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따거 배우
1980년대 홍콩 누와르를 상징하는 배우 주윤발은 한국에서는 ‘영웅본색’이란 영화로 최고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연기를 시작했던 친구 오맹달. 그 또한 홍콩 코미디 영화의 대부이자 인기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주윤발과는 다르게 인기를 얻자 술과 도박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계속했고 결국 엄청난 빚을 지며 협박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오맹달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윤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스스로 해결하라는 매정한 대답과 함께 한 푼도 주지 않으며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그는 친구였던 주윤발에게 크게 실망하고 원망하며 결국 본업인 연기에 복귀하여 돈을 벌어 빚을 갚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찾는 곳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어느 영화감독이 그를 캐스팅하였고 그가 출연한 ‘천장지구’ 영화는 대흥행하며 다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 해 홍콩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고 주윤발이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지만 예전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오맹달은 그를 무시했습니다. (따뜻한 편지 2341)
그런데 어느 날, 오맹달이 재기에 성공하는데 크게 기여했던 영화감독이 말했습니다. 당시 평판이 좋지 않아 배역을 맡기는 것이 꺼려졌지만 주윤발의 간곡한 부탁으로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안 오맹달은 주윤발을 찾아가 용서를 빌고 다시 우정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한 프로그램에 나와 주윤발에게 이런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빚을 갚아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가 돈을 줬다면 지금까지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완전히 폐인으로 전락했을 거예요. 친구 주윤발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주윤발은 일상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기로 유명한데 평소 자주 가는 시장에서 가정이 어렵거나 건강이 안 좋은 시장 상인들을 살뜰히 챙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8,100억을 기부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매일 세 끼 식사와 잘 수 있는 침대이면 충분합니다. 이 돈은 내 것이 아니고 그저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을 뿐이라서 이 돈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은 아주 잘난 사람도, 멋있는 사람도 아닌 감동이 있는 사람입니다. 감동이 있는 사람이란 모든 사람을 존중하며 소중하게 여기고 작은 것이라도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세상 곳곳에서 작고 큰 감동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한 마음으로 만들어줍니다.
# 오늘의 명언
돈은 내 것이 아니며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다.
내 꿈은 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주윤발 –
* 오늘의 묵상 (221114)
오늘부터 두 주간에 걸쳐 제1독서로 요한 묵시록을 읽습니다. 유사 종교에서 그릇된 해석으로 혼란을 일으키고는 하는 요한 묵시록은 과연 어떤 책일까요? 요한 묵시록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책이 어떤 ‘문학 유형’인지 파악한 다음 그에 맞추어 읽어야 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는 뉴스, 드라마,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뉴스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하고, 드라마는 허구의 내용으로 시청자에게 감동과 공감을 끌어내며, 코미디는 과장된 방식으로 웃음을 유발합니다. 각각의 프로그램을 제대로 시청하려면, 우리는 각각의 장르마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올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한 묵시록은 ‘묵시 문학’이라는 특별한 문학 유형으로 집필된 책입니다. 묵시 문학은 악의 세력으로 표상되는 신앙의 박해, 세상 권력, 하느님과 반대되는 가치가 현실에서 득세함으로써 독자가 절망의 상황에 놓여 있음을 전제합니다. 이러한 구체적 상황에도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심판자이신 하느님께서 ‘마지막 때’ 곧 종말에 악의 세력을 심판하시고 승리하실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 결과, 묵시 문학은 근본적으로 위로의 메시지이며, 독자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꿋꿋이 견뎌 내며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한편 묵시 문학은 환시, 상징적 숫자와 짐승, 우주적 재앙 같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보이는 상징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묵시 문학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습니다. 그러나 묵시 문학을 마치 미래를 점치거나 길흉화복을 알려 주는 책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유사 종교에서 그러하듯 요한 묵시록을 잘못 이해한다면, 신자들은 구원의 길이 아닌 혼돈과 파멸의 길로 이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상우 바오로 신부 가톨릭신학대성신교정)
* 04.05 수 생활성서 소금항아리 2023
성주간 수요일식목일 청명. 마태오 복음 26장 14-25절
“내가 그분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면 충분합니다
“받아 주소서, 주님, 저의 모든 자유와 저의 기억과 지성, 저의 모든 의지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받아 주소서. 당신이 이것들을 제게 주셨습니다. 주님, 이 모두를 돌려드립니다. 모두가 당신 것이오니 당신 뜻대로 처리하소서. 제게는 당신의 사랑과 은총을 주소서. 이것으로 저는 족하옵니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가 쓴「영신수련」에 나오는 기도문입니다. 이 기도문을 통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하느님의 것이며, 그분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만을 바랄 때, 우리는 우리 삶에대한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다고 성인은 강조합니다. 사심이 개입할수록 하느님의 뜻에서 점점 멀어지고 내적인 평화는 깨지게 됩니다.유다는 예수님을 넘기는 대가를 요구합니다. 아마도 그는 그런 행동에 있어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있었을 테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그 마음에는 사심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요한복음사가는 악마가 그의 마음에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고 합니다. 그의 사심이 악마가 유혹하는 빌미가 되고 수단이 된 것입니다. 성 이냐시오는 인간이 돈과 명예와 권력의 유혹을 받아 들일수록 하느님의 뜻에서 멀어진다고 경고합니다.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성 이냐시오의 기도문을 바치며 하느님의 은총 안에 머물 수있기를 청합시다.
나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하느님께서 당신 뜻대로 처리하시도록 돌려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