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신문 연재)
한국미술의 틀린 용어 바로잡기 (24회)
14. 당초문(唐草文→영기문(靈氣文) (하)

도 0-1. 청자기와 한 짝, 암막새와 수막새

도 0-2. 강진 도요지에서 발굴한 여러 가지 영기꽃의 예들
고려청자 암막새의 무늬가 당초문(일본, 한국), 만초문(중국), 한국(넝쿨무늬) 등 용어는 다르지만 모두 넝쿨식물을 가리키는데, 그 모든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고대의 조형미술에는 현실에서 보는 것이 없다고 단언하였는데, 그렇다면 과연 무엇일까? 그 수많은 조형들이 넝쿨무늬들이 아니라면,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가 조형미술을 잘못 연구하여 온 것이 아닌가? 고려청자 암막새의 무늬를 분석하여 보면 매우 흥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무늬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시작점을 찾아보기로 하자. 그 시작점은 , 이런 모양이다. 이것은 제1영기싹이 두 개 이어져서 생긴 조형이다. 여기에서 ‘제1영기싹’이 방향을 서로 바꾸어 전개한 것이 암막새 영기문의 골자(骨子;본질)이다.(도 1). 즉 이런 조형의 전개를 ‘영기문의 전개’라 한다. 그러면 영기문이란 무엇인가 살펴보고 계속하여 암막새의 무늬를 분석해 나가기로 한다.

도 1. 고려청자 영기문의 골자
동양에는 ‘기(氣)’라는 개념이 문명의 발상 때부터 있어왔다. 물론 ‘氣라는 말’보다 ‘氣를 표현한 조형’이 氣라는 말을 만들었을 때 보다 훨씬 전에 이루어져 왔음을 알아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노자』에 있는 말처럼 ‘최초에 혼돈이 있었는데 그 혼돈에서 가장 으뜸가는 일원(一元)의 氣가 생기고, 그 일원의 기가 양기(陽氣)와 음기(陰氣)로 나뉘고, 그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 만물을 탄생시킨다.’ 등 우주생성론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구태여 말한다면 ‘제1영기싹’이 양기에 해당하고, ‘제2영기싹’이 음기에 해당하고, ‘제3영기싹’은 그 음양의 조화에서 일어나는 만물의 생성을 가리킨다.(도 2) 나의 이론을 정립하기 위하여 이 세 가지 조형의 원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 원리를 찾아내기까지 수많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조형을 선묘하고 채색분석(彩色分析)하였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무늬에서 찾아낸 원리로 그 이후 이어서 수많은 영기문을 조금도 오차 없이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단순한 氣라는 말보다는 그것을 더욱 강조하여 ‘靈妙한 氣’라는 의미로 ‘영기(靈氣)’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든 것이다. 즉 靈이란 말은 중요한 것으로 氣와 합쳐져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리키게 되었다. 氣 혹은 靈氣는 간단히 말하면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을 가리킨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우주에 가득 찬 여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기 혹은 영기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도 2. 필자가 발견한 영기문의 표현원리(일부)..
인류는 문명의 발상 때부터 우주에 충만한 기를 감지하여 조형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본 사람이 없거나 보았다고 하더라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영기문을 수많은 다른 조형으로 나타내 왔던 것이다. 즉 보이지 않는 氣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일체의 조형을 인간은 알아보지도 못하고 현실에서 보는 비슷한 자연의 모습을 이끌어 붙여서 오류를 범했기에 올바른 용어가 없는 셈이어서 새로이 ‘영기문(靈氣文)’이라 용어를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영기문은 통칭이요, 다시 세부적으로 분류하여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 하나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영기문이라는 것은 우리가 눈에 보여서 명칭을 만든 용어들 보다 훨씬 더 많고 그 의미하는 바가 커서 그것을 밝히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당초문이란 말 역시 수많은 당초문을 통칭으로 가리키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수많은 보이지 않는 영기를 조형화한 일체의 것을 영기문이라 하여 대응시킨 것이 ‘당초문→영기문’이라는 이 연재의 제목이다. 그러므로 다음부터는 구체적으로 제목을 정하여 서술하여 나가기로 한다. 그러나 그 수많은 영기문을 하나하나 명칭을 붙이기 어려우므로 통칭인 영기문이란 용어를 쓰기로 하고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오해가 없도록 용어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고려청자 암막새의 영기문은 추상적인 것이며 앞으로 만나게 될 것이지만, 시대가 지나감에 따라 차차 구상적으로 변하지나만 자세히 보면 구상적인 영기문 가운데 추상적 영기문이 눈에 잘 띠지 않게 숨겨져 있다. 암막새 영기문의 시작점은 ‘제1영기싹 둘이 연결된 모양’인데 영기문에서 매우 중요한 영기문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서 출발하여 제1영기싹이 방향을 바꾸어 가며 전개하여 가다가 주어진 공간이 있으므로 어느 점에서 중지한다. 그다음 그 기본 틀에서 갖가지 형태의 영기문, 즉 생명의 싹을 나타내는 영기문들, 즉 제1, 제2, 제3영기싹들이 싹터서 주어진 암막새의 공간을 가득 채운다.(도 3) 그러므로 암막새의 공간이 우주인 셈이고, 그 우주에 충만한 영기를 추상적 조형으로 나타내어 만물을 탄생시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간단히 지나친 이 암막새의 영기문은 만물을 탄생시키는 근원이 되며, 그런 우주생성론의 엄청난 의미를 암막새가 웅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재에서는 채색분석하여 밝힌 그 생명이 생성하는 긴 과정을 모두 실을 수 없다. 다만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만 싣는다.

도 3-1. 고려청자 암막새의 영기문, 채색분석

도 3-2. 조형해석 메모
그러면 수막새의 모란꽃 같은 조형은 무엇인가? 그것은 꽃인가? 누구나 모란꽃이라 부르는 것을 모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5년은 걸렸는데 그 문제는 간단히 설명할 수 없으므로 ‘영화된 꽃’ 즉 ‘영기꽃’이라고 용어를 만들어 놓고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 수막새와 암막새를 연이어 놓은 도상을 보면 우리나라 기와가 얼마나 엄청난 형이상학적인 조형인가 알 수 있다.(도 4, 도 5) 월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의 기와에서 보듯이, 수막새의 용이나 연꽃(영기꽃)의 양쪽으로 추상적 영기문이 뻗쳐나가듯(도 6), 그리고 통일신라 공주 주미사 터에서 수막새 용의 입에서 발산하는 영기문을 암막새에 표현한 것처럼(도 7), 또 보경사의 불단에 표현한 것도 똑같은 원리인 것처럼(도 8.), 고려 청자기와에서도 영화된 모란(이것은 모란과 비슷하여도 차원이 다르므로 모란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즉 영기꽃에서 발산하는 영기문이 암막새기와에 표현 된 것이다! 그러므로 역으로 유추해 올라가 보면, 수막새의 꽃은 모란이 될 수가 없고 무량한 보주가 발산하는 모란 모양 영기꽃이 되는 것이다. 영기꽃은 무량한 보주를 발산하는 영화된 갖가지 꽃모양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도 4. 고려청자 수막새의 영기꽃의 채색분석

도 5. 도 1과 2가 한 짝임, 이런 식으로 연결됨

도 6. 경주 월지 출토 와당, 한짝 이어서 채색분석

도 7. 공주 주미사지 출토 와당. 두 세트를 분석해보아야 구성단위를 찾아볼 수 있다다.

도 8. 보경사 대웅보전의 불단의 것도 닽은 맥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