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통합, 전공은 융합… 1000억 내건 혁신
정부가 혁신 지방대 한 학교당 5년간 1000억원씩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예비 지정 평가에 총 15개 대학이 선정됐다. 공동 신청한 4곳과 단독 신청한 11곳 등으로, 교육부는 2차 평가를 거쳐 이 중 10곳을 최종 선정한다. 과감한 문호 개방과 학과 폐지가 대학 혁신의 첫걸음이라는 취지에 맞게 이번에 1차 관문을 통과한 대학들은 통합과 융합, 특성화 등을 앞세워 파격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제공: 조선일보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신청한 지방대 108곳 중 지역별로 강원권은 3곳(강원대·강릉원주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한림대), 충청권은 2곳(순천향대, 충북대·한국교통대), 영남권은 7곳(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인제대, 포스텍, 한동대), 호남권은 3곳(순천대, 전남대, 전북대)이 선정됐다. 전체 15곳 중 국립대가 8곳, 사립대가 7곳이었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 국공립대 4곳은 모두 학교 간 벽을 허물고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중등 및 초등 교원을 각각 양성하는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통합을 통해 초등부터 고교 과정까지 아우르는 ‘종합 교원 양성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예비 교원 전원이 미래 4차 산업혁명 교육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한다는 계획이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일반 4년제 국립대와 공립 전문대가 통합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두 대학이 전공 제한 없이 학생을 모집한 뒤 학생 스스로 전공과 적합한 학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총정원도 300명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강릉대와 강릉원주대는 강릉·춘천·원주·삼척 등 지역적으로 떨어진 캠퍼스를 통합 운영하는 초광역 ‘1도 1국립대’를 모델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는 완전히 하나의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통합 계획을 밝힌 대학이 27곳에 달했지만, 4곳만 선정한 것과 관련,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학적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의 실질적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학 변화의 걸림돌이 되어온 학과와 학년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겠다는 대학도 다수 선정됐다. 순천향대는 의대를 제외한 단과대 10개 아래 50개로 나뉜 현행 전공 체제를 폐지하고, 학생들을 4개 학제별로 선발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5년제 학·석사 과정, 단기 집중형 3년제 학사 과정 등 자신이 원하는 학사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한동대는 학부 14개를 통합하는 ‘원 칼리지 대학’ 모델을 제안했다. 학생들이 학부나 전공 없이 입학하고 원하는 진로에 맞는 수업을 자유롭게 골라 수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림대는 ‘인공지능(AI) 교수’를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단순한 지식·기능 전달은 AI 교수가 담당하고, 교수는 학생을 세세하게 코칭하는 멘토 역할에 힘을 쏟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어에 특화한 생성형 AI 모델과 관련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생 상담을 위한 챗봇도 개발할 예정이다. 경상대는 ‘우주항공방산 허브 대학’을 세부 학과로 나누지 않고 통합 운영해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선정된 대학 15곳은 9월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지역 산업체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서를 수립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글로컬 대학을 2026년까지 총 30개가량 선정해 5년간 학교당 1000억원씩 지원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되지 않은 대학이라도 설득력 있는 혁신 계획을 제출한 곳은 별도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