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일 봉행된 10.11범불자결집대회.ⓒ불교닷컴
총무원장 당선인 설정 스님 의혹과 편법 속 70% 지지로 조계종 실력 그대로 드러내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장자 종단’으로 불리는 대한불교조계종 신임 총무원장에 설정 스님이 당선됐다.
12일 치러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 자승 총무원장 체제의 지지를 받은 설정 스님은 70%가 넘는 지지율로 앞으로 4년간 종무 행정을 이끌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선거 전부터 선거판세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점에서 70%의 지지율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 불거진 설정 스님에 대한 각종 의혹은 소명되지 않았고,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부터 각종 편법이 설쳤지만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한 선거관리의 후진성 등을 감안하면 이번 지지율은 딱 그만큼의 조계종의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
적폐청산 외쳐온 사부대중 목소리 범불자 결집대회 개최에도 공허해 자승의 집권 8년 동안 계율은 유린
적폐청산을 외쳐온 많은 뜻있는 스님과 불자, 시민사회단체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선거 전날인 11일 열린 범불자 결집 대회에는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만,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 못했다.
연임을 통해 8년간 조계종단 행정을 이끈 자승 원장의 경우 불교계 적폐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많은 질타를 받았다.
자승체제에서는 은처승 대처가 흐지부지 되면서 조계종단의 근본 계율은 철저하게 유린됐다. 권력집단에 빌붙어 종단운영의 개혁을 외친 명진 스님을 내쫓으면서 스스로 적폐세력임을 자인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불교계 언론을 ‘해종’이라는 ‘악마화’로 치환시켜 종도들을 호도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됐던 국정농단 방식이 자승체제에서도 고스란히 답습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끝장 자승 체제는 촛불법회에도 연장돼 불자들 불법 대신 장삼자락 매달려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에 의해 끝장났지만, 자승 체제는 촛불법회에 의해 중단되지 않고 다시 4년을 이어가게 됐다.
대한민국 사회는 적폐청산의 깃발을 높이 들고 새로운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고 있지만, 불교계, 특히 조계종단은 여전히 적폐 세력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됐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깨어났지만, 많은 불자들은 여전히 부처의 법 대신 스님의 장삼자락을 붙잡는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가 불교계 내부 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까닭은 불교계의 적폐 청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과 새로운 시민 사회 지향이라는 도도한 물결 속에 불교계 홀로 다른 지류를 선택했다. 많은 불자들이 ‘깨어있는 시민’이기보다는 ‘선한 불자’를 택한 것이다.
선택은 순간이나 불교는 암흑시대로 불자 300만 더 나락으로 떨어질텐가 조계종 원로회의 나서 종단 구할 때
부처님은 열반하면서 법에 의지하라고 가르쳤지만, 불자들은 ‘스님의 말씀’을 붙잡고 늘어져 불교가 처한 위기상황을 외면한 것이다.
자승체제가 시작된 이후 수많은 불자들이 조계종을 떠났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그 숫자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단을 떠난 불자들을 다시 부처님 곁으로 데려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조계종단으로서는 그동안 적폐세력과 연계된 불명예를 회복하고 사회적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으로 인해 한국 불교는 다시 4년 동안의 암흑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부처님은 이 정도 위기에 만족하지 못한 채 한국 불교를 얼마나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싶었던 것일까.
조계종은 18일 원로회의를 열어 총무원장 선거 결과를 최종 추인하게 된다. 불자들의 신망을 받는 선사들이 모인 원로회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원로회의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조계종이 더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종단의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다.
원로회의는 다른 무엇보다 조계종의 근본 계율을 범한 의혹이 사실 여부인지를 따져야 한다. 원로회의가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그동안 불거진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거쳐 최종 선거 결과를 추인해야 한다. 그것이 조계종단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의 불씨다.
한국 불교계는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시대를 직시하고, 그 시대를 선도하지 못할망정 뒤처지지 않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말법시대를 스스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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