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들 중에 재외동포(f-4)나 영주자격(f-5)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하는 중에 과거에 200만원 이상 벌금을 물거나 음주운전 등으로 단속에 걸린 적이 있으면 자격변경도 안되고 심지어 출국명령을 받게 되어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가 이와 같은 사례로 출국명령을 받게 된 중국동포의 입장을 고려하여 출국명령처분 취소 판결을 내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동포 이모(40)씨는 2010년 10월경 혈중알콜농도 0.145%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신호등 대기 중이던 앞 차를 들이받아 앞차에 타고 있는 4명에게 각각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히게 되었다. 이에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게 되었는데, 이씨는 판결에 불복하고 수원지방법원에 항소까지 하였지만 기각되어 벌금 500만원을 낸 상태였다.
그러나 방문취업 체류자격으로 1년 이상 제조업체에서 근무한 이씨는 2011. 12월초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안산지원을 방문해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하는 중에 과거 음주운전 상태에서 사고를 내고 벌금 500만원을 낸 사실로 인하여 “출입국관리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2012. 1. 15까지 출국을 명한다”는 출국명령을 받게 되었다. 사고 당시 벌금 500만원을 내고 또 피해자와 합의까지 본 이씨는 그것으로 모든 것이 종료된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재외동포 자격변경은 안되더라도 출국명령을 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씨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이씨는 법률사무소를 찾아가 인천출입국 안산지원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출국명령 취소 처분’ 소송을 냈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은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1심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낸) 원고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출입국소장의 출국명령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씨는 또다시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 결과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12월 28일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인천출입국 안산출장소장이 2011.12.16. 원고에 대하여 한 출국명령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심에서 법원은 이례적으로 이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안산출장소장은 이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는데, 대법원이 어떻게 최종적으로 판단할지 주목된다.
이씨는 2005년 12월 방문동거(f-1) 자격으로 입국하여 체류하다가 2008년 11월 출국한 후 2009년 2월 방문취업(h-2)로 재입국한 상태에서 제조업체에서 1년 이상 근무하게 되어 재외동포(f-4) 자격변경신청을 하였던 것이다. 이씨는 7년 이상을 한국에서 생활을 해 온 셈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익에 비하여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므로 이 사건 처분은 피고(출입국사무소장)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고 이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사건을 변론한 법무법인 공존 차규근 대표변호사는 “불법체류가 아닌, 합법체류 중인 외국인이 벌금형의 처벌을 받아 벌금을 다 납부한 경우에도 출국명령을 내리고 있는 현재의 출입국실무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체류 외국인 140만 시대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경록 기자
[인터뷰] 법무법인 공존
차규근 대표변호사에게 들어본다
“금고 미만의 벌금형 처벌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은 보다 신중히 처리해야…”
지난 2011년 12월부터 위 사건을 맡아 중국동포 입장에서 변론을 해온 법무법인 공존 차규근 대표변호사를 만나 사건경위와 법원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았다. 또한 2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게 된 외국인에 대해서 출국명령(강제퇴거명령)을 일방적으로 내리고 있는 출입국사무소장의 재량권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았다.
- 출입국법에 출국명령에 대해서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외국인 출국명령과 관련하여 출입국관리법 제68조 제1항은 사무소장•출장소장 또는 외국인보호소장이 강제퇴거대상자에 대하여 법에 따라 출국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입국법은 제46조 제1항에 강제퇴거명령의 대상자를 규정해 놓고 있다. 그 중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석방된 자’를 명확하게 강제퇴거명령의 대상자로 분류해 놓고 있다.
-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 500만원 벌금형을 받게 된 중국동포에 대해 출국명령을 내린 것이 부당하다며 변론에 나선 이유는?
“현재 출입국에서는 2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게 되면 출국대상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출입국법에는 벌금을 얼마나 냈느냐는 규정은 없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석방된 자’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금고 미만의 형을 선고받은 형사범(합법체류 외국인)의 경우에 일방적으로 강제퇴거명령 대상자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것에 대해서는 분명 이에 상응하는 강한 처벌이 따라야겠지만, 벌금 500만원을 내고 그 이후 아무런 사고 없이 지낸 중국동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출국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변호인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 수원지방법원 1심에서는 기각되었다. 서울고등법원 2심에서는 승소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가 전치 2주의 비교적 경미한 부상인 점, 국내 체류기간동안 이 사건 형사처벌 외에는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점, 또 원고는 동생의 죽음을 비관하여 음주를 하다가 음주운전에 이르게 된 점, 원고가 외국적동포인 점, 외국(일본) 출입국법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합법체류 중인 외국인에 대한 출국명령은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출국명령은 과한 처분임을 변호하고 나섰다.
1심에서는 이런 변론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변론내용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원고가 출국명령을 받아 출국하면 2년간 사증규제로 인하여 최소 2년간 동안 다시 입국하는 것이 금지되므로 지난 약 7년 동안 국내에서 마련한 생계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고 인적 관계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원고가 중국에 있는 연로한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중국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보다는 국내에 거주하게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자고 생각된다”면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판결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내용은 “강제퇴거의 대상자를 정하고 있는 출입국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이 출입국법상 입국금지 사유가 입국 후에 발생한 사람’이 ‘금고 이상’이 아닌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경우에는 보다 신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법원이 종전과는 달리 출입국법을 매우 전향적으로 해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풀어 논한다면, 위 사건의 이씨의 경우,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았다.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출입국법 제11조 제1항 각호는 입국금지 대상자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씨처럼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금고 이상’이 아닌 ‘벌금형’으로 처벌 받을 경우에 출입국법 제11조 제1항 각호, 제46조, 제68조 등을 적용하여 출국명령이나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출입국사무소에서 상고를 할 경우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지난 1월 16일 상고를 한 것으로 확인된다. 향후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하겠는데, 이번 고등법원 판결처럼 체류 외국인 140만 시대에 걸맞는 전향적인 판결이 내려지길 기대해본다.”
- 현재 법무부는 최근 3년내에 2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낸 외국적동포에게는 재외동포나 영주자격 부여를 해주지 않는다. 체류연장을 불허하고 심지어 출국명령을 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생활기반을 갖고 있는 외국인이나 외국적동포가 경미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2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게 되면 출국명령 대상자로 처리하는 것이 현재 출입국사무소의 관행으로 되어 있다.
이번 판결은 지침에 의한 이런 관행보다는 예측가능성이 있는 법 집행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인터뷰=김경록 기자]