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소의 구조와 명칭
묘소(산소)는 사자(死者)의 공간으로 풍수에서는 산 사람의 집인 양택과 대비해 음택(陰宅)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 묘소는 봉분과 날개 모양을 갖추고 있는 등 다른 나라와 달리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독특한 모습에는 나름의 까닭과 이유가 있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묘소의 조형성을 살펴본다.
조선시대에는 능(陵)·원(園)·묘(墓)를 구분했다. '능'은 왕이나 왕비의 무덤, 그리고 '원'은 세자·세자비·종실 무덤에 대한 호칭이다. 반면 묘 혹은 묘소는 일반 백성들의 무덤을 가리켰다.
신문 지상에 가끔 등장하는 총(塚)과 분(墳)은 문화재와 관련된 용어이다. '총'은 옛무덤 가운데 특이한 유물이 출토된 경우에 붙여지게 된다. 경주 금관총은 금관, 천마총은 천마도가 출토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에 비해 '분'은 특별한 유물이 출토되지 않음 무덤으로, 지역명을 따서 'OO동 고분' 식으로 작명해 오고 있다. 가령 '경주 황성동 고분'과 같은 사례가 된다.
왕릉이나 사대부의 무덤과 달리 보통 사람의 무덤인 묘소는 대략 봉분(封墳), 입수도두(入首到頭), 용미(龍尾), 사성(莎城 혹은 토성), 계절(階節), 배계절(拜階節), 순전(脣前) 등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모두 풍수적인 의미를 지닌 것들로, 나름의 풍수 내지 종교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묘소의 구조와 명칭을 살펴보자.
입수도두(入首到頭)
묘역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공간으로, 사람의 얼굴로 치면 이마에 해당한다. 풍수에서는 산천 정기의 기(氣)가 이곳에 모였다가 날개 모양의 선익으로 전달된다고 보고 있다.
사성(莎城) 또는 선익(蟬翼)
묘소의 뒤와 좌우를 병풍처럼 나지막하게 흙으로 둘러쌓은 성루로. ‘잔디의 성’이라는 뜻으로 사성(莎城)이라 하며 속칭으로 토성(土城)이라 한다. 사성은 혈의 기운이 좌우로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단단할수록 좋다. 또 '매미의 날개'라는 뜻으로 선익으로도 불린다.
봉분(封墳)
풍수상 혈(穴)에 해당한다. 봉분이 큰 함지박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있는 것은 주변과 묘지를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달리 분상(墳上)이라고도 부른다.
용미(龍尾)
봉분 뒤의 꼬리 모양을 일컫는다. 용미는 입수도두의 기를 혈(봉분)로 연결시키는 기능을 지닌다. 그리고 토목적으로는 빗물을 좌우로 양분, 봉분을 보호하고 있다.
계절(階節)
무덤 주위의 평평한 공간으로 달리 '지절' 혹은 '제절' 이라고도 한다. 계절은 망자의 공간이다. 따라서 망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상석, 망주석, 표석, 혼유석 등이 위치하게 된다. 계절은 봉분이 앞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계절 끝부분을 화강암이나 자연석으로 계단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배계절(拜階節)
계절보다 얕은 곳으로서 이곳은 산 사람이 위치하는 공간이다. 배계절은 역시 평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자손들이 절하는 공간임이 감안됐다.
순전(脣前)
묘역 배계절 앞의 내리바지 언덕을 일컫는다. 뒷부분보다 경사가 급한 것이 특징이다. 달리 여기맥(餘氣脈)이라고 부르고 있고, 이는 혈을 만들고 남은 기운이 빠져 나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순전을 가파르게 만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상석(床石)
묘소 앞에 제물을 차려 놓기 위해 네모난 돌로 만들어 놓은 상을 말하며, 상돌, 석상(石床)이라고도 한다.
혼유석(魂遊石)
상석(床石)과 무덤 사이에 놓는 긴네모꼴의 돌로서 영혼(靈魂)이 나와서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제물을 흠향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성묘를 가게 되면 상석에 여러 제몰을 올려놓게 된다. 따라서 상석이 혼령의 밥상이라면 혼유석은 방석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향로석(香爐石)
향을 피어 사악한 기운이나 벌레를 물리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준석(樽石)
묘제 때 술통이나 술병을 올려놓기 위하여 향로석 우측에 설치하는 납작한 돌.
고석(鼓石)
묘소 앞의 상석 앞을 고이는 돌. 북 모양으로 생긴 둥근 돌로서 이를 북석이라고도 한다.
걸방석(-石)
묘소의 상석 뒤를 고이는 긴 돌.
망주석(望柱石)
묘의 위치를 알려주고 멀리서도 식별해주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통일신라 때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석물로, 후대로 올수록 장엄미가 더해졌다. 조선시대에는 다람쥐 상이 많이 조각됐고 그 모습도 하나는 위로, 또 다른 망주석은 아래를 향하고 있다. 한쪽 다람쥐는 촛불을 켜기 위해 올라가는 것이고 다른 쪽은 끄고 내려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불교에서 흰 쥐와 검은 쥐는 각각 낮과 밤을 상징한다. 불교적 상징이 무덤에 영향을 준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묘소의 기가 민첩한 다람쥐처럼 빨리 순환하라는 바람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동자석(童子石)
조선시대 16-18세기의 특정 기간에만 존재했던 묘지 석물이었다. 조선시대 지배층이 묘역에 동자석을 설치한 이유는 죽어서도 동자의 시중을 받기위함이었다. 동자석은 본래 불교문화에서 유입됐다. 따라서 등장 초기에는 연꽃을 꽂을 수 있도록 동자의 양손이 모아진 부분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그러나 후대로 올수록 유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연화(蓮花)대신 신하들이 드는 홀(笏)이 조각됐다. 머리 모양도 초기에는 쌍상투였으나 후대로 오면 유교식 관모를 쓰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동자석은 18세기 이후 묘역에서 사라졌다. 동자석은 기능이 문인석과 비슷하나 크기는 상대적으로 왜소한 것이 그 이유였다. 근래들어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를 설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묘표(墓表)
고인(故人)의 품계, 벼슬, 이름 또는 사적과 덕행을 기리는 내용을 적어 묘소 앞에 세우는 푯돌로서 표석(表石)이라고도 한다.
비갈(碑碣)
비(碑)와 갈(碣)을 말한다. 여기서 비(碑)는 고인(故人)의 업적이나 사실을 길이 전하려고 돌에 글을 새겨 세워 놓은 것이고, 갈(碣)은 비개석(碑蓋石)을 얹지 않고 머리를 둥그스름하게 만든 작은 비석을 말한다.
비석(碑石)은 일반적으로 비문(碑文)을 새기는 중간 부분인 비신(碑身), 비신 위에 덮는 비개석[碑蓋石, 가첨석(加檐石)이라고도 한다], 비신을 바치고 있는 하부의 대석(臺石, 받침돌)으로 이루어진다.
묘소에는 머리가 둥그런 묘갈(墓碣), 비개석이 있는 묘비(墓碑) 및 신도비(神道碑)가 세워진다. 비표(碑表)는 비신(碑身)의 앞면, 비음(碑陰)은 뒷면을 말한다. 종류로는 전통적인 용머리 비석, 갓비석, 평비석과 서구적인 빗선와비,일반와비 및 자연석 비석이 있다.
석등(石燈)
묘소 앞에 돌로 만들어 세운 등을 말하며, 장명등(長明燈) 또는 석등롱(石燈籠)이라고도 한다. 석등의 중대석 위에 있는 등불을 밝히는 부분인 화사석(火舍石), 석등을 밑에서 받치는 하대석(下臺石), 화사석과 하대석 사이의 기둥인 중대석으로 이루어지며, 화사석에는 석등의 불을 켜 놓기 위하여 뚫은 화창(火窓)이 있다.
호석(護石)
묘소의 봉분(封墳) 둘레에 설치하여 봉분을 보호하는 돌로서 둘레석이라고도 하며, 여기에는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의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이 새겨진다.
묘지(墓誌)
고인(故人)의 이름, 관작(官爵), 행적(行蹟), 자손의 이름, 생몰년월일, 묘지(墓地)의 주소 등을 새겨 관(棺, 널)과 함께 파묻는 돌이나 도판(陶板) 또는 거기에 새긴 글을 말한다. 지석(誌石)이라고도 한다.
묘소 앞에 세운 묘비(墓碑)와는 달리 오랜 풍우나 인위적(人爲的)인 변화를 막고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서 파묻는다. 묘지(墓誌)의 역사는 매우 길어 아주 오래된 것으로는 고대 이집트의 “사자의 서(書)”가 있다.
중국에서는 후한(後漢)시대부터 시작되어 육조(六朝), 수(隋), 당(唐)나라 때 가장 성행하였으며, 우리나라의 도입 시기는 분명하지 않으나 고려, 조선 시대에 성행하였다.
계체석(階砌石)
계절(階節) 끝에 놓은 장대석.
비명(碑銘)
비석에 새긴 글. 비문(碑文)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고인(故人)의 성명, 본관, 원적, 성품, 경력 등의 사적(事蹟)을 기술한 것이다. 신도비나 묘갈 등 비석 몸체 머리 부분에 전자(篆字:한문 글씨체의 일종)로 새기는 문자를 두전이라 하며, 비석 앞면에 새긴 문자를 표기(비표명), 뒷면에 새긴 문자를 음기(비음명)라고 한다.
비신(碑身)
비석에서 비두와 대석을 제외한 비문을 새긴 몸체 부분. 재료는 대리석(옥석), 애석, 오석, 화강석 등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