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기자의 Magazine +2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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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수웅 주말매거진 팀장
"미쳤구나."
하나투어 허성욱 내나라여행팀 과장이 2007년 가을 이 기획아이디어를 내놨을 때 동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89만9000원의 6박7일 '내나라여행'(현재는 110만원). 당시 동남아시아 일주일 여행도 39만9000원이면 충분하던 시절이었죠. 야심 찬 계획이라 한국관광공사에 계획서를 들고 가 브리핑도 했습니다. 13명쯤 되는 전문위원들도 처음에는 허 과장을 격려했답니다. "다들 해외여행 상품만 관심 가득인데…, 건설적인 계획입니다." 하지만 공식 브리핑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친한 한 위원이 그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죠. "헛수고야. 너무 비싸. '황제여행'도 아니고."
여행 상품을 구성하기 위해 쫓아다닌 지방의 특1급 호텔에서는 서러움과 수모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호텔 막내 직원의 제일 점잖은 반응이 이런 것이었다네요. "총지배인님한테 혼나요. 팔리지도 않을 상품에 블록 지정(할인가격으로 일정 수량의 방을 별도 배정) 해줬다고. 빨리 가세요."
지금은 지방의 특급 호텔 지배인들이 허 과장을 쫓아다닌답니다. 제발 이 상품에 자기 호텔을 넣어달라고 말이죠.
처음 '내나라여행'을 알게 된 건 한 문학평론가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칭찬에 인색한 그의 성격으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지요. 한 마디로 이 여행의 콘셉트는 지역 최고의 숙소, 최고의 특산 요리, 그리고 팁과 옵션, 쇼핑을 아예 없앤 기품있는 관광입니다. 그리고 우등 고속버스 스타일의 전용버스를 타고 전주 한옥마을, 부안 내소사, 담양 죽록원, 보성 녹차밭, 순천 낙안읍성, 남해 보리암, 진주 촉석루, 양양 하조대 등을 돌며 한국의 문화와 향기를 즐기는 것이죠. 1명 이상 매일 출발, 그리고 6박 7일 일정 중 어느 시점에 합류해도 괜찮은 '순환형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내나라여행의 자랑입니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내나라투어'의 숙소들은 이렇습니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변산의 대명 클라우드9, 양양의 쏠비치 리조트, 남해의 힐튼 리조트, 목포의 현대 호텔…. 요리는 이렇습니다. 담양의 떡갈비, 고창의 장어구이, 목포의 굴비밥상, 영덕의 대게찜, 제천의 약초밥상, 거제의 성게비빔밥, 통영의 해물뚝배기….
궁금해서 이 일정대로 개인이 개별 여행했을 때의 가격을 꼽아봤습니다. 호텔숙박, 식사 단가, 관광지 입장료 요금만 더해 보니 100만2140원(세금 봉사료 포함)이 나오더군요. 물론 개인이 인터넷 등을 통해 가능한 최저가 요금을 합친 액수입니다. 여기에 교통비를 한 번 더해 보세요. 이 여행이 지금 누리고 있는 인기가 이해가 가더군요.
시작할 때인 2007년 300명에 불과했던 이용객은 2008년 3000명, 2009년에는 5300명으로 폭증했습니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은 7:3 정도. 지난해에는 한국관광공사 추천도 받았더군요. 프랑스인과 결혼하는 한국 신부가 결혼식을 앞두고 외국인 시댁 식구 21명을 위해 이 상품을 예약했다는 얘기를 할 때, 허 팀장 눈에는 자부심이 비쳤습니다.
한 특정 상품을 이렇게 오래 소개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선은 추천할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여행이라는 것. 또 하나는 '가격대비 만족도'라는 트렌드에 대한 또 하나의 생각입니다. 저가 패키지여행의 폐단에 대해서는 물릴 만큼 들으셨겠죠. 강제쇼핑, 저질 식사, 황폐한 숙소… 하지만 그 가격에 그런 여행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면서 그 상품을 고른 소비자의 선택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을 겁니다. 반대로 '황제 여행'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겠죠. 역시 방점은 '가격' 그 자체보다 '대비(對比) 만족도'에 놓여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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