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말 / 이해인
'아, 우리나라 가을 하늘은 정말 곱지 않아요? 내가 한국에 태어나길 잘한 것 같아요!"
문득 하늘을 보며 이렇게 외칠 때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한국의 가을은 항상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니까요" 하고 곁에서 누군가 거듭니다
하늘, 바람, 구름, 햇살, 바다... 모든 자연에 대해 고운 말을 하면 고운 말로 메아리가 돌아오는 이 기쁨! 나는 식탁에서도 자주 자연에 대한 이야길 먼저 꺼내곤 합니다
여러분도 날마다 한두 번씩 자연에 대해 감탄하는 표현을 해보세요
본원에 살다가 새 소임지로 떠나는 후배 수녀에게 몹시 서운한 심정을 비쳤더니 "수녀님과 여기서 함께 사는 것이 자랑이고 기쁨이었는데 이렇게 떠나게 되어 저도 서운해요. 그동안 참 고마웠어요" 하는 답이 돌아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어여쁜 말을 한번 해봐야지 감탄하며 마주 보며 웃습니다
여러분도 날마다 누군가에게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덕담을 한 가지씩 건네 보도록 하세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요즘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녀 영화배우가 그 모습만큼이나 고운 언어로 내게 말을 건네 옵니다
그의 문자 메시지는 늘 '부족한 제가..... 부끄러운제가.....'로 시작하여 상대에 대한 격려와 감사로 끝을 맺습니다
사석에서도 그는 비록 농담일지언정 푸념, 한탄, 불평, 원망, 자기도취적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 밝고 공손한 말만 골라 하여 듣는 이를 놀라게 하곤 합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그녀의 말은 '주변에서 저를 자꾸 띄워 줄수록 오히려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칭찬을 들을수록 '부족한 저입니다' '덕분입니다' 하며 살짝 자신을 낮추어 말할 수 있는 여유를 지녀 보세요
그 겸허함의 향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이어 줄 것입니다
-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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