가라고 권해주신 거였어.
은하, 안도 한다. 토스트에 계란 쥬스와 커피로 아침 먹고 있는 안드레아와 은하.
은하 : (먹고 있는 안드레아를 바라본다)
안드레아 : (먹다가 싱긋) 너무 보지 마라. 너 보니까 못 먹겠잖아.
은하 : (얼른 시선 내린다 피식 웃는) 너무해 무안하게. (그러다가) 안드레아.
안드레아 : 응?
은하 : 이런말 해도 되니?
안드레아 : 뭐든 해도 돼.
은하 : 나 뻔뻔하지만.. 너 이렇게... 나한테 오며 가며 한번씩만 가끔씩만 나한테 들려주면 안되니?
안드레아 : (본다)
은하 : 다른 건 바라지 않아. 그냥 몰래 몇 달만 나하고 만나 줘. 몇 달만 보다가 나 그냥 다시 스르르 널 정리하고 잊을게.
몇 달만 몰래... 응?
하는데 안드레아 테이블 위에 은하의 손을 잡는. 은하 달칵 포크를 떨구는. 안드레아를 바라 보는 은하.
안드레아 : 안돼. (사이) 나는...널 몰래 만나고 싶지 않아.
은하 : (본다)
안드레아 : (손 놓는) 나 믿어 달라고 했더니..그게 날 믿어 주는 거니? 너무하다 야. (짐짓 웃어 보인다)
은하 : 내가.. 널 어떻게 안 믿어. 니가 말하는 건 뭐든 믿지.. 믿지만.. 우린 더 이상 바래선 안되잖아.
안드레아 : (진지한 얼굴) 예전에 니가 그랬었지? 니 결혼식에도 너의 아이의 세례식에도 그리고 니가 죽는 날에도 함께 해달라고...
신부로서 그래 달라고... 그 때 니 말을 들으며 나는 사실 정말로 절망했었어. 니 옆에 서 있을 다른 사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괴로웠다. 그게 우진이든 누구든 니 옆엔 나 말고는 아무도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은하 : (숨이 막히는)
안드레아 : 그때 나는 니 옆에 있는 게 나일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버려도 좋다고 생각했어...
은하 : 고마워 지금이라도 그렇게 말해줘서.. 절실했던 내 진심 알아줘서... (짐짓 웃는) 그래도 억울하다 그때.. 얘기해 주지 그랬니?
그랬으면 나 무슨일이 있었어도 그때 널 보내지 않았을텐데. 그랬으면 조금 더 너와 지낼수 있었을 텐데. (잠시 그러다가)
그 지나가버린 시간이 이렇게 애달프진 않았을텐데.
안드레아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우리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쭉 같이 있으면 되잖아. 둘이 같이 있자. 같이 바라자.
은하 : (본다)... (혹시나) ...
안드레아 : 나는.. 이제 평생 니옆에 있으려고 해.
니 결혼식때도 아이의 세례식 때도 니가 죽는 그 순간에도 나는 니옆에 있을 거야. 니 남자로.
은하 : (표정) ! 그게 무슨.. 말이야?
안드레아 : (미소) 나는 신부가 되는걸 포기하기로 했어. 신부가 되지 않을 거다. 그것 때문에 주교님께 가는 거야.
은하 : (아득해지는)
씬/11 우진의 차안 (오전)
우진 전화를 걸며 운전하고 있는.
우진 : 환자의 챠트는 보내놨습니다. 오늘 중으로 꼭 윤교수님께 연결 시켜 줘요.
교수님만 시간을 내주시면 언제든 내가 찾아 뵙겠습니다. (한다)
다시 전화를 걸어 본다. 전화 연결이 안되는.
씬/12 원룸 (오전)
우진 들어오는데 아침 그대로 차려진 테이블 앞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은하. 우진 다가온다.
우진 : (두 사람 분의 식탁을 보며) 누가 왔었니?
은하 : ...
우진 : 안드레아구나?
은하 : 우진아. (본다) 안드레아가.. 그만 두겠데.
우진 : !
은하 : 신부님을 그만 두겠데. ...이제 난 어쩌지? (보는데)
씬/13 주교관 (오전)
회의를 하고 있는 신부님들. 그리고 관계자들. 주교가 듣고 있는 표정.
씬/14 주교관 일각 (오전)
무릎꿇고 기도하고 있는 안드레아. 주교가 다가온다. 안드레아 정중히 주교의 반지에 입 맞추는.
주교 : 자네 일로 아침부터 시끄럽더군. 심장 재단에 대한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어.
안드레아 : 죄송합니다.
주교 : ...내 충고대로 하기로 했나 보더군. 내가 도망 갈 수는 없을거라고 했었지? 자네 괴로움의 시작으로 가보기로 한 건가?
안드레아 : 아닙니다. .. 가 보려는 게 아닙니다. 그곳에 머물렵니다. 전 선택했습니다.
주교 : (엄숙하게 본다)
안드레아 : ...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다)
주교 : 여전히 오만하군.
안드레아 : (표정)
주교 : (지긋이 본다) 나는 자네의 그런 점이 흥미롭네. 선택하는 건 그분이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알텐데도
자네는 항상 자네가 선택했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싱긋 웃는다)
안드레아 : !
주교 : 선택은 늘 그분이 하시는 거라네.
안드레아 : (표정)
주교 : 어쩌면 자네는 지금까지 그분의 선택을 자네의 선택이라 믿어왔을지도 모르지. 그런 확신이 자네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걸게야.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를지도 모르네.
안드레아 : (표정)
주교 : 욕하는 사람들도 있을게야. 사람들은 자네와 자네가 사랑한 여자에게 돌을 던질지도 몰라.
안드레아 : ... 제가 견디겠습니다.
주교 : 갔다가 돌아오든 그곳에 주저앉든 이제는 홀로 확실하게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그 뜻이 자네의 뜻과는 다르다면 자넨 그것마저도 견딜 수 있을까?
안드레아 : .. 제 선택이 그분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면 죽을 만큼.. 괴롭겠지요. (눈물)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의 뜻을 그 분이 거둬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주교 : (한숨) 수도회의 결정을 알려주지.
안드레아 : (무릎을 꿇는)
주교 : 한달 간 수도원에서 자네의 선택을 묵상하고 그 후에도 변함이 없다면 자네의 뜻을 따라 가게.
안드레아 : (고개를 숙인다 떨리는) 감사합니다. (한다)
주교 : (연민을 가지고 본다. 안드레아의 머리에 손을 얹는) 안드레아수사... 자네에게 하느님의 연민과 안식이 함께 하길 기도하겠네.
씬/15 성당 외경 (낮)
씬/16 성당 일각 (낮)
안드레아가 병원에 가려는 듯 나온다. 신자들 웅성 거리며 성당에서 내려온다.
신자 : 말려 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 이거 정말 뒤 숭숭해서.
회장 : 베드로 신부님이 무슨 잘못이신가요.
신자 : 그래도 신부님의 조카가 아닙니까? 이렇게 되진 말게 말리셨어야죠.
여자1 : 그러게요 그것보세요. 내 말이 맞다니까요? 분명히 그 여자 때문이라구요.
그러다가 안드레아를 보는.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안드레아 신자들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서로 서로 눈을 피하고 가는 표정들.
안드레아의 표정.
씬/17 성당 안 (낮)
안드레아가 들여다 보는데 기도하고 있는 베드로 신부의 뒷모습이 보인다.
씬/18 의료원 외경 (오후)
의료원으로 들어오는 우진의 차.
씬/19 의료원 입원실 (오후)
에스델 아이를 데려가려는 몇몇 부모들과 실갱이를 하고 있는 표정.
에스델 : 선생님이 허락도 안 하셨습니다. 이러지들 마세요.
여자1 : 여기 의사 선생이 신부를 관둔다면서요? 아유 그러니 불길해서 어떻게 여기에 아이를 두겠어요.
(주위 둘러보며) 다들 데려 갔네요 뭐.
여자2 : 여자한테 빠져서 신부님을 관두는 사람이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하겠어요?
에스델 : 다들 보세요. 수사님은 아이를 위해서 밤샘도 마다 않으셨어요.
여자1 : 이젠 수사가 아니잖아요. 어째든 벌써 옮길 병원에도 얘길 해놨어요.
여자2 : 이럴 줄 알았으면 빚을 내서라도 제대로 된 병원에 맡겼어야 하는데.
여자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데 문 앞에 서 있는 우진과 은하의 모습. 에스델 ! 본다.
에스델 : 세상에 안드레아 수사님 같은 실력 있는 의사가 돌봐주셨으면 정말 감사해야지.
(화를 수습한다) 죄송합니다 이런 모습 보여 드려서.. 어서 오세요.
은하 : ..아니예요..제가 죄송합니다. (고개 떨군다)
그때 들어오는 안드레아.
안드레아 : 수녀님..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데려 가시던데.. 대체.. (그러다가 은하와 우진을본다)
은하야! (하고 우진을 보는) 우진아... (보는)
에스델 : 수사님.. 손님들이 오셨어요. (하고는) 제가 차라도 내오겠습니다. (가는)
안드레아 : (에스델 나가자 두 사람을 본다)
씬/20 안드레아의 진료실 (오후)
안드레아, 은하, 우진 세 사람 앉아 있다.
우진 : 그래. 정말 큰일을 벌인 모양이구나.
안드레아 : 상관할 일이 아니다... 대체 둘이 무슨 일이니?
우진 : (보는 표정) !
은하 : 왜 니가.. 이렇게까지 되야 하는 거니. 뭐 하러.. (원망스럽다)
안드레아 : (표정 짐짓 미소) 괜찮아...니가 걱정할거 없어. 잠시 이러는 거야. 지나 갈 거야.
우진 : 이젠 지나가길 기다릴 필요도 없을 거 같다.
안드레아 : ? (본다)
우진 : 나는 양보할 수 없어. 은하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 말 하려고 온거야.
안드레아 : (본다) !
우진 : 우린 다시 잘해 보기로 했다. (은하의 손을 잡는다)
안드레아 : ?
우진 : 우린 서로 노력하기로 했어.
안드레아 : ...(은하에게) 무슨 소리니?
은하 :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
우진 : 은하한테 묻지마. 내가 잡았어. 매달렸어. 니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린 좋았으니까.. 결혼할 사이였으니까
은하는 나를 배신 할 수 없다.
안드레아 : (표정)
우진 : 그리고 은하는 도저히 신부을 그만 둔 널 감당할 자신이 없단다.
안드레아 : (은하를 본다) !
은하 : (그대로)
그렇게 숨막히게 서로 바라보고 있는 세사람.
안드레아 : (은하를 본다) 진짜니? ..은하야..난 니 얘기가 듣고 싶어.
은하 : (심호흡 끄덕) 맞아...난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리고 우진일 배신할 수도 없어...
너도 그랬었잖아. 우진이에 대한 내 감정도 사랑이라구..
안드레아 : (덜컥) !
은하 : (시선 내리는) 너에 대한 내 감정은 이미 지나간 거야. 먼 먼 전의 일이야.
지나간 건데 그게 너무 절실했기 때문에 나도 착각했었어.
안드레아 : 날 보고 얘기해 은하야.
은하 : .... (본다) 착각이었어.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심호흡) 우진이야. 진심이야.
우진 : (표정)
안드레아 : 다시 .....한번 얘기해 줄래?
은하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진이야.
안드레아 : (본다)
은하 : 우진이야. 그래 우진이란 말야.
안드레아 : (본다 그러다가) ..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니?
은하 : (보는)
안드레아 :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지?
은하 : 나는.. (안드레아를 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 미안해. 더 이상 할말 없어. (확 일어나 나선다)
안드레아 : ! (따라 일어나는)
우진 : (잡는)
안드레아 : (뿌리치려면)
우진 : (강하게 잡는 그리고 천천히 일어난다) 잡지마. 니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생각해라.
그걸 은하한테 강요하지 마. 넌 잡을 자격 없어. (확 놓고 나선다)
안드레아 그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쟁반을 들고 서 있던 에스델.
에스델 : 차를.. 너무 늦게 내왔어요. (얼른 테이블에 내려 놓는다)
잠시 그대로 서 있는 두 사람.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 출발하는 소리.
에스델 마음이 다급해진다.
에스델 : 수사님... 은하씨가 가버릴 거 같아요.
안드레아 그 말을 신호로 뛰어 나간다.
씬/21 갈대밭 길 (오후)
우진의 차가 빠져 나가고 있다. 안드레아 차를 쫓아서 달려가는 모습. 차를 쫓아서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안드레아의 모습.
달려가는 차. 최선을 다하지만 따라 잡을 수는 없다. 안드레아 그러나 계속 뛰어간다. 점점 차이가 벌어지는데.
멀리서 달려가는 차와 차를 쫓아 뛰어가는 안드레아 보여진다. 그래도 계속 뛰는 안드레아. 그러나 결국은 지쳐 버리고 만다.
허리를 숙이고 숨을 몰아쉬는 안드레아. 그러다가 앞을 보는데. 멀리 차가 멈춰서 있다. 차가 뒤로 백 해서 온다.
안드레아 : !
보면 차 문 열리고 내리는 은하. 보는 안드레아. 울고 있는 은하. 두 사람 마주 보고 있는 모습.
우진 그런 두 사람을 백밀러로 보다가 차를 출발시킨다.
이제는 두 사람만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렇게 마주 보는 두 사람.
안드레아 : 역시 넌 나를 너무 힘들게 해. (웃으며 본다) 나는 안 믿어. 니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 같은 건 믿지 않는다.
평생 믿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넌 아무데도 못 가.
은하 : (보는 표정)
씬/22 농장 일각 (저녁)
안드레아와 은하 두 사람 앉아 있다.
은하 : (표정) ..수도원에 한 달이나 들어가 있어야 하는구나.
안드레아 : 한 달은 아무 것도 아니야. 기다려 줄 거지?
은하 : (잠시 그러다가 짐짓 장난스레) 그냥.. 너... 신부님 하면 안되니?
안드레아 : (본다) 뭐?
은하 : (밝은척) 너 정말로 신부님이 되고 싶었던 거잖아. 나 그거 알거든. 그래서 나 참 오랫동안 혼자 참았거든..
그거 억울하니까 너 그냥 신부님 해라.
안드레아 : ..왜 그래?
은하 : 그냥 날 위해서 그렇게 중요한걸 포기하는 게 아까워서 그래. 안타까워서 그래.
안드레아 : (손 잡아 준다) 안타깝지 않아. 아깝지도 않아. 그러니 앞으로 그런 거짓말 하지마.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짓말 같은거 하지마.
은하 : (표정)
안드레아 : 나는 널 위해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다 포기할 준비가 되 있어.
은하 : ... 그렇게 다 포기하다가... 날 위해 다 포기해 주다가 내가 도망가 버리면 어쩌려구?
안드레아 : ... 또 도망가려구? (웃는) 도망 못 가. 못 가는 거 아까 내가 증명해 줬잖아.
은하 : (표정)
안드레아 : 도망가지 마라. 도망가고 싶어져도.. 날 위해서 조금만 참아 주라... 니가 없으면 이제 난 살수 없어. 숨 쉴 수도 없어.
그러니 내 옆에서 사라지지 말아 줘. (본다) 한달 뒤에 내가 완전히 널 사랑할 자격을 얻어 돌아오면
(심호흡 그리고 미소) 나하고 결혼해 줄래?
은하 : (쿵 한다)
안드레아 : 그리고... 둘이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자.
은하 : (표정) 그래 오래... 오래.. (눈물 참으며 짐짓 웃는)
안드레아 : (눈물 보고) 은하야..?
은하 : (가슴아파서 나즈막하게) ...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안드레아 : (모르고 웃는) 그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씬/23 은하의 원룸 (밤)
들어오는 은하. 보면 우진이 앉아 있다. 우진 은하를 돌아보지 않은 채.
우진 : ... 나는 한순간 니 그 말이 진심이 아닐까 착각했었어.
은하 : (본다)
우진 : 아까 안드레아 앞에서 니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했을때 나는 정말로 간절히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랬어.
니 진심이었으면 싶었다.
일어난다. 우진 돌아보는. 은하 우진을 본다.
우진 : (짐짓 씁쓸한 미소) 사람은 정말 이기적이야. 니가 얼마나 힘든 때인 줄 알면서도 난 또 이런 말을 하게 돼.
은하 : (본다 그러다가) ...너를... (그러다가) 너희 둘을.. 난 어쩌면 좋니.. 정말 어쩌니... (한다)
우진 : 갈게... 하지만 내일 또 올 거다. 니가 아무리 이제부터 안드레아를 의지할거라고 해도 난 나대로 널 위해 할 일이 있을 거야.
수술 받겠다고 할 때까지 우선은 널 설득 시켜야 하고.. 입원도 시켜야 하고..
은하 : 안드레아는 아직 몰라.
우진 : (본다)
은하 : 말하지 않았어. 말 안 할 거야. 죽을 때까지 모르게 할 거야.
우진 : ...그만큼 안드레아를 사랑한다는 얘기구나.
은하 : 너도 약속해 줘. 절대로 안드레아에겐 말하지 않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지 않겠다고.
우진 : ..그만큼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구나. (그러다가) 그래 약속한다. 그것 만큼은 약속할게.
은하 : .... 고마워. (잠시 그러다가 결심한 듯) 그리고 하나 더 부탁이 있어. 너 날 위해서 아주 먼 곳으로 병원을 알아봐 줄 수 있니?
우진 : (본다) !
은하 : 병원만 정해지면 바로 떠날 거야.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어. 이럴 땐... 혼자라는 게 참 편하다.
아무 것도 정리할게 없으니 참 편하네. 위로 받고 위로해 줄 상대 하나 없으니 참 편해.
우진 : 은하야...
은하 : 수술.. 받을게.
우진 : !
씬/24 원장실 (아침)
경은이 놀라서 우진을 바라본다.
경은 : 대체...누구보다도 병원에 애착을 보이던 아이가.. 병원을 그만 두겠다니 무슨 일이야? 너, 무슨 일이 생긴 거니?
우진 : (그대로)
경은 : (표정) 우진아!
우진 : 때가 되면 전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묻지 말아주세요. (하고)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입니다. (표정)
경은 : (보는) !
골똘하게 생각하며 혼자 앉아 있는 경은. 무슨 일인가 궁금하고 또 불안하다. 그러다가 한숨쉬고 일어나는 경은.
씬/25 부원장실 (오전)
병원을 찾고 있는 우진의 표정. 이곳저곳 전화로 문의하고 있다.
혼자 은하의 챠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우진의 표정. 아무리 골똘히 들여다봐도 답답하기만 하다. 집어던지고 괴로운 표정.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챠트를 챙겨서 일어난다.
씬/26 서재 (낮)
술 마시다 잠이 든 정박사. 그러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난다.
정박사 : 진수야. 난 아냐. 우린 아냐. 진수야. 진수야!
허우적대다가 일어나는 정박사. 정박사 잠시 멍하게. 그러다 꿈을 잊으려는 듯 다시 술을 마시려는데 술병이 빈.
정박사 서랍들을 뒤진다. 가장 밑에 서랍에서 술을 꺼내는 그러다가 멈칫. 천천히 같이 놓여 있던 주사기와 약병을 꺼낸다.
바라보는 정박사. 안될 일이다. 충혈된 눈으로 주사기와 약을 다시 집어넣는다.
씬/27 우진의 집 거실 (낮)
들어오는 우진. 유리가 나와서 맞는.
유리 : (와 이렇게 일찍 웬일이야?)
우진 : (짐짓 미소) 찬 물수건 좀 만들어서 서재로 와줄래?
유리 : ?
우진 : (잰걸음으로 지나쳐 서재로 간다)
씬/28 서재 (낮)
술을 마시고 있는 정박사. 우진이 챠트를 들고 들어온다. 정박사 거슴츠레하게 우진을 쳐다본다.
정박사 : 무슨... 일이냐. (그러다 술병을 얼른 안는) 이걸 가져가려구? 이건 안돼! (돌아앉는다)
우진 : (절망스럽다) 아버지!
유리 : (물수건 가져오는)
우진 : (물수건 받아서) 일어나세요. 일어나셔서 이걸로 얼굴 닦으세요. 하실 일이 있어요.
정박사 : (유리 보고 수습한다) 그래. 그래. (한다)
유리 : (맘 아파 보는) (오빠 아빠하고 싸우지 마. 응?)(걱정스레 본다)
우진 : 그래 알았어. 너는 나가 있어.
유리 : (걱정스레 보며 돌아서는)
유리 문 열어 둔 채 나가면. 우진 얼굴을 닦고 있는 정박사를 돌아본다. 정박사 우진을 보는.
정박사 : 무슨.. 일이냐?
우진 : (잠시 보다가 결심한 듯 챠트를 내민다) 이걸 봐주세요.
정박사 : ?!
우진 :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예요. 저 아버지한테 한번도 부탁한 적 없으니 이번엔 무조건 들어주세요.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아버지가 최고시잖아요. 수술해 주세요. 수술이 안되면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세요.
정박사 : (보는)
우진 : ... (눈물 나려는)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정박사 : 이게...누구니?
우진 : .... 제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사람이예요. 아버지. 그런 사람이 죽어가요. 도와주세요. (하는데)
정박사 : 이게.. 그럼 혹시..
경은 : 은하니?
정박사와 우진 확 돌아본다. 문가에 서 있는 경은. 그리고 옆에 있는 유리.
우진 : ...어머니.. (한다)
경은 : ...은하구나... 은하가... 죽어간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씬/29 경은의 방 (오후)
앉아 있는 경은. 우진이 옆에 서 있다.
우진 : ... 아무에게도 아직 말씀하지 마세요.
경은 : 안드레아는 알고 있니?
우진 : 아뇨 모릅니다. 은하가 알리고 싶어하지않아요.
경은 : .... (표정) 어떻게... 하필이면 왜 그애가.. 왜 은하가.. 정말 너무하시는구나 .. (하는데)
씬/30 은하의 원룸 (저녁)
짐을 싸고 있는 은하. 짐짓 명랑한 척 전화를 받는.
은하 : 네 수녀님. 아무 일도 없어요. 밥도 잘먹어요. 그럼요. 튼튼하고 (표정) 건강해요. 제가... 가도.. 될까요?
씬/31 사택 거실 (저녁)
사택의 젬마 수녀. 빨래 정리하며 흘끗 흘끗 보고 있는 마리아 아줌마.
젬마 : 불편하다니 그런 말이 어딨어? 니가 오는 게 왜 불편해. 그럼... 한 달이나 가는 거잖아. 꼭 와야지.
마리아 : 뭐 먹고 싶은지 물어 보세요. (한다)
젬마 : 은하야 너 뭐 먹고 싶니? (그러다가 좋아서 웃는) 내가 만든게 그렇게 먹고 싶어? 알았어. 아무 때나 와도 돼.
사람들 신경 쓰지마. 여긴 니네들 집이야. (하다가) 음.. 7시부터 청년회 모임이니까 정 그럼 그 시간을 피하던가.
마리아 : 수녀님!!!! (하는)
젬마 : (표정)
씬/32 은하의 방 (저녁)
전화 할 때와는 다른 단호한 표정. 짐들을 정리하는 은하.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는 은하.
은하 : 네.. 네 저예요. 조은하. 네 장기 입원 할겁니다. 이름은 다른 걸로 해주세요. 누군가 찾을 지도 몰라서 그래요. (한다)
하는데 벨소리.
은하 : 다시 걸겠습니다.
하고 누구시죠? 하면서 문을 여는데 .. 들어오는 경은.
은하 : 선생님... (한다)
경은 : (은하를 보지도 못하고 들어오는 그러다 짐을 보는)
은하 : 아, (가리는) 아... 저기 잠시 머리 식히러 여행을 가려고 해요. (돌아보며 웃는) 저 병원도 관뒀잖아요. 그래서...
(얼른 치운다 그러면서) 선생님 앉으세요. 여긴 처음이시죠. 앉으세요 차 드릴게요.. (주방으로 가는데)
경은 : ..또 몰래 도망갈 거니?
은하 : ! (본다)
경은 : (은하의 손을 끌어 당겨 잡는다)
은하 : 선생님.
경은 : (운다)
은하 : ... 아셨군요... 그렇잖아도 선생님께 말씀 드리려고 했어요. 부탁이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은 뵙고 가려고 했어요.
경은, 그저 울어준다. 은하 울고 경은, 은하를 안고 우는 모습.
경은과 은하 차 한잔을 놓고 진정하고 앉아 있는 모습. 은하는 담담하게 울지 않으려 노력한다.
은하 :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경은 : (눈물 닦으며 단호한) 안돼...안돼.. 난 도와줄 수 없다. 아무리 그 애들을 위한 최선이라도 난 싫어.
다시 너를 다시 외롭게 혼자는 못 보내.
은하 : ...두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예요. 저를 위해서예요. 절 위해서... 선생님이 감당해주세요. 갈 곳도 마련했어요.
저 떠나구..선생님이 두 사람 포기시켜 주세요.
경은 : 안돼! 또 니가 참으려구? 이번에도 니가 참고 다 떠 안으려구? 그렇게 도망가려구? 안 된다. 못 간다.
은하 : 선생님!
경은 : 세상에.. 니가 무슨 잘못을 했다구.. 그저 참는 것 밖에는 모르는 아이에게 그렇게 많은 슬픔 다 겪게 하셨으면 됐지
그 위에 또 그런 병에 걸리게 하시다니 무심하시지.. 어떻게 너한테 그런 병을 주시니..
은하 : .... 선생님... (울음 나오는데 억지로 수습한다) 선생님... 선생님이.. 절 좀 봐주세요. 이곳 있으면 저 그럼 어떡해요..
안드레아의 앞길도 막아 버리고 우진이도 아무것도 못하게 죽을 때까지 제 옆만 지키게 하면서...
두 사람 다 불행하게 만들고 저 불행해서 어떡해요.
경은 : (울면서)
은하 : 아시잖아요... 선생님은 그 마음.. 아시잖아요... 제가 만약 안드레아를 잃는다면...옆에서 죽을 때까지 지켜본다면...
저는 아마 지금보다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러니 그거 저 안드레아한테 겪게 하고싶지 않아요. 싫어요..
그냥 도망가게 해주세요 네?
경은과 은하 잠시 그렇게. 경은, 가만히 은하를 끌어당겨 안아준다.
경은 : 모두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널 성당에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혼자 도망가진 않아도 됐을텐데.
은하 : (표정) ... 아니요 선생님...아니요. 그걸 제일 감사드려요 .. 그 동안 저 얼마나 행복했는데요.. 고맙습니다.
씬/33 성당 외경 (밤)
씬/34 사택 주방 (밤)
베드로신부와 젬마수녀. 그리고 마리아 아줌마 안드레아 은하가 모여서 저녁을 먹는.
식사 기도를 마치고 잠시 더 기도하는 안드레아. 그런 안드레아를 보는 은하. 마음이 아프다.
씬/35 성당 일각 (밤)
걷고 있는 안드레아와 은하. 서로 다정하게 장난도 치고 그러면서. 은하 언뜻 언뜻 안드레아의 모습을 올려 다본다.
안드레아와 은하 두 사람 걷고 있는. 안드레아 은하의 손을 잡는다. 조금 어색한 두 사람.
안드레아 : 흠... (헛기침)
은하 : (보고 피식 웃으며 짐짓 빼려고 하면)
안드레아 : 빼지마라. 오늘만 봐줘. (그러다가) 약속 하자. (은하 흘낏) 너... 좋아하는 거 나도 한번 해 보려구.
은하 : (짐짓 웃는) ...어 그래?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줄 알아?
안드레아 : 약속하자! (본다) 어디로 도망가 버리지 말아라.
은하 : (덜컥)
안드레아 : ... 약속 안 해 줘?
은하 : .....(끄덕) 그래 약속 해...
안드레아 : 그리고 이 모습 그대로 한달 뒤에 나를 마중 나와 줘.
은하 : ....(표정) ...그래....
안드레아 : ... 그리고 다시 만나면 쭉 행복해지자. 웃기만 하자.
은하 : ... 그래. (한마디씩) 우리 다시 만나면. (그러다가 반짝 웃는) 너도 약속해 줘.
안드레아 : 또?
은하 : 그래 또. 안드레아.... 우리 그래도 지금까지 슬프고 힘들었던 때보다 좋았던 행복했던 때가 더 많았지?
안드레아 : 그래.
은하 : 그래도 혹시 지금껏 내가 널 슬프게 한일이 있다면 그거 다 잊어 줘.
안드레아 : (멈춰 서서 본다) ...음 기억.. 안 나는데? (미소)
은하 : 그래 고마워. 그리고...하나 더 약속해 줄래? (한다) 니가 나한테 했던 말들도 다 잊어.
니가 했던 말들 내가 싫다고 밉다고 실증난다고.. 그렇게 나한테 심하게 말했던 거.
안드레아 : ...정말 미안해.
은하 : 아니. 아니야.. 나는 다 잊었어. 그리고 그 말이 전부 다 날 사랑한다는 말이었던 거 니가 마음 아파서 했던 말인 거
나 다 알고 있었어. 그러니 절대로 후회하지 마. 마음아파 하지마.
(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니 마음 다 알고 있었다는거 잊지마. (웃어 보인다) 약속해 줄 거지?
안드레아 : 그래.
은하 : (웃는) 이제 ...나 한번만 ...안아줄래?
안드레아 조용히 은하를 안아 주는 표정. 은하, 안겨 있는 표정. 눈물 날 것 같은 모습으로.
씬/36 성당 앞 (아침)
떠나는 안드레아. 배웅하고 있는 은하. 돌아서서 웃으며 손 흔드는 안드레아. 은하 손을 흔들어 준다.
걸어가는 안드레아의 뒷모습을 오래 오래도록 모습이 멀리로 사라지도록 바라보는 은하. 눈물을 가득 담고 본다.
씬/37 은하의 원룸 (낮)
깨끗하게 정리 된 방안. 가방을 들고나서는 은하. 전화벨이 울린다. 돌아보는 은하. 엔설링으로 넘어가면.
우진 : (소리) 지금 출발했어 은하야. 집에 없구나. 동해안 쪽에 있는 요양원이라는데 가보고 얘기해 줄게.
내일 모레쯤 돌아 올 거야. 나중에 보자.
우진의 소리를 뒤로하고 가방을 들고 나서는 은하.
씬/38 편지 몽타쥬
(화면들 사이 사이로. 다시 만나서 다시 사랑 때문에 얽혔던 세 사람의 모습들이 보여진다.)
우진, 운전을 해서 고속 도로를 달리는.
은하, 원룸 앞에서 걸어 나가는. 편지 두통을 집어 넣는 은하.
수도회 외경 - 수도복을 갈이 입고 기도를 하는 안드레아.
우진 요양원의 시설을 둘러 보는 표정.
요양원 사무실 - 이야기를 나누는 우진과 원장.
안드레아 자기 방에서 기도를 드린다. 방으로 편지가 배달되어 온다.
우진 들어오는 표정. 책상 위에 놓여진 편지를 보는 우진. 우진 편지를 확 구기는.
산책길에서 편지를 읽는 안드레아. 안드레아의 표정. 안드레아 돌아서 뛰기 시작한다.
은하 : (소리) 안드레아... 많이 놀랬니? 내가 약속도 지키지 않고 도망을 가서 너는 화가 많이 났겠지?
난 의사로서 의료 봉사를 하기 위해서 다시 남미로 떠나기로 결정했어. 결정이 쉬운 건 아니었어. 그러나 처음부터
너는 다시 신부님으로 나는 다시 내가 원하던 삶으로 그렇게 갈라지는게 우리 이번 인생에 주어졌던 몫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넌 지금부터 어쩌면 나를 많이 원망하고 미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렇게 나를 잊어줘.
용기가 없던 날 그렇게 욕하면서 잊어줘. 그렇지만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선 가끔은 드문 드문 나를 생각은 해줄래?
행복했던 기억들만 골라서 아주 가끔 생각만 해줘. 어딘가 씩씩하게 살아 있을 거라.. 그렇게 생각은 해줘.
이 정도의 욕심은... 그분께서도 허락하시겠지? 안녕.. 나의...나의.. 우진아..
씬/39 은하의 원룸 앞 (낮)
거칠게 주차하는 우진. 그리고 차에서 내려서 오피스텔로 뛰어 들어간다.
씬/40 은하의 원룸 (낮)
들어오는 우진. 보면 경은이 앉아 있다. 우진 !
우진 : ...어머니.. 어머니가 왜 여기 계신 거예요?
경은 : 안드레아하고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진 : ....어머니가 ...왜요? (하다가) .. 은하는요!
경은 : 은하는... 떠났다.
우진 : (표정) !
경은 : 그 아인 떠났어.
우진 : ... ! 어머닌 먼저 알고 계셨어요? 알고 계셨군요. 은하가 떠나려고 하는걸 알고 계셨어요.
경은 : 그래 알고 있었어. 내가 준비해 줬다.
우진 : 말도 안되요... 은하가 어떤 상태인지 어머니 아시잖아요! 그런데 보내셨단 말이예요?
경은 : (표정)
우진 : 어머니! (하다가) 정말 은하가 남미로 다시 떠난 건가요?
경은 : 그래.
우진 : 어머니! (하는데)
경은 : (표정 그러다가) ! 안드레아.. (하는 문을 본다)
우진 : (돌아보면) !
안드레아 : .... (보고 있는 모습)
경은과 우진 돌아본다. 안드레아가 보고 있다. 안드레아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경은 : 안드레아.
안드레아 : 은하는 어딨나요? (손에 쥔 편지) 편지를 받았어요. 은하가... 남미로 가겠다고 한 이 말이 사실인가요?
경은 : 그래.. 오늘 아침에 떠났다.
안드레아 : (몇발자국 다가온다) .. 그럴리가요. 저랑 약속했어요. 기다려 주겠다고. 그러니 이건 사실일리가 없어요.
우진 : (확 안드레아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는다)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라구!
안드레아 : (표정) !
우진 : 널 돌려보내기 위해서 희생한 거야. 그 잘난 너의 신에게 널 돌려 보내기 위해서! 은하가! 너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
널 편하게 살게 하기 위해서.. 희생한거란 말이다.
안드레아 : (흔들리며 본다)
우진 : 은하는... 은하는... ! (하지만 결국은 말 못하고)
경은 : 그만해! 그만해라 우진아. (하는)
우진 : (본다 보다가 결국은 확 멱살을 풀고)
경은 : 그만들 해.
안드레아 : (멍하게 보는) 나 때문이라구?
우진 : (외면한다)
경은 : 아니야 안드레아. 이 모든 건 나 때문이다. 내가 했어. 너희 둘이 더 이상 싸우는걸 보고 싶지 않아서 내가 보냈다.
너희 둘 사이에서 은하도 괴로워했으니까...
안드레아 : (계속) 나 때문이란 게 무슨 뜻인가요?
경은 : (본다)
안드레아 : 은하에게 제가 모르는 다른 일이 생긴건가요?!
우진 : !
경은 : ...! (그러다가) 그게 아니다. 은하는 니가 가진 사명을 나눠 가지고 싶지 않다고 했어. 그 짐이 두렵고 무섭다고 했어.
그러니 제발 니가 자길 잊어버리라고 했어. 자길 욕하라고.. 자길 미워하라고 그렇게 말했다.
우진 :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은하는 희생한거예요!
경은 : 우진아! (보는 표정)
우진 : 어떻게 이렇게까지.. 어머닌..은하는.. 안드레아 뿐인가요.
안드레아 : (표정)
경은 : 그래 내가 이기적이야. 엄마는 안드레아, 그리고 우진이 너희 둘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엄마를 미워해라.
그리고 은하를 잊어. 둘다... 잊어. 그게 은하가 바라는 일이야. 너희 둘이 은하를 잊어 주는거.
경은 심호흡... 진정하고 가방을 찾아들고 비틀 비틀거리며 장승처럼 서 있는 두 남자 사이를 비틀거리며 나선다.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서 있는 우진과 안드레아. 이윽고 우진이 돌아선다.
씬/41 우진의 차안 (낮)
주차장에 서 있다. 우진, 차에 탄다. 그리고 앉아서 그렇게 한참을 그러다가 이윽고 마구 핸들을 내려치는 표정.
씬/42 몽타쥬 (낮)
원룸에서의 안드레아 멍하게 혼자 서 있다.
사라지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문이 열리자 들어가는 사람들 사이에 멍하게 서 있는 안드레아.
사라지면 길가 걸어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만 히 서있는 안드레아.
갑자기 한 두 방울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 한다. 거리의 사람들 엇 하고 다들 피하는데
서 있는 안드레아 그대로 비를 의식하지 못 하고 서 있는. 사라진다.
씬/43 서재 (오후)
쏟아지는 빗소리. 오랜만에 말짱한 정박사가 안경을 쓰고 뭔가에 열중해 있다. 은하의 기록을 보면서 뭔가 열심히 적고있다.
수술에 필요한 자료들. 그리고 수술 소견서. 등등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모습 기록들을 꽤 된다.
그것을 파일에 담아 놓는 정박사. 현관문 소리가 들린다.
아줌마 : (소리) 어이구 사모님 이렇게 비를 맞으시고. 세상에.
정박사 : ?
씬/44 경은의 방 (오후)
빗소리가 요란하다. 경은 비틀거리며 침대에 와서 앉는. 유리가 수건을 가지고 와서 경은의 물기를 닦아주는 표정.
정박사가 들어온다.
유리 : (아빠 엄마가 이상하세요?)
정박사 : (넋이 나간 경은을 보는)
경은 : (울기 시작한다)
유리 : (! 확 경은을 끌어 안는 걱정되서 어쩔줄 모르는)
정박사 : (유리를 떼어 낸다) 유리야 잠시 비켜 주겠니? 니 엄마와 할 얘기가 있다.
유리 : (보는 표정) (저도 같이 있으면 안되요?)
정박사 : 정말로 중요한 얘기야. 얘기 끝나면 아빠가 부를게.
유리 표정. 엎드려 소리 죽이며 울고 있는 경은.
씬/45 거실 (오후)
유리 걱정스레 경은의 방에서 걸어 나오는데. 들어오는 우진. 핏기가 가신 얼굴이다.
유리 우진에게 달려 든다.
유리 : (오빠 큰일났어 엄마가 막 우셔. 걱정되서 죽겠어. 무슨일일까)
우진 : (.....지금 뭐하시는데?)
유리 : (아빠랑 얘기 중이셔. 아빠가 하실 말씀이 있으시데. 정말로 중요한 얘기라 나는 들으면 안된데)
우진 : (표정) (알았어 너는 걱정하지 말고 가자 방에 가 있어)
유리를 달래듯 웃어주고 이층으로 보낸다. 우진, 경은방쪽을 바라보다가 이층으로 돌아서는데 돌아서다 멈칫. 멈춰선다.
확 경은방쪽을 돌아보는 우진.
씬/46 경은의 방 (오후)
울고 있는 경은에게 휴지를 가져다 주는 정박사.
경은 : (진정하려고 애쓴다 애를 쓰는)
정박사 : (바라 본다)
경은 : 여보... 여보.. 내 죄가 너무 커요. 나는 끝까지 이기적이었어요. 죽어가는 은하를 보냈어요. 내 아이들을 안드레아와 우진이
그애들을 조금 덜 아프게 하자구 은하를 그냥 혼자 죽어가게 만든 거예요. 내 아이조차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괴롭혀 왔으면서.
다 내 죄예요. 아... 은하가 왜 그 벌을 내 대신 받아야 하나요. 벌 받을 사람은 난데... 왜 은하가 죽어야 하죠? 내 잘 못인데...
진수씨를 잃은 아픔에서 도망치려고 나는 아들을 버렸어요. 내 죄는 그때 부터였어요.. 용서 받을 수 없어요.. (흐느끼는데)
정박사, 같이 흐느낀다. 흐느끼며 주저앉아 무릎을 꿇는 정박사.
정박사 : 당신 잘못이 아니야. 당신 탓이 아니야. 내 죄야. 용서해 줘.. 제발 나를 용서해줘. 여보...
경은 : (본다) !
정박사 : (운다) 용서해 줘...
경은 : 여보....
정박사 : 진수를 밀고한 건 나였어.
경은 : !!
정박사 : 그때... 진수가 숨어 있던 곳을 당신만이 아니라 나도 알고 있었어. 그놈은 그렇게 나를 믿었었어. 고문 때문이었다지만...
나는 그때 당신을 차지한 그놈이 미웠어. 진수가 미웠어. 그래서 밀고했어. 그렇지만 그렇게 죽을줄은.. 진수 그놈 하고 난..
형제나 다름없었는데 그렇게...그렇게나... 좋아했었는데..좋아했어.. 평생을 ... 그놈을 등에 지고 살았어. (우는 모습)
씬/47 경은의 방 문 밖 (오후)
듣고 있는 우진의 표정. 모든 에너지란 에너지는 다 빠져 나간 듯.
씬/48 서재 (오후)
정박사 외출복 차림으로 앉아 있다. 정박사 괴로워서 머리 감싸고 있는. 그걸 문가에 서서 보고 있는 우진.
우진 : (방 문 앞에 선 채로) 역시 아버지 다우시군요.
정박사 : (우진을 차마 바라보지는 못하고) ...
우진 : 결국 저와 어머니 사이의 인연까지 끊어버리시는군요. 그 긴긴 시간 동안 아버지의 죄를 나눠지게 했잖아요.
그래서 전 형제가 될 수도 있었던 친구를 잃었어요.. 그놈과 함께 저 자신도 잃었어요.
정박사 : 내가 할 수만 있다면 ... 그 시간을 돌리고 싶다.
우진 : (잠시 그러다가) 고맙습니다. 제게 남은 연민 한 조각도 다 가져가 주셔서요. 이젠 전 그저 아버질 미워하기만 하면 되겠군요.
(하는데)
정박사 :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우진 : ...?
정박사 : (나서는)
우진 : .. 어딜 가시는 거예요? 지금 어딜 가시려 구요?
정박사 : 안드레아에게 간다. 그애에게 가서 마지막 용서를 빌고 싶구나.
우진 : 아버지!!
정박사 : 놔라. 말리지마. 용서를 빌어야해. 이게 내게 남은 마지막 기회다. 마지막이야. (나가 버린다)
우진 : (괴로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기분)
씬/49 거리 외경 (저녁)
휘 몰아치고 있는 폭우.
씬/50 성당 안 (저녁)
성당안에 앉아 있는 안드레아. 문이 삐걱 열린다. 안드레아 돌아보면. 정박사가 들어오고 있다.
정박사 안드레아와 마주 보는 표정.
안드레아 : 교수님.. 여긴 웬일이십니까.
정박사, 걸어온다. 걸어와서 안드레아 앞에 꿇어앉는.
안드레아 : ?!
정박사 : 수사님... 고해성사를 부탁드립니다.
안드레아 : 교수님.
정박사 : 고해를 하게 해주세요.
안드레아 : (표정) 저는... 이미 성직자가 아닙니다. (지나치려면)
정박사 : (꽉 안드레아의 옷을 잡는)
안드레아 : (돌아본다)
정박사 : 나한테는 이게 마지막 기횝니다. 마지막입니다. 우진 에미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제가 받아야 할 벌로
친구의 아들과 제 처자식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부정한 질투로 친구를 죽인 저의 죄 때문입니다.
안드레아 : ?!
정박사 : (떨린다) 진수를 죽인 건 바로 접니다.
안드레아 : (충격)
정박사 : (눈물 범벅으로 본다) 우진아.. 네 아버지를 죽인건 바로 나다. 바로 나였다. 친구를 밀고해서 죽였어.
그러니 이 모든 건 내 잘못이야. 니 어머니와 널 떼어 놓은 것도.. 내 아들이 널 해치게 만든 것도 다 내 죄 때문이였어.
그러니.. 네 어머니를 용서해 다오.. 내 아들을 용서해 다오.
안드레아 : (충격)
정박사 : (안드레아의 발 밑에 무너지듯) 제발 ... 이 괴로움에서 날 벗어나게 해다오. 내 죄를 용서해 줄 사람은 너 밖에는 없다.
안드레아 : (충격으로 멍하게 서있는)
정박사 : 제발... 용서해 줘. (하며 잡으려는데)
안드레아, 멈칫 뒤로 물러난다.
정박사 : .... (보는 표정) 나를 용서해 줄수 없겠니?
안드레아, 부들 부들 떨면서 몇발자국 물러 난다. 물러나는 안드레아.
안드레아 : 나는 ..이제 사제가 아닙니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당신을 용서할 수 ... 없어요. 용서 할 수 없어요.
확 돌아서서 뛰어 나가는 안드레아. 정박사 엎드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
씬/51 우진의 집 경은의 방 (저녁)
경은, 돌아누워 있는. 유리, 경은을 걱정스레 보는 표정.
씬/52 우진의 방 (저녁)
우진, 침대에 망연히 기대 앉아있는 표정. 빗소리.
씬/53 A/V 룸 (저녁)
빗소리. 예의 영화가 틀어져 있고 레인코트 차림 그대로 앉아있는 정박사. 정박사 앞에 놓여진 술한잔.
그리고 천천히 카메라 정면으로 돌아가면 걷어 올려진 팔뚝에 고무줄이 묶여 있다. 아래에 뒹굴고 있는 주사기와 주사 약.
영화가 끊임없이 흘러간다.
씬/54 안드레아의 방 (저녁)
안드레아 충혈된 눈으로 앉아 있는. 안드레아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십자가를 본다.
안드레아 십자가를 쥐어 본다. 꽉 힘이 들어가는. 괴로운.
안드레아 : (소리) 도대체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시는 겁니까!
씬/55 요양원 병실 (저녁)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올라가는 은하. 담담한 표정. 그러다가 앞에 벽에 걸린 십자가를 본다. 기도하는.
은하 십자가를 바라보는.
은하 : 하느님.. 제발... 그 사람을 안드레아를 돌봐주세요. (눈물 한방울이 굴러 떨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