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Under the Bodhi Tree'
(보리수 나무 아래서) 워크샵을 다녀와서
취재 | 피오나 김
지난 10월 22일 저녁 7시 NYU Tisch School에 위치한 블랙박스 홀에서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불교 음악계에선 이미 그 이름이 많이 알려진 이진구씨의 불교 뮤지컬‘Under the Bodhi Tree’(보리수 나무 아래서)의 시사회겸 워크샵이 10년간의 대장정끝에 마침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구상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이 뮤지컬은 그동안 불교 예술단인 ‘무소의 뿔’ 정기 공연을 통해 간간이 갈라 콘서트의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뮤지컬의 전막 공연을 한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 뮤지컬의 작곡자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이진구씨는 중앙대 음대 대학원에서 작곡으로 석사 학위를,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대학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로 석사 학위를, 그리고 뉴욕대에서 뮤지컬 작곡으로 석사학위를 딴 음악인이다. 그는 일찍이 불교 음악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깊은 뜻을 두고 다각도로 그 방법을 모색하면서 찬불가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기존의 찬불가들은 찬불가집으로 묶여 존재하긴 하였지만 그나마도 늘 하는 노래 몇 곡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거의 불려지지 않을 정도로 대중의 관심밖에 있었다. 이러한 불교 음악의 현실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 그가 소외돼 있던 불교 음악을 전면으로 끌어내어 기존의 양식을 탈피한 많은 시도들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찬불가는 판에 박힌 양식을 거부한다. 범패를 채보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을 비롯, 클래식, 재즈, 국악, 민속 선율, 팝 심지어는 헤비메탈까지 그의 불교 음악에는 이 모든 장르가 다 녹아 들어가 있다. 현대 음악의 가장 큰 특성이라 할수 있는 많은 실험정신과 상상력을 그대로 불교 음악에도 적용해 이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꾀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2005년 대한민국 불교음악 페스티벌 제5회 창작 찬불가 공모전에서 ‘내 마음의 부처’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하고, 이어서 2006년에는 대만 불광산사가 개최한 세계 불교 음악 공모전에서 ‘자유 평화 행복’이라는 곡으로 또한번 대상을 수상하며 더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이듬해 2007년에는 그동안 작곡하였던 찬불가 60여곡중 쉽고 편안하게 따라 부를수 있는 10여곡을 추려 악보집인 ‘낮은 목소리’를 출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2년 미국에서 음악 공동체이자 불교 예술단인 ‘무소의 뿔’을 창단하여 본격적으로, 새로운 불교 음악의 알림에 앞장서는 공연들을 해오고 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정기 공연들을 치룬 ‘무소의 뿔’은 비영리단체이며 직접적으로 공연을 하는 사람들 외에도 후원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뮤지컬‘Under the Bodhi Tree’도 이 ‘무소의 뿔’ 정기 공연을 통해 조금씩 그 모습을 보여주다 드디어 완성된 모습으로 이 날 시사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단단한 뿌리위에 재즈와 국악 그리고 대중 음악등의 다양한 가지들까지 두루 섭렵한 이진구씨의 내공은 이번 뮤지컬을 통해 여지없이 폭발하였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지역간의 크로스 오버와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장르간의 크로스 오버를 통해 다양한 시도들을 쏟아부은 뮤지컬 ‘Under the Bodhi Tree’는, 불교도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게 한바탕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 설레이는 충격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 사이사이 간간이 들리는 우리 민요 옹헤야의 선율은 또다른 재미를 주기도 하였다.
부처님의 일생을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각색한 이 극은 총 2막 2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불교 뮤지컬의 세계화를 목표로 한만큼 한국어팀과 영어팀으로 나뉘어 각기 한국과 미국에서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극에 나오는 30개의 곡들
은 이진구씨가 10여년의 세월에 걸쳐 만든 것들이며 현재 전부 완성이 되있는 상태이다. 작가이자 한국어 대본은 이진구씨의 오랜 작사가 파트너인 부인 송연경씨가 담당하였으며 영어 가사는 이진구씨와 NYU 대학원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Matt Mezzacappa씨와 Christine Lee씨가 맡았다. 대본은 현재 95%정도 완성이 되어있는 상태이며 이번 시사회를 거치는 동안 계속 마무리 수정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연출에는 Aaron Galligan-Stierle씨, 그리고 음악 감독에는 Andy Collopy씨가 각각 담당을 맡아 진행하였다.
이번 NYU Tisch School 블랙박스 홀 시사회의 주요 캐스팅 멤버로는 싯다르타역에 Kyle Eberlein씨, 정반왕역에 Jared Howelton씨 그리고 야소다라역에 Elaine Cotter씨가 맡아서 각각 열연해 주었다. 모든 배역들은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힌 프로 배우들이 하고 있으며, 이들은 불자들은 아니나 이 극을 통해 불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향후에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도시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1막에서는 왜 싯다르타가 출가를 결심하게 되는지 그 과정에 대해 보여주는 것으로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12살의 어린 싯다르타와 세 왕자들의 우정, 그리고 그걸 자랑스러이 여기는 정반왕의 모습이 비춰지며 곧이어 활에 쏘인 아기사슴의 고통에 같이 슬퍼하며 어미 품으로 돌아가는 그 모습에 엄마의 정을 그리워하는 어린 싯다르타가 묘사된다.나이가 들며 점점 더 대중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싯다르타는 연회에서 만난 야소다라와 혼인을 하지만, 그가 누리는 행복이 다른이들의 고통위에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서서히 사문(sramana)의 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싸우는 대신 시스템을 바꿔보려 하나 세상의 벽에 부딪히고, 설상가상 스승 크리데바가 자신을 위해 대신 희생하자 자책감에 빠져 살게 된다. 불쌍한 이들을 향한 그의 고통은 점점 고조되 가며 결국 출가외엔 답이 없다고 결심한 싯다르타의 모습으로 막이 내린다.
제 2막은 아이 라훌라가 태어난뒤 조용히 길을 나서는 싯다르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를 떠나보내는 야소다라와 정반왕의 애틋한 마음이 그려지고 싯다르타는 다른 공간에서 화답을 한다. 욕망과 수행사이를 오가며 깨달음을 얻기위해 힘들게 고행하는 싯다르타가 그려지고 이러한 극심한 고행끝에 마침내 그는 보리수 아래서 마음의 평화와 깨달음을 얻고 붓다가 된다. 고향에 돌아온 그와 함께 모두 나와 외치며 노래한다. 우리가 깨어 있다면, 스스로 이겨낼수 있는 힘이 있다면 누구나 붓다가 될수 있다고. 이것이 우리들의 해답임을 외치며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빌며 끝을 맺는다.
배우들과 연주자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공연은 시사회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몰입도가 뛰어나 많은 이들에게 큰 박수와 축하를 받았다. 무려 10년에 걸친 구상과 완성, 그리고 불교 뮤지컬로서는 최초로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의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열린 이 시사회에는 대만 사찰 장엄사, 뉴욕 원각사, 청아사등에서 오신 스님들과 사찰 관계자들,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계자들, 언론인들, 그외 많은 분들이 참석해 함께하였다. 그는 이 워크샵을 통해 그의 뮤지컬에 관심을 보인 미국 프로듀서와 같이 일 하게 되는 성과도 얻었으며, 그리고 빠르면 내년 3월 늦어도 여름에는 공연할 장소의 계약도 따내는 수확도 얻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큰 공연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기에는 최소 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터라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의 동참과 후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진구씨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많은 분둘의 배려와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올수 있었던 거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전하며, 특히 ‘무소의 뿔’의 창단을 권유하신 뉴욕 원각사 지광 스님, 뮤지컬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주신 뉴욕 대관음사 청호 스님, 그리고 뮤지컬을 만들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신 뉴저지 불광 선원 휘광 스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Under the Bodhi Tree’가 갖는 광범위하고도 폭발적인 다양성과 간결하면서도 확실하게 전달되는 극의 메세지는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였다. 한국에서만 기획을 했다면 자칫 신화적이고 종교적이 될 수도 있었던 내용을,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 받고 또한 부처님에 대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미국으로 왔다는 이진구씨는 불교 음악의 대중화, 세계화와 더불어 또하나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부처님을 인간적인 면모에서 접근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극이 끝난후 부처님을 모르던 많은 이들이 그가 누구인지를 검색해보며 알아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것이 바램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또다른 바램으로는 앞으로 더 많은 인재들이 불교 음악의 다양성과 대중화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싶은 점 역시 강조하였다.
많은 이들이 캐롤을 통해 크리스마스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듯이 불교도 음악이라는 매체의 놀랍도록 지대한 힘과 영향력의 파급을 이해한다면 좀 더 다른 각도에서도 포교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불교 음악에 투자하지 않는 불교계와 불자들의 생각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공연 예술의 결정체이자 종합예술인 뮤지컬이라는 불교 문화 상품을 통해 이진구씨는 곧 본격적인 불교의 세계화와 포교 활동에 나선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같이 발전해 가는 찬불가와 불교 음악을 통해 우리 불교계도 좀 더 다각도의 포교가 이루어지기를 바래보며 이진구씨의 뮤지컬이 그 시발점이 되는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첫댓글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