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메일
  • |
 
카페 프로필 이미지
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떠나보내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권종상 추천 0 조회 110 09.09.09 03:23 댓글 25
게시글 본문내용

이제 여름이 모두 가 버린 듯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벌써 한기가 찾아들고, 아내는 어젯밤엔 벽난로를 다시 켤까 하고 물어봐 왔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1년이 이리도 빨리 흐르지 하고 다시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큰 눈 와서 고생하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지금이 벌써 9월 초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는 때라는 것이 참 말도 안 되게까지 느껴집니다.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더니, 이게 바로 그 소리인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점점 어른이 되기보다는 그냥 '현재에 머물러 있고 싶다'고 생각해본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먹은 것을 티내는 중인지, 이 시간의 흐름에 나를 내 맡기는 것이 참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입니다. 미국에 와서 산 시간과 우리나라에서 산 시간이 거의 같아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번 여름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긴 저는 여름아이. 언제나 여름은 제게 즐거움을 주는 계절이지만, 올해는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 봤던 때문인지, 더더욱 제겐 뿌듯한 여름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했던 와이너리 여행은 제 여름을 빛내 주었고, 포도밭의 정서는 아직도 가끔씩 저를 아련한 기분으로 만들어줌과 동시에, 언젠가 시간 나면 또다시 찾아가보리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상하게, 올 여름엔 스테이크 구워먹을 일도 많았습니다. 스테이크를 먹는다는 건 결국 와인을 마신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레드와인 한 잔 없는 스테이크? 이쪽 시쳇말로 '노 웨이' 입니다. 아무튼, 동서 형님과 처형이 우리집에서 저녁 먹자고 했던 날, 저는 뭘 먹고 싶은가 물어봤고 어쩐지 썰고 싶다는 처형의 말에 냉큼 고기를 준비했습니다. 형님의 생신이어서, 이래저래 하다보니 저희집에서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던 거지요. 얼른 뛰어나가 준비를 합니다. 불을 붙이고, 일단 발화 및 착화 과정이 끝나 차콜이 백열되는 순간엔 (정말 이젠 도사 다 됐다는 느낌입니다) 자연스레 야채부터 먼저 굽습니다. 처음에 불을 붙이고 나서 불이 완전히 붙을 시간동안, 저는 아내가 오이마사지를 해주어 얼굴에 얇게 썰은 오이를 붙이고 누워 있었습니다. -_-; 그러다가 천천히 불 옆으로 가서 야채를 올려놓고, 채소들이 모두 구워지고 나선 아이들이 좋아할 브라트부르스트 소시지를 구웠고, 그 다음에 준비했던 뉴욕 스테이크와 립아이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립아이는 가슴 뼈 부근의 살로 매우 부드럽고 연합니다. 물론 기름이 많은 탓도 있지만 그 부드러운 질감 때문에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사랑받지요. 하지만, 저는 뉴욕파(?)입니다. 구조 확실하고 튼튼한 와인이라면, 역시 질감 튼실한 뉴욕스테이크가 잘 어울려주지요. 그런데, 이날 꺼낸 두 병의 와인 중 한병은 스페인산의 프로토스 리베라 두오로 2006, 그리고 콜럼비아 크레스트에서 얼마 전에 출시한 '호스 헤븐 힐 (H3 라는 이름으로 불리웁니다. Horse Heaven Hills 의 머릿글자가 모두 H 라서) ' 의 2007 카버네 소비뇽입니다. H3 는 산도가 좀 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금방 안정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콜럼비아 크레스트는 이 와인을 자사의 그랜드 에스테이트와 리저브 사이에 자리매김하는 와인으로서 출시했습니다. 워낙 이노베이션이 강한 와이너리이지만, 특히 이 와인은 새로 AVA (프랑스의 아?라시옹 개념) 로 지정된 호스 헤븐 힐을 기념하며, 아마 동시에 이곳에 지금도 넓히고 있는 그 엄청난 넓이의 포도원의 품질 좋은 과일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서 이해됩니다. 느낌 좋은 카버네입니다.

형님과 제가 함께 감탄을 한 프로토스는 과일향이 앞섭니다. 템프라니요라고 들었는데, 제가 잘 가는 와인 샵인 '비노 베리떼'의 주인 탐과 데이빗이 동시에 추천해 준 녀석입니다. 리베라 델 두오로라는 이름 때문에 포르투갈 와인인 줄 알았는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계를 흐르는 강이어서 같은 이름의 와인이 두 나라에 모두 있다는 부차적인 설명을 듣고서야 머리를 끄덕끄덕했습니다. 가격도 그렇게 부담가지 않는 수준이어서 추천 받자마자 집어들었는데, 매우 즐거운 와인입니다. 탱탱하게 살아있다 싶은 과일향과 맛, 그리고 입안에서 즐겁게 굴러가는 질감. 스테이크와 즐거운 춤을 출 줄 아는 와인이다 싶습니다. 하긴, 제대로 익힌 비프스테이크라면, 어떤 레드와도 잘 가겠지요. 하지만, 이 와인은 정말 이 가격대(병당 $14) 와인 중에서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질감과 산도, 그리고 알콜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름은 이렇게 우리 옆에서 떠나가 버립니다. 또 하나의 여름을 보내고 나서의 소감은 조금 아쉽다는 것입니다. 그 아쉬움은 다행히 내가 해야 할 무엇을 못해서 갖는 아쉬움이 아니라, 이 여름이 조금 더 이렇게 풍성한 모습으로 길었으면 하는 감상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이 여름을 풍성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제 나름으로 생각했던 하고자 하는 일들을 모두 해 낸것 때문이기도 하고, 책 초고를 마무리지은 시원함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 지난번 방송 출연 이후 몇몇 출판사에서 제게 연락을 해 오기도 했었는데, 그중 한 군데와 결국 계약을 맺었고, 아마 10월 중순이면 책이 발매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책이 완전히 출판이 끝나면 여러분께 다시 알리겠지만... 큰 일 하나 완전히 끝내 놓은 저는 참 시원합니다. 하하.

 

 

아, 어느새 날 밝아옵니다. 출근해야겠군요.

 

 

시애틀에서...

 

 

 

 

 

 

 

 

 

 
다음검색
댓글
  • 09.09.09 09:20

    첫댓글 종상님의 와인 철학과 맛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입안에 침을 돋습니다....

  • 09.09.09 09:21

    또한 야채와 고기를 굽는 사진만 봐도 얼마나 맛있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나 상상이 갑니다...

  • 09.09.09 09:23

    떠나는 여름을 아쉬워 하며..함께 모여 즐겁게 음식을 나누는 행복한 가정의 일상이 넘 부럽습니다...

  • 09.09.09 18:18

    권종상님^^ ....가족들을 위해 만찬을...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는듯....

  • 09.09.09 18:21

    아리아리님^^...여행 하신 사진과 글....재밋게 잘보고 있슴다....하시는일 잘 되시길 빌며....

  • 09.09.10 00:05

    종상님의 사진과 글을 읽다 보면 전 와인을 잘 모르는데...어느새 내가 와인하고 괭장히 친해진 느낌이 들면서 입속에 침이 고이는데...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것인지??!!~~정말 알수가 없네요...

  • 09.09.10 00:05

    방개님!!~~감사합니다...

  • 09.09.10 00:12

    아리아리님^^ 지금 장춘은 새벽 기온이 차이가 심할듯...감기 조심하시구요 ^(^....

  • 09.09.10 17:33

    중국 정상회담~~~ ㅎ ><

  • 09.09.09 18:14

    음........꼴깍~!

  • 09.09.09 18:58

    음........꼴각~! 2

  • 09.09.10 00:02

    음........꼴깍~! 3

  • 09.09.10 07:47

    음........꼴까악~사~와

  • 09.09.10 17:33

    음...... 꼴깍~! 5 ㅋㅋㅋ ><

  • 09.09.10 01:04

    늘 육식을 하시나요?

  • 작성자 09.09.10 02:53

    아뇨, 초식파입니다. 특별한 날에만 육식하죠.

  • 09.09.10 09:03

    육식을 해도 저리 많은 야채들과 함께하면 괜찮을듯 싶은뎅!!~~

  • 09.09.10 15:27

    아~ 네...늘 구우시는 모습을 많이 봐서요...ㅎ....요즘 당뇨는 괜찮으신거예요?

  • 09.09.10 15:28

    아리님~고기 한점에 상추6장을 먹어야한다네요...ㅎ

  • 작성자 09.09.10 15:44

    다행히, 당뇨 괜찮습니다. 이젠 거의 정상... 이 아니라 '정상' 이네요...

  • 09.09.10 17:34

    아~ 아사도 고파~~~ ㅜㅜㅠㅠ

  • 09.09.11 00:24

    묵고잡넹!!~

  • 09.09.10 17:35

    축하드립니다. TV 출연도 하셨고... 출판도 준비하시고~~~ 아주 좋은 날들입니다. ^.^

  • 09.09.11 02:42

    아참~ 저도 축하드립니다..!!..그런데 방송출연하신 것 올려 주셨나요? ㅎ..보고 싶어집니다...출판도 기다려지고...^.^

  • 09.09.11 07:19

    권종상의 Seattle story 글번호 52... ^.^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